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는 도마뱀보다 새에 가깝다

조홍섭 2015. 11. 03
조회수 33444 추천수 0

새끼와 소리로 교감해 어린 개체 더 볼보고

주변 경계 위해 한쪽 눈을 감고 잠자기도

 

cr2_Gianfranco Gori -NileCrocodile--Etiopia-Omo-River-Valley-01.jpg » 에티오피아 오모강에서 나일악어가 펠리컨 무리와 함께 해바라기를 하고 있다. 악어와 새는 겉보기보다 비슷하다. 사진=잔프랑코 고리, 위키미디어 코먼스
 
생김새와는 달리 악어는 생물학적으로 도마뱀보다 새에 가깝다. 분류학에서 악어는 새, 그리고 멸종한 공룡, 익룡과 함께 ‘지배파충류’로 묶는다.

 

지배파충류는 고생대 페름기부터 대규모 멸종사태를 여러 차례 견디며 3억년 가까이 지구상에 존재해 온 유서 깊은 무리다. 이들은 특히 포유류에 필적하는 인지능력과 사회성을 지녀 주목의 대상이다.

 

새와 공룡이 '영리한' 동물임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악어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 최근 악어와 새가 놀랍게 비슷한 사실이 잇따라 밝혀지고 있다.
 

새끼를 기르는 새에게서 잘 드러나듯이 지배파충류 동물은 대부분 어미가 새끼를 돌본다. 그런데 악어도 어미와 새끼가 소리를 매개로 소통을 하며, 이를 통해 취약한 작은 새끼를 더 돌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04497275_R_0.JPG » 악어 어미는 새끼와 소리로 소통한다. 서울동물원이 인공증식한 바다악어 새끼. 사진=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니콜라 마테봉 프랑스 리옹/생테티엔대 교수 등 국제연구진은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 10월23일치에 실린 논문에서 나일악어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악어 어미는 새와 마찬가지로 새끼의 소리에 민감하다. 어미는 알 속에서 새끼가 내는 소리를 듣고 알 깨는 것을 도와준다.

 

태어난 새끼가 소리를 지르면 어미가 달려와 포식자로부터 새끼를 지킨다. 그런데 어미는 높은 비명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몸이 작을수록 소리가 높기 때문에 천적에게 취약한 어린 새끼를 더 돌보게 된다. 연구자들은 새끼의 몸길이가 1.2m에 이르러 독립할 때가 되면 어미는 새끼 소리에 더는 반응하지 않게 된다고 밝혔다.

 

cr1_AngMoKio-Crocodile_Crocodylus-porosus_amk2_without_Spot.jpg » 경계를 위해 한쪽 눈을 뜨고 자기도 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다악어. 사진=AngMoKio, 위키미디어 코먼스
 

일부 새처럼 악어도 한쪽 눈을 뜨고 잔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존 레스쿠 오스트레일리아 라트로브대 생물학자 등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실험생물학> 최근호에서 경계 대상을 향해 눈을 뜬 채 수면하는 바다악어의 행동을 보고했다.

 

보통 악어는 두 눈을 감고 잤지만, 옆에 다른 악어가 있거나 사람이 나타나면 상대를 향해 한쪽 눈을 뜬 채 수면에 들어갔다. 이런 반구수면은 조류와 함께 돌고래, 물개 등 해양포유류에서도 보고된 바 있다. 오리떼 가장자리에서 잠든 개체는 종종 바깥을 향한 눈을 뜬 채 수면에 들어간다.

 

기사가 인용한 원문 정보:

 

Chabert, T. et al. Size does matter: crocodile mothers react more to the voice of smaller offspring. Sci. Rep. 5, 15547; doi: 10.1038/srep15547 (2015).

 
Kelly, M. L.et. al., (2015). Unihemispheric sleep in crocodilians? J. Exp. Biol. 218, 3175-3178.doi:10.1242/jeb.127605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서·남해 갯벌서 푸른곰팡이 96종 발견서·남해 갯벌서 푸른곰팡이 96종 발견

    조홍섭 | 2019. 10. 15

    신종 후보 17종 포함…차세대 항생제 개발, 치즈 생산 등에 활용꼭 90년 전 알렉산더 플레밍은 깜빡 잊고 뚜껑을 덮지 않은 배지에 날아든 푸른곰팡이가 세균 성장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곰팡이에서 생산한 페니실린 덕분에 제2차 세...

  • 청소 새우가 먹히지 않는 비결 있다청소 새우가 먹히지 않는 비결 있다

    조홍섭 | 2019. 10. 10

    포식자 고객에 청소 직전과 중간에 ‘앞다리 춤’으로 신호열대 태평양 산호초에는 큰 물고기의 아가미와 입속을 청소하는 작은 새우가 산다. 송곳니가 삐죽한 곰치 입속을 예쁜줄무늬꼬마새우가 드나들며 기생충을 잡아먹고 죽은 피부조직을 떼어먹는...

  • 배추흰나비는 실크로드 따라 동아시아 왔다배추흰나비는 실크로드 따라 동아시아 왔다

    조홍섭 | 2019. 10. 08

    전 세계 유전자 분석 결과…지중해 기원, 통일신라 때 작물과 함께 와배추흰나비는 세계에서 가장 널리 분포하고 수도 많은 나비의 하나다. 생물 종으로 성공한 나비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농작물 피해를 일으키는 해충이기도 하다.시민 과학...

  • 유령게의 ‘으르렁’ 경고음, 위장 분쇄기관 소리였다유령게의 ‘으르렁’ 경고음, 위장 분쇄기관 소리였다

    조홍섭 | 2019. 10. 07

    먹이 부수는 부위를 발성 기관으로 ‘재활용’, 상대에 경고 신호 전달집이나 먹이를 빼앗으려는 상대에게 유령게는 집게발을 휘두르며 낮고 거친 소리를 낸다. 마치 개가 으르렁거리는 듯한 경고음을 내는 곳은 놀랍게도 먹이를 잘게 부수는 위 앞...

  • 다리 대신 터널…제2순환로 환경파괴 위험 여전다리 대신 터널…제2순환로 환경파괴 위험 여전

    윤순영 | 2019. 10. 02

    육상 구간 논 습지 훼손 불보듯, 저감방안 대책 선행되야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가 한강을 건너는 구간은 애초 계획된 교량 설치 대신 지하터널 형태로 건설될 예정이다. 교량 건설로 인한 환경파괴를 우려한 문화재청이 한강 하류 재두루미 도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