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기를 넣은 논의 미꾸라지가 더 건강하다’, 정말?

조홍섭 2011.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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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식자 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로 사망률 4배까지 높아져

캐나다 과학자 직접 실험, 학술지 <생태학>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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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 속의 잠자리 애벌레(위)는 포식자인 물고기 냄새를 맡는 것 만으로도 사망률이 늘어난다.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는 삶의 활력을 높이기도 한다. 미꾸라지가 사는 논에 메기 한 마리를 같이 넣으면 그렇지 않은 논에서보다 건강하게 잘 자란다는 속설도 그런 배경에서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목숨을 앗아갈지도 모를 포식자 앞에서 정말로 기운이 날까?
 

캐나다 과학자들이 잠자리 애벌레를 이용해 실험해 봤더니, 포식자가 주변에 있는 것만으로도 죽어가는 개체가 있었다. 그 효과는 두고두고 오래 가 잠자리로 탈바꿈하는 데까지 이어졌다.
 

섀넌 매컬리 등 캐나다 토론토 대학 생물학자들은 미국 생태학회가 내는 국제학술지 <생태학> 온라인 판 11월호에 실린 논문에서 이런 실험 결과를 보고했다.
 

이들은 미국 미주리 주의 연못에 사는 잠자리 애벌레를 채집해 실험실에서 포식자인 블루길과 왕잠자리 애벌레에게 노출했다. 왕잠자리 애벌레는 물고기가 없는 연못의 최상위 포식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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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에서 애벌레가 실험 대상이었던 북미산 진주잠자리 일종 암컷. 배에 붙은 작은 돌기는 기생충이다. 사진=라파엘 카터, 위키미디아 커먼스.

 

실험실에서는 수조에 칸막이를 해 애벌레가 포식자의 냄새를 맡을 수는 있지만 잡아먹히지는 않도록 했다. 포식자의 먹이로는 잠자리 애벌레를 따로 주었다.
 

실험 결과 블루길과 자리를 함께 한 잠자리 애벌레의 사망률은 포식자가 없는 수조에서 기른 애벌레보다 4배나 높았다. 왕잠자리에 노출된 애벌레의 사망률도 2.5배 높았다.
 

이런 결과는 포식자에게 직접 잡아먹히지 않더라도 그 존재 만으로도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피식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고 논문은 밝혔다.
 

연구진은 포식자에 노출한 뒤 살아남은 잠자리 애벌레가 탈바꿈하는 과정도 추적했는데, 정상 개체에 견줘 탈피 때의 사망률은 1.2배 높았다. 포식자 스트레스가 오랜 기간 영향을 끼친다는 증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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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 애벌레의 최상위 포식자였던 블루길. 사진=조홍섭

 

포식자 스트레스가 사망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으로 이 논문은 에너지 획득의 감소와 병원체에 대한 취약성 증가를 꼽았다. 대부분의 피식자는 포식자를 감지하면 먹이활동을 중단한다. 따라서 포식자와 함께 있으면 성장이 억제돼 사망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진다.
 

또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가 늘어나면 면역력이 약화되며 부정적인 생리반응이 나타난다. 성장 억제와 잦은 감염이 사망을 부른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포식자가 피식자에게 끼치는 영향은 주로 직접 잡아먹는 데 국한됐다. 논문은 "포식자 스트레스가 직접 사망에 영향을 끼친다면 피식자와 포식자 사이의 동적인 관계를 연구하는데 중요한 의미를 지닐 것"이라고 밝혔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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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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