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 1㎏ 생산에 물 1만 5000ℓ 든다

김정수 2014. 0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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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2일 '세계 물의 날' 앞두고 생각해 보는 '가상수와 물발자국'

물부족 고통은 약자 몫, 생태계 다른 생물엔 생존 위협도

고기ㆍ가공식품 덜 먹고 소비 줄여야, 지구촌 가난한 이웃과 생명에 대한 배려

 

ga1.jpg » 세계 가상수 흐름(1995~2005) 왼쪽 막대는 가상수 순 수입량)단위: 10억㎥/년) 자료+물발자국 네트워크 보고서 '국가 물발자국 계정'(2011)

 
커피 한 잔에 ‘사용되는’ 물은 얼마나 될까? 식도로 넘어가는, 눈에 보이는 200㎖ 남짓한 물이 전부가 아니다.

 

그 한 잔의 커피를 만드는 데는 빙산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하다. 전 세계의 지속가능하고 공정한 수자원 이용을 목표로 활동하는 ‘물발자국 네트워크’가 계산한 것을 보면, 우리가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사용하는 물의 총량은 130ℓ가 넘는다.

 

커피 한 잔에 들어가는 평균 7g가량의 커피 원두 생산ㆍ가공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소비된 물과 오염된 물을 모두 합치면 그렇다는 얘기다. 커피에 설탕을 넣어 먹는다면, 물 사용량은 3g짜리 각설탕 하나에 5ℓ꼴로 늘어난다.

W.J.Pilsak.jpg » 사진=W. J. 필사크, 위키미디어 코먼스

 

모든 생명이 의존하는 지구 전체의 물의 양은 달라지지 않는다. 대기 중의 수증기, 하천과 호수에 있는 지표수, 극지방에 있는 얼음과 눈, 지하수, 동식물 생체 속의 수분, 바닷물 등으로 형태와 위치를 바꿔가며 끊임없이 순환할 뿐이다.

 

문제는 이 가운데 사람들이 먹고 생산 활동에 사용할 수 있는 물이 부족해진다는 점이다. 인구 증가와 생활수준 향상으로 물 소비와 오염 속도가 점점 빨라지면서 사용된 만큼 물 순환 과정을 통해 보충되는 속도 사이의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 부족은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국가 전체든 지역적 차원에서든 경험하고 있는 현상이다. 어느 곳에서든 물이 부족할 때 가장 먼저 고통받는 사람들은 언제나 힘없고 가난한 이들이다.

 

Ferdinand Reus_682px-Mali_water_pump.jpg » 선진국의 상품 소비는 개도국 주민과 생태계에 물 압박으로 작용한다. 말리의 한 소녀가 펌프로 물을 길어올리고 있다. 사진=페르디난드 레우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물은 또 인간과 다른 동식물이 나눠 써야 하는 자원이어서 물 부족은 인간을 넘어선 생태계 전반의 문제다. 인간이 물 부족으로 불편을 느낄 정도면, 인간과의 관계에서 약자인 다른 생물들은 이미 생존의 위협에 내몰린 상황일 수 있다.

 

인간이 강물을 너무 퍼내 쓰는 바람에 강의 흐름이 끊기거나 오염도가 치솟아 생태계가 교란되고 물고기들이 살 수 없게 되는 경우가 그런 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기금과 같은 국제기구와 환경단체, 지속가능발전 전문가 등이 인도적이고 생태적인 차원에서 지구촌 물 부족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에 관심을 기울여온 이유다. ‘가상수(Virtual Water)’와 ‘물발자국(Water Footprint)’은 이런 고민의 과정에서 나온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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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2012년에 낸 ‘물발자국 개념의 정책적 도입과 활용 방안’ 연구보고서를 보면, 영국 런던대학의 앨런 교수가 1998년 처음 소개한 개념인 ‘가상수’는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어떤 상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사용된 물을 의미한다.

 

‘물발자국’은 어떤 제품을 생산해서 사용하고 폐기할 때까지의 전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소비되고 오염되는 물을 모두 더한 양이다. 이 개념은 물발자국 네트워크 공동 창립자의 한 사람인 네덜란드 트벤터대학의 아르옌 훅스트라 교수가 2002년 처음 소개했다.
 

가상수라는 시각에서 보면 바싹 건조된 쌀에도 공장에서 나오는 온갖 공산품에도 많든 적든 물이 함유돼 있는 셈이다. 물발자국 네트워크의 분석에 따르면 쌀 1㎏에는 평균 2500ℓ의 가상수가 함유돼 있다. 우리가 외국에서 쌀 1t을 수입하는 것은 쌀과 함께 가상수 250만ℓ를 수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물발자국 네트워크의 ‘국가 물발자국 계정(2011)’ 보고서는 이처럼 수입품과 수출품에 포함된 가상수의 무역수지를 계산해, 우리나라를 멕시코, 유럽, 일본과 함께 대표적인 가상수 순수입국으로 분류한다. 물 부족에 따른 ‘물 스트레스’ 상태에 있는 인도, 중국, 파키스탄, 오스트레일리아 등은 가상수 무역수지상 순수출국으로 분류된다. 이들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과 하천ㆍ호소의 수생 생물들에게 가해지는 고통에 가상수 수출도 한몫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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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발자국 네트워크가 1996~2005년 자료를 바탕으로 계산한 미국 소비자 한 사람의 연평균 물발자국은 2842㎥로 중국 소비자 한 사람의 연평균 물발자국(1071㎥)의 세 배에 가까웠다. 물발자국이 탄소발자국과 마찬가지로 생활수준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인 1인당 연평균 물발자국의 약 20%는 외국에서 만들어지는데, 그 가운데 가장 큰 물발자국은 중국의 양쯔강에 찍히고 있다. 한국인 1인당 연평균 물발자국은 1629㎥로, 전체의 78%는 곡물, 육류 등의 농산물에 함유된 가상수 수입을 통해 외국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 물발자국 네트워크의 분석이다.
 

물발자국 네트워크의 ‘국가 물발자국 계정(2011)’ 보고서를 보면, 1996~2005년 10년간의 연평균 전 세계 물발자국은 9조870억㎥에 이른다. 여기엔 농산물에 의한 물발자국의 비중이 92%로 절대적이다.

 

Dan Ogle, USDA.jpg » 바싹 마른 곡물을 만드는데도 관개용수 같은 다량의 물이 들어간다. 사진=댄 오글, 미국농무부, 위키미디어 코먼스

 

전세계의 평균적 소비자가 남기는 연평균 1385㎥의 물발자국은 27%가 곡물 소비, 22%가 육류 소비, 7%가 유제품 소비를 통해 만들어진다. 달걀과 동물성 지방, 가죽제품 소비 등까지 포함하면 축산물 소비에 의해 찍히는 발자국이 단연 크다.

 

주요 축산물 1t당 지구 평균 발자국의 크기는 소고기가 1만5400㎥로 가장 크고, 돼지고기 6000㎥, 닭고기 4300㎥, 달걀 3300㎥, 우유 1000㎥ 순이다. 음식점에서 소고기 1인분(200g기준)을 구워 먹을 때마다 지구에 3080ℓ의 물발자국을 남기는 셈이다.

 

Vaarok_Dairy_cattle,_Synergy_Farm,_New_York.jpg » 쇠고기 1㎏을 생산하는데는 1만 5000㎏의 물이 든다. 사진=바로크, 위키미디어 코먼스

 

과일 주스의 1t당 지구 평균 물발자국은 토마토 270㎥, 포도 675㎥, 오렌지 1000㎥, 사과 1100㎥, 파인애플 1300㎥로, 과일 종류에 따라 최대 5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과일을 그대로 먹을 경우는 주스로 가공한 제품을 먹을 때보다 물발자국이 크게 줄어든다.

 

파인애플 1㎏의 물발자국은 255ℓ로 같은 무게 주스 제품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술에서는 맥주의 물발자국이 t당 300㎥로 와인(870㎥)의 3분의 1 수준이다. 패스트푸드점에서 파는 쇠고기 버거 1개의 평균 물발자국은 2500ℓ에 이른다.
 

흔히 먹는 가공식품 가운데 소비량 대비 물발자국이 특히 큰 것은 초콜릿이다. 1t당 평균 1719만6000ℓ이니, 가게에서 50g짜리 초콜릿 하나를 사먹을 때마다 일반 가정 욕조 3개 정도를 채울 수 있는 양의 물 860ℓ를 사용하는 셈이다. 초콜릿이 아니었다면 다른 용도에 쓰이거나, 자연스런 순환 과정에 스며들어 생태계를 더 건강하게 만들었거나, 오염되지 않았을 물이다.
 

André Karwath aka _617px-Chocolate.jpg » 초컬릿 하나를 먹을 때마다 욕주 3개의 물을 마시는 셈이다. 사진=안드레 카르와트 아카, 위키미디어 코먼스

 

해외에서는 코카콜라, 스타벅스 등 글로벌 기업들을 중심으로 제품 생산과 공급 과정에서 물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확산되고 있으나, 국내에서 물발자국은 아직 연구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9년부터 학회지와 학위 논문 등에 소개되기 시작한 관련 연구도 개념과 도입 필요성에 대한 연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태다.
  

농축산물을 비롯한 다양한 상품 소비를 통해 만들어지는 물발자국의 크기는 생산 환경과 방식에 따라 어느 정도 차이를 나타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국내 소비를 기준으로 한 상품들의 물발자국 데이터가 아직 구축되지 않아 물발자국 네트워크의 지구 평균 자료를 참고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물발자국 개념의 정책적 도입과 활용 방안 연구’를 총괄한 노태호 연구위원(글로벌전략센터장)은 “국내 생산 농산물을 제외하고 우리가 소비하는 대부분의 상품의 물발자국은 지구 평균치와 큰 차이가 없어 그대로 적용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노 연구위원은 “물발자국은 생태발자국, 탄소발자국과 마찬가지로 우리 삶과 소비 생활 전반을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 하나의 규제를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제한된 자원의 올바른 사용을 유도하는 수단으로 물발자국을 제도적으로 도입해 환경영향평가 등에도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해외에서는 물발자국을 넘어 에너지발자국에 대한 논의까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엔은 ‘물과 에너지’를 오는 22일 ‘세계 물의 날’의 주제로 내걸고, 전 세계에 물과 에너지의 상호 연관성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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