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강남, 그들만의 특권

이수경 2015.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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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강남 공공 기반시설 선점한 뒤 땅값 비싸다며 기피시설은 낙후지역 떠넘겨
고압송전선 지중화율 서울 88%, 충남 1.2%…정부, 지역균형발전 손놔

 

04650536_R_0.jpg » 서울 강남의 상징인 타워팰리스 주변 아파트 단지. 각종 특혜로 먼저 개발을 이룬 뒤 기피시설은 회피하는 이기적 행태는 비단 서울 강남 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진=이정용 기자


얼마 전 강남구청장은 한전 터 개발과 관련해 서울시와 갈등을 빚게 되자, 차라리 강남구를 특별자치구로 추방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당위성도 실익도 현실성도 없는 이 요구에 비강남권뿐 아니라 강남 주민까지도 거세게 비판했고 여론이 악화하자 강남구청은 진의가 왜곡됐다며 한 발 빼긴 했지만 또 언제 강남 특별구를 운운할지는 모를 일이다.
 
국가가 기획개발해 각종 특혜 속에서 성장한 강남구를 책임지는 구청장이 나서 개발의 이익은 독식해야 한다며 주민을 부추기는 현실이 씁쓸하고 어이없기도 하지만 이런 지역 이기주의가 강남구 만의 일은 아니다.

04856551_R_0.jpg » 충남 당진군 석문면 교로2리 마을 입구에서 바라본 당진 화력발전소. 그 사이로 765㎸·154㎸ 등 각종 송전탑과 송전선로가 어지럽게 이어져 있다. 사진=한겨레 사진 디비

 
고속도로를 타고 서울을 벗어나면 제일 먼저 서울과는 다른 하늘이 눈에 거슬린다. 어지럽게 하늘을 수놓은 거미줄 같은 송전선 때문이다.
 
대규모 화력발전단지로 인해 재산상의 피해는 물론 주민의 건강까지 크게 위협받고 있는 충남은 필요한 것보다 2.67배나 많은 전기를 생산해 서울과 수도권으로 보내고 있다.(표 1)  이렇게 생산한 전기를 서울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송전선이 충남과 경기의 하늘을 어지럽히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전기생산량의 23%를 담당해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가장 많은 전기를 생산하는 충남은 특히 석탄 화력발전의 비중이 높다. 충남도가 단국대 환경보건센터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충남도 내 4개 화력발전소 인근 주민에게서 비소와 수은이 기준치 이상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고 주민들은 발전소 영향에 따른 암 발병과 폐질환 등을 호소하고 있다.
 
게다가 전력자급률이 4.2%인 서울에 전기를 보내느라 하늘에 답답하게 드리워진 고압송전선 인근 주민의 지가하락과 건강피해까지 늘고 있다. 초고압송전선은 경관이나 경제적 피해뿐 아니라 전자파로 인해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밝혀졌다.1)

 

05081941_R_0.jpg »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갈등은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경북 청도 각북면 삼평리 고압송전탑 밀양에서 넘어오는 청도지역 22-23 송전탑이 지나가는 선로 아래 마을 주민들이 송전탑 건설 예정인 지역에 망루와 움막을 짓고 건설 관계자들을 막고 있다. 주민들은 밀양에 이어 자신들도 국가가 지켜주지 못하고 공권력에 끌려나갈것에 울분을 토하고 있다. 사진=청도 /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송전선으로 인한 건강피해는 잘 알려진 불안, 우울, 불면과 같은 스트레스 질환 외에도 소아백혈병 등과의 연관성이 밝혀졌으며2) 주민들은 송전망으로 인한 암 발병 등을 호소하고 있다.
 
이렇게 발전소 및 송전선 인근 지역에서는 건강피해는 물론 가축, 어장 피해, 개발제한과 같은 생활상의 불편함에 더해 지가 하락과 같은 경제적 피해도 제대로 보상받지 못해 주민들의 불만이 많다.
 
표 1. 전국시도별 전력 자급률

전력자급률.jpg

 
주: 전력자급률 = 전력생산량 ÷ 전력소비량
자료: 장우석, 국내 전력수급 현황과 문제점 및 개선방안,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포커스 2014 봄호

 
초고압 송전선으로 인한 재산 및 건강 피해가 속속 밝혀지고 있는데도 송전선의 피해를 최소화할 지중화 사업은 한전과 지자체가 각각 반씩 분담하여 시행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인구가 밀집해 있고 땅값이 비싼, 그래서 스스로 쓸 전기를 만들어내지 못해 송전시설에 많이 의존하고 단위면적당 전기도 많이 쓰는 서울과 같은 광역도시일수록 오히려 지중화율은 높은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서울, 대전, 대구, 광주는 전력자급률(표 1)은 광역자치단체 중 평균에 턱없이 못 미치지만 송전선로 지중화율(표 2)은 평균을 훌쩍 넘는다. 서울은 경관과 주민건강을 고려해 고압송전선을 땅에 묻는 지중화 사업이 88%(2013년)나 진행돼서 거의 완료된 반면 정작 전기를 생산하고 다른 지역으로 보내느라 건강과 재산상 피해를 입고 있는 충남지역은 지중화율이 1.2%로 미미하다.(표 2)

 

표 2. 행정구역별 송전선로 지중화율 순위

 

 

행정구역

평균 지중화율

1

서울

88.20%

2

인천

62.40%

3

부산

41.50%

4

광주

37.40%

5

제주

35.90%

6

대구

30.20%

7

대전

27.90%

8

경기

11.70%

9

세종

9.00%

10

전북

5.80%

11

전남

4.10%

12

울산

4.10%

13

경남

2.70%

14

충북

2.40%

15

충남

1.20%

16

경북

0.90%

17

강원

0.70%

전국 평균

10.70%

주 : 2013.09.30 기준

자료 :'지역별 고압송전선로 지중화 비율 최고 100배 차이 나', 2013 국감 정의당 김제남의원 보도자료

 
대규모 화력발전과 송전선 부근 주민의 피해에도 중앙정부는 과도한 전력사용을 줄이기 위한 전력가격 정상화나 신재생에너지와 같은 분산형 전원을 확대하는 등 전력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시행하지 않고 있다. 또 전원으로부터 거리에 따라 혹은 지자체의 전력자급률에 따라 요금을 차등 부과하는 전력 차등요금제도처럼 발전시설로 인한 피해와 수혜를 조정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지도 않았다.

 

05418739_R_0.jpg » 재생에너지는 원전과 석탄화력 같은 중앙집중식 전원과 달리 지역 분산형이어서 송전선 갈등의 소지가 적다. 사진은 엘지 시엔에스(LG CNS)가 경북 상주시 오태 저수지와 지평 저수지에 각 3㎿씩 모두 6㎿용량의 세계 최대 규모 구축한 수상 태양광 발전소 모습. 사진=LG CNS  
 
더욱이 전력가격 인상과 경제적 영향 때문이라는 핑계로 발전소나 송전선 주변 주민의 건강과 경제적 피해에 대해서는 제대로 보상하고 있지도 않다. 전력시설 주변주민의 피해가 커지면서 민원과 사회적 갈등이 커지는 것에 대한 정부대책은 전력 수급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뿐, 발전소나 송전망 인근 주민의 고통 해소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개발지역이 선점해 왔던 국가의 자원을 개발이 낙후된 지역에 돌리기는커녕 발전소와 같은  기피시설만 개발의 수혜를 입지 못한 지역에 떠넘기고 있는 것이 비단 전력부문 만의 일은 아니다. 

 

05329010_R_0.jpg » 하늘에서 바라본 인천시 서구 오류동 수도권매립지 제2매립장의 모습. 사진=이정아 기자
 
얼마 전 인천은 서울, 경기 등 다른 지지체의 폐기물반입을 종료하기로 한 2016년을 앞두고 매립시한을 다시 10년 연장하는 안에 합의하였다. 인근 주민은 물론 인천시민의 반대에도 다른 매립지를 찾을 수 없다는 서울, 경기의 현실이 받아들여진 결과이다. 결국 매립지 인근 주민은 재산손실과 건강피해에 더해 불편한 생활을 한동안 더 겪어야 할 처지가 되었다.
 
매립지뿐 아니다. 침출수와 악취 등으로 기피대상이 되고 있는 음식물폐기물 처리의 경우 서울시는 하루 총배출량 3082톤 중 소각으로 9.6톤, 재활용으로 908톤만 자체 처리할 뿐 70%가 넘는 폐기물을 경기 인천 등 인근 지자체에 재활용이란 명목으로 떠넘기고 있다.3)

 
지가가 비싸고 인근 주민의 반대가 거세 당장 매립할 곳을 찾을 수 없다는 서울과 경기의 현실론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앞으로도 10년 더 참으라는 이유가 폐기물을 쏟아내는 개발에서 소외되어 땅값이 싸다든가, 다른 곳에서는 참아낼 지역을 찾지 못하겠다던가 하는 그동안의 불이익과 인내가 근거여서는 안 되는 것 아닐까?
 
매립지를 찾지 못하겠다면 서울과 경기는 폐기물 감량과 재활용에 대해 보다 철저하고 엄격한 계획과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  또 매립비용뿐 아니라 매립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건강 피해에 대해서도 책임져야 한다. 폐기물 매립은 침출수나 매립지 인근의 소음, 악취  등도 문제지만 이동과정에서의 소음, 악취 등도 커다란 문제이기 때문에 김포매립지뿐 아니라 이동경로에 있는 모든 시민이 그 피해자다.
 

04867956_R_0.jpg » 2013년 10월23일 경기 분당시 구미동 구미공원에서 ‘구미동 송전선로 지중화사업 준공 기념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송전선을 둘러싼 갈등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거액을 들여 지중화를 축하하는 잔치를 벌이는데 대한 따가운 눈총이 쏟아졌다. 사진=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강남이나 서울과 같은 개발의 수혜지역은 개발 초기에는 효율성이란 명목으로 국가 공공의 재산인 기반시설을 선점하고 개발시기에는 인구와 자원을 점점 더 집중시키면서 성장해 왔다. 그러나 개발을 위한 발전시설이나 개발에 따르는 매립지와 같은 기피시설은 인구밀집지역이라는 이유로, 지가가 비싸다는 이유로 개발 순위에서 뒤처진 다른 지자체에 떠넘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개발단계에서 국가 공동의 자원을 선점하는 수혜를 입은 서울이나 강남이 계속해서 개발의 이익을 독점하겠다고 우기는 건 염치없는 짓이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가 먼저 제 주민보다 다른 지자체의 사정을 고려하기를 바랄 수는 없다.
 
국가가 균형있게 성장하도록 정책을 수립하고 갈등을 조정해야 하는 것이 중앙정부가 할 일이다. 개발공약을 남발하고 난개발을 막는 최소한의 규제마저 풀어버리는 것으로는 박근혜 정부가 공약한 “어느 곳에서나 보장받는 삶의 질”도 공염불로 끝날 공산이 크다. 
 
취득세와 같은 지방세를 제 맘대로 깎아 준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재정악화를 빌미로 지역교부금을 삭감하겠다며 개발에서 소외된 지자체를 몰아댄다고 지역 간 격차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중앙정부는 힘이 불균등한 지자체간 갈등에서 균형을 잡고 개발로 인한 수혜와 책임이 고루 나누어지도록 중앙의 재원을 분배해야 한다. 그래야, 박근혜 정부가 공약한 “우리나라 어디서 살 건 국민 모두가 최소한의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이수경/ 환경 운동가·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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