빈대 잡는 포도대장, 강낭콩 잎의 비밀

조홍섭 2013. 04. 11
조회수 39628 추천수 0

강낭콩 잎 미세 갈고리가 빈대 발 붙잡아 꼼짝 못해

동유럽 전통 지식이 옳았다…미 연구자, 콩잎 흉내 인공물질 개발 나서

 

cdc_640px-Adult_bed_bug,_Cimex_lectularius.jpg

 

 

불가리아, 세르비아 등 유럽 남동부 지역의 주부들은 빈대에 물리지 않기 위해 밤중에 빈대가 들끓는 방 침대 옆에 강낭콩 잎을 펼쳐놓는다. 그리고는 이튿날 아침 빈대가 붙어있는 콩잎을 태워버린다.
 

이런 전통 지혜는 별 관심을 모으지 못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온 살충제 디디티가 훨씬 편리하고 강력한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디디티와 함께 사라졌던 빈대는 최근 세계적으로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호텔은 물론 학교, 극장, 병원 등에서도 빈대가 나온다.
 

미국 과학자들은 빈대를 퇴치하기 위해 발칸반도의 오랜 지혜를 동원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강낭콩 잎 위에 빈대를 놓고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주사형 전자현미경을 통해 관찰했다.
 

bedbug1.jpg bedbug2.jpg » 콩잎 위에서 꼼짝 못하는 빈대(위). 주사 현미경 사진으로 본 빈대 다리와 콩잎의 분비모 모습. 사진=메간 신들러 외, <왕립학회 인터페이스>

 

콩과 빈대는 진화적으로 아무런 관련도 없는데도, 콩잎은 빈대를 붙잡는 놀라운 능력을 보였다. 콩잎에는 ‘분비모’란 작은 갈고리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콩잎을 디딘 빈대의 발을 이 갈고리가 휘감거나 관통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빈대는 콩잎에서 몇 발짝 가지도 못하고 옴쭉달싹하지 못하는 상태가 됐다.

bedbug4.jpg » 빈대가 콩잎에 걸려 있는 모습. 사진=메간 신들러 외, <왕립학회 인터페이스>

 

bedbug5.jpg » 종종 콩잎의 갈고리(초록색)는 빈대 다리를 관통하기도 한다. 사진=메간 신들러 외, <왕립학회 인터페이스>  bedbug6.jpg » 관통한 부위 확대 모습. 사진=메간 신들러 외, <왕립학회 인터페이스>

 

bedbug7.jpg » 빈대 발이 갈고리에 걸린 모습. 일시적으로 붙잡는 효과만을 낸다. 사진=메간 신들러 외, <왕립학회 인터페이스>    

 

콩잎의 효과는 좋지만 금세 말라버리고 바닥에만 깔 수 있는 불편함도 있다. 콩잎을 흉내 낸 물질을 만들면 어떨까.
 

연구진은 플라스틱 재질로 이 콩잎 구조를 고스란히 본뜬 물질을 만들어 실험을 했다. 예상한 대로 빈대는 플라스틱 콩잎에 걸려들었지만 곧 빠져나왔다. 콩잎 갈고리의 겉모습 말고 내부의 무언가 핵심적 역학을 더 연구해야 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bedbug3.jpg » 콩잎의 전자현미경 사진(왼쪽)과 이를 플라스틱으로 고스란힌 본뜬 모습. 사진=메간 신들러 외, <왕립학회 인터페이스>

 

연구논문의 주 저자인 캐서린 로우던 미국 어바인 대 곤충학자는 “콩잎이 빈대를 잡는 능력은 놀랍다. 현대 과학 기법으로 현미경 수준에서 이를 흉내 낸 물질을 만들면 살충제를 쓰지 않고도 빈대에 물리지 않을 수 있다. 자연은 따라하기 힘들지만 그 혜택은 어마어마하다.”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빈대는 야행성이고 조금만 틈이 있으면 전화기나 시계 틈바구니 등 어디에나 숨을 수 있으며, 피를 빨지 않고도 1년을 버티는 등 매우 강인한 생명력을 지녔다. 게다가 천장과 벽을 타고 이동하고, 중고가구를 이용해 장거리로 퍼지며, 번식력도 빨라 최근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왕립학회 인터페이스> 온라인판 11일치에 실렸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Entrapment of bed bugs by leaf trichomes inspires microfabrication of biomimetic surfaces
Megan W. Szyndler, Kenneth F. Haynes, Michael F. Potter, Robert M. Corn and Catherine Loudon
J. R. Soc. Interface 6 June 2013 vol. 10 no. 83 20130174
doi: 10.1098/?rsif.2013.0174

http://rsif.royalsocietypublishing.org/content/10/83/20130174.full.pdf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개구리 사냥하는 거미, 나뭇잎 엮어 덫으로 사용개구리 사냥하는 거미, 나뭇잎 엮어 덫으로 사용

    조홍섭 | 2021. 01. 11

    농발거미 나뭇잎 2장 엮어 은신처 겸 덫으로…세계적으로도 개구리는 거미 단골 먹이 푹푹 찌는 열대우림에서 나뭇잎이 드리운 그늘은 나무 개구리에게 더위와 포식자를 피해 한숨 돌릴 매력적인 장소이다. 그러나 마다가스카르에서 크고 빠른 사냥꾼인...

  • 개 가축화, ‘단백질 중독’ 피하려 남는 살코기 주다 시작?개 가축화, ‘단백질 중독’ 피하려 남는 살코기 주다 시작?

    조홍섭 | 2021. 01. 08

    사냥감 살코기의 45%는 남아돌아…데려온 애완용 새끼 늑대 먹였을 것 .개는 모든 동물 가운데 가장 일찍 가축화가 이뤄졌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 어떻게 늑대가 가축이 됐는지는 오랜 논란거리다.개의 골격이 발견된 가장 오랜 구석기 유적은 1만4...

  • 새를 닮은 포유류, 오리너구리의 비밀새를 닮은 포유류, 오리너구리의 비밀

    조홍섭 | 2021. 01. 08

    젖샘 있으면서 알 노른자도 만들어…지금은 사라진 고대 포유류 흔적 1799년 영국 박물관 학예사 조지 쇼는 식민지였던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보내온 이상한 동물 표본을 받았다. 오리 주둥이에 비버 꼬리와 수달의 발을 지닌 이 동물을 쇼는 진기한 ...

  • 말의 몸통 지닌 ‘키작은’ 기린 발견, 유전 다양성 감소 탓?말의 몸통 지닌 ‘키작은’ 기린 발견, 유전 다양성 감소 탓?

    조홍섭 | 2021. 01. 07

    우간다와 나미비아서 각 1마리 확인…동물원, 가축선 흔해도 야생 드물어 .아프리카 우간다와 나미비아에서 돌연변이로 인한 골격발육 이상으로 추정되는 왜소증 기린이 발견됐다. 일반적으로 왜소증은 근친교배가 이뤄지는 가축에서 흔히 발견되지만 야생...

  • 스타 동물 자이언트판다 그늘서 반달곰 운다스타 동물 자이언트판다 그늘서 반달곰 운다

    조홍섭 | 2021. 01. 06

    판다 좋아하는 고산 중심 보호구역…반달곰, 사향노루 보호 못 받아 급감 자이언트판다나 호랑이처럼 카리스마 있고 넓은 영역에서 사는 동물을 우산종 또는 깃대종이라고 한다. 이 동물만 보전하면 그 지역에 함께 사는 다른 많은 동물도 보전되는 ...

최근글

환경사진

인기글

최근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