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 위 가진 판다, 대나무로 사는 비밀

조홍섭 2014. 0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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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순과 잎 등 부위별로 다른 영양분, 고도별 피는 시기 고려해 힘겨운 줄타기

영양분 빈약한 대나무 하루 38㎏까지 먹고 50회 배설, 먹이 99%가 대나무

 

Fernando Revilla _1024px-Giant_Panda_Tai_Shan.jpg »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의 판다 태산. 하루 종일 대나무를 먹어야 생존할 수 있다. 사진-Fernando Revilla, 위키미디어 코먼스

 

자이언트 판다는 대나무만을 먹는 유명한 채식주의 동물이다. 그러나 판다가 육식동물의 소화기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초식성 육식동물’이 대나무만 먹고도 죽지 않고 살아가는 비결은 뭘까. 중국의 야생 판다 서식지에서 장기간 추적 연구한 결과는 판다가 부위별로 영양가가 다르고 싹트는 시기가 다른 대나무 사이에서 힘겹게 줄타기하며 생존하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
 

Mapa_distribuicao_Ailuropoda_melanoleuca.jpg » 판다 서식지역(진한 부분). 동쪽이 친링 산 보호구역이다.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니용강 중국과학아카데미 동물학자 등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기능 생태학> 이달치 온라인판에 실린 논문에 그 결과를 보고했다. 판다 보호구역이 있는 친링 산에서 암·수 판다 각 3마리에 무선 추적 장치를 매달아 6년여 동안 이들의 이동과 먹이 등을 추적 조사한 결과이다.
 

판다는 식육목에 속하면서도 먹이의 99%가 대나무이다. 판다의 위는 소처럼 여러 개로 나뉘어 있지 않고 단순하며 창자도 짧다. 고기를 소화할 수 있는 모든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를 갖추고 있지만 진화 과정에서 맛 수용기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겨 고기맛을   감지하지 못한다. 대나무가 풍부한 숲에서 수백만년 동안 적응한 결과이다.
 

문제는 대나무가 썩 훌륭한 먹이가 못 된다는 것이다. 단백질은 적고 섬유질과 리그닌 함량은 매우 높다. 어쩔 수 없이 판다는 하루 14시간에 걸쳐 12~38㎏의 대나무를 먹어치운다. 소화관이 짧다 보니 하루에 배설을 50차례나 하고 장관이 짧으니 대부분 미처 소화가 되지 않은 상태로 나온다.
 

판다는 이처럼 빈약한 대나무 먹이로 어떻게 살아가고 번식할까. 조사 결과 판다가 사는 곳엔 2종의 대나무가 자생하는데, 부위에 따라 영양소의 분포가 달랐다. 연구자들이 분석한 영양소는 뼈를 형성하는데 필수적인 칼슘과 인, 그리고 단백질의 주성분인 질소였다.
 

판다는 봄 짝짓기 철에는 주로 해발 1600m 산에 많이 분포하는 숲대나무의 죽순을 많이 먹었다. 죽순엔 질소와 인이 상대적으로 많이 들어있다.
 

Matthew Field_640px-Bai_yun_giant_panda.jpg » 영양분이 빈약한 대나무를 먹으며 생존과 번식을 하는 일은 판다에게 큰 일이다. 동물원에서는 대나무와 함께 다른 영양분이 있는 먹이를 함께 공급한다. 사진=Matthew Field, 위키미디어 코먼스

 

6월이 돼 숲대나무의 잎이 자라면 영양분이 적어지기 때문에 해발 2400m 산악으로 올라가 그곳에 자라는 살대나무의 죽순을 섭취했다. 이어 7월이 되면 죽순에 부족한 칼슘을 보충하기 위해 이 영양소가 많은 살대나무 잎을 주로 먹었다.
 

이런 먹이 전환은 뱃속의 태아가 성장하기 위한 것이다. 판다의 배아는 발달을 멈춘 채 자궁에 몇 달씩 머물다가 나중에 착상하는 지연 착상을 한다. 짝짓기 철과 새끼 기르는 시기 사이의 시점을 조정하기 위해서다.
 

곰은 동면하면서 새끼를 낳기 때문에 매우 작고 미숙한 새끼를 낳는다. 판다는 동면을 하는 것도 아닌데 다른 곰보다도 훨씬 작은 90~130g의 초미니 새끼를 낳는다. 임신 기간도 3달 정도로 짧다. 이처럼 새끼가 작은 것은 영양 공급의 제약과 관련이 있다.
 

8월이 되면 암컷은 다시 고지대에서 내려와 새끼를 낳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곳의 숲대나무 잎에는 칼슘이 비교적 많은데, 이 성분이 새끼에게 먹일 젖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one week old at Chengdu's Giant Panda Breeding Research Base_800px-Chengdu-pandas-d18.jpg » 중국 청두 판다 번식연구기지에서 태어난 지 1주일 된 어린 판다.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겨울 동안 판다는 영양분이 형편없는 숲대나무의 잎을 먹고 견뎌야 한다. 그 탓에 이 산에서 판다 사망의 절반 이상은 겨울을 힘겹게 난 3~4월에 발생했다. 

 

연구자들은 “대나무의 영양학적 상태와 자신의 번식 시기에 맞춰 판다는 계절적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대나무 분포 고도와 밀도가 바뀐다면 판다가 이 변화에 자신의 생애주기와 영양 필요를 맞출 수 있을지 우려된다.”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판다는 야생상태에서 3000마리 미만이 중국에 살아남은 세계적 멸종위기종이다. 또 주로 대나무를 먹지만 드물게 우는토끼, 쥐, 새 등을 먹고 바위에서 염분을 핥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한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Yonggang Nie et. al., Obligate herbivory in an ancestrally carnivorous lineage: the giant panda and bamboo from the perspective of nutritional geometry, Functional Ecology 2014, doi: 10.1111/1365-2435.12302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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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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