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쓰레기 블랙홀, 온 마을이 ‘오염 백화점’

이동수 2015. 0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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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가구의 80%가 폐기물 재활용…가공과정서 유해물질 노출, 환경오염도 심해

처리비 싸고 규제 느슨한 개도국으로 이동, 세계 전자폐기물 중국 70%가 중국으로

 
ewaste1.jpg » 외국에서 수입된 다량의 전자폐기물 때문에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중국 광동성 뀌이위의 한 집에 전자폐기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사진=그린피스

전자폐기물이란 글자 그대로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텔레비전이나 개인용 컴퓨터, 게임기, 휴대전화기,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과 복사기, 프린터, 팩스기, 전선 등 사무용 전기·전자제품들이 폐기되면서 발생한 쓰레기이다.
 
마을 전체가 전자폐기물로 덮여있는 것 같은 중국 광동성의 꾸이위는 외국으로부터 다량의 전자폐기물을 수입하여 국제적으로 오명이 높은데, 쓰레기 수출입 문제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재활용 명목으로 수입되어 이 지역까지 오게 된 전자폐기물은 돈이 되는 성분이 회수될 때까지 종종 대규모로 야적 보관이 되기 때문에 토양과 인근 하천, 지하수가 그 쓰레기로부터 침출된 유해물질로 심각하게 오염이 된다.

 

ewaste_greenpeace_guiyu-woman-river.jpg » 꾸이위의 한 주민이 개울가에 전자폐기물이 쌓여있는 하천에서 빨래를 하고 있다. 사진=그린피스
 
또한 돈이 되는 성분은 보호 장비 하나 없는 환경에서 단순작업을 통해서 회수된다. 인구 15만 정도의 이 지역에서 전체 가구의 80% 정도가 전자폐기물 재활용 일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회로 기판 속의 납 등 다수의 중금속과 환경호르몬인 가소제(프탈레이트)와 방염제(PBDEs), 미세먼지, 작업에 사용되는 화학물질들에 지속적으로 노출된다.

 

ewaste-2.jpg » 꾸이위의 작업자들이 휴대전화의 회로기판을 분해하고 있다. 사진=Xia Huo et al. Environmental Health Perspectives • VOLUME 115_NUMBER 7, July 2007  

 

또한 이때 배출되는 유해물질들은 당연히 주변 환경을 오염시킨다. 돈 되는 것을 어느 정도 빼낸 이후 더는 쓸모가 없어진 쓰레기들은 종종 노천에 그대로 투기하거나 들판에서 태워서 처리한다.
 
이렇게 버려지면 장기간에 걸쳐 유해한 화학물질들이 스며 나오게 되고 또한 태우는 과정에서는 유독한 불완전 연소물이 발생하여 주변을 오염시키며 지역 주민들의 건강까지 위협하게 되는데, 플라스틱이나 전선 피복의 소각과정에서 발생되는 다이옥신류 화합물이 그러한 대표적 오염물질이다.

 

ewaste3.jpg » 꾸이위의 산을 녹이는 공장에서 노란 증기가 새어나오고 있다. 사진=Xia Huo et al., Environmental Health Perspectives • VOLUME 115, NUMBER 7, July 2007.
 
실제로 꾸이위 지역에서 한 환경오염조사와 주민건강조사는 심각한 결과를 보여준다. 먼저 납, 카드뮴, 다이옥신, PBDEs, PCBs 등 다양한 유해물질에 의한 대기, 토양, 하천, 우물물의 오염도가 국제적인 기준치나 타 지역의 오염도를 훨씬 초과하는 수준이다.2)
 
예를 들어, 다이옥신에 의한 대기오염도는 전 세계에서 관측된 최고의 수준이었으며 (65~2,765 pg I-TEQ/m3),3) PBDEs의 경우 그다지 깨끗하다고 할 수도 없는 도시인 홍콩의 약 300배 이상의 대기오염도(최고 16575 pg/m3)가 관측되었다.4)
 
ewaste4.jpg » 전자폐기물을 인두로 녹여 유용 성분을 분리하고 있는 꾸이위의 여성 작업자. 사진=Xia Huo et a., Environmental Health Perspectives • VOLUME 115, NUMBER 7, July 2007.

 

중금속에 의한 대기 오염도 심해서 이 지역의 도로변 대기 중 분진 중 납 함량수준은 무려 2만㎎/㎏으로서 이는 세계 여러 도시의 도로변 분진 중 평균 납 함량의 대략 50배, 미국 전 지역의 표토 중 납 평균 함량의 약 800배 수준에 해당하는데, 더욱 놀랍게도 전자폐기물 처리작업장 내의 분진 중 함량은 도로변 분진의 5배 이상의 농도에 달했다.5)
 
강물에서는 그 지역의 음용수 수질 기준의 8 배를 초과하는 납 오염(0.4 mg/L)이,6) 강바닥의 퇴적층에서는 유럽과 북미 국가의 10~1000배 이상 수준인 1만6000 ng/g의 고농도 PBDEs 오염이7) 각각 보고되었다.

 

ewaste_greenpeace_guiyu-child-wires.jpg » 전자폐기물 더미 속에 있는 꾸이위 어린이. 사진=그린피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쌀, 계란, 닭고기, 생선, 어패류, 채소 등 먹거리의 오염도 또한 심각하다.8) 이러한 먹거리의 오염 때문에 꾸이위 지역주민의 하루 PBDEs 섭취량은 전자폐기물 재활용산업이 없는 도시의 최소 21배에서 최고 481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평가되었다.9)
 
또한 사람의 혈액, 머리카락, 태반, 제대혈, 모유 등의 조사결과는 환경과 먹거리의 심한 오염으로 인해 인체오염도도 매우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데,10) 그 때문에 일반 지역에 비해 4배 이상 높은 사산율을 보일 뿐만 아니라 어린 아이들의 경우 저체중 발생 빈도가 1.5배 이상 잦았으며, 키도 1.4㎝정도 더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11) 
 
ewaste_greenpeace_guiyu-girl-lighter.jpg » 라이터 불로 전자폐기물에서 쓸만한 부품을 녹여내고 있는 꾸이위의 한 여성. 이 과정에서 유해물질 증기가 폐를 통해 혈관으로 흡수될 우려가 크다. 사진=그린피스

 

또한 아이큐 점수로는 5~8점 정도에 해당하는 지능저하 가능성,15 유전자 손상 가능성 등이 추정되고 있어서 건강에 대한 심각한 악영향이 이미 나타나고 있거나 혹은 그 잠재적 가능성이 우려되는 수준에 있다.12)
 
오늘날 돈과 상품이 과거 어느 시대보다도 국경을 넘나들며 자유롭게 대규모로 이동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쓰레기도 마치 하나의 상품처럼 이들과 같이 활발하게 국경을 넘나든다.
 
심각하게 저평가된 것으로 추측되지만 전 세계 60여개 국가들이 유엔에 보고한 폐기물의 수출입량이 2003년 한 해에만 대략 760만t에 이른다고 하며 그 양은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이다.13)
 
ewaste_Zinneke _800px-0ld_keyboards.jpg » 세계화는 쓰레기도 하나의 상품이 되어 국가 사이를 이동한다. 사진=Zinneke, 위키미디어 코먼스

 

쓰레기의 국가 간 이동이 이렇게 활발한 이유는 결국 돈 때문이다. 즉, 나라마다 쓰레기 관련 규제수준과 경제적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쓰레기 관리비용의 차이가 크다.
 
보통 잘 사는 나라가 상대적으로 가난한 나라보다 규제수준과 관리비용이 높기 때문에 자체 처리가 만만치 않은 쓰레기를 가난한 나라로 내보내서 처리하려는 강한 경제적 동기가 늘 있다.
 
그러나 이런 쓰레기의 수출은 사실상 처리가 곤란한 쓰레기를 가난한 나라에 헐값으로 떠넘기는 것으로서 그 자체가 옳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가난한 수입국에서는 느슨한 환경규제와 뒤떨어진 기술 탓에 쓰레기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은 환경오염과 피해를 크게 가중시키게 된다.

ewaste6.jpg » 폐기물이라도 돈이 되는 곳이라면 어디든 간다. 아프리카 가나의 전자폐기물 집하장 사진=marlenenapoli, 위키미디어 코먼스

 
이러한 문제를 줄이기 위해 특히 유해폐기물을 중심으로 쓰레기의 국가 간 이동을 규제하는 바젤협약이 만들어졌지만 불법이든 합법이든 규제를 피하여 쓰레기는 여전히 국가에서 국가로 떠넘겨져지고 있다. 규제를 피하기 위해 가장 흔하게는 재활용이라는 미명하에 쓰레기가 국경을 넘어 거래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의 석탄재 등 쓰레기를 재활용 혹은 에너지회수 등의 명목으로 수입하여 시멘트 제조과정에 사용하였으며 이로 인해 중금속으로 오염된 시멘트가 주택건설에 사용되어 문제를 일으켰다.14)
 
꾸이위의 경우처럼 최근 들어 재활용이라는 이름 아래 대규모의 국가 간 이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대표적 쓰레기는 전자폐기물이다. 이 가운데 특히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이동전화기와 노트북 컴퓨터, 탁상용 컴퓨터 등 개인용 전자제품의 쓰레기들이다.
 
그 사용대수 자체가 대단히 많을 뿐만 아니라(2011년 전 세계에서 사용 중인 휴대전화기만 자그마치 60억대로 추정15)), 판매이윤의 극대화를 위해 의도적으로 내구성이 짧게 생산되기도 했으며, 빠른 신기술 개발속도와 신제품으로의 교체를 부추기는 판매전략 탓에 외국에서도 컴퓨터와 휴대전화의 교체주기가 각각 3년, 2년 정도에 불과하다.16)
 
이렇게 빠르게 교체된 제품들은 해 마다 엄청난 양(유엔개발계획 추정 연간 약 2000만~5000만t)의 쓰레기로 바뀐다. 그러나 2~3년 정도 사용된 것이라면 교체됐다 하더라도 사실상 거의 그대로 재사용할 수 있는 것들이 많으며, 이들 가전제품의 내부에는 금, 은, 팔라듐, 코발트, 구리, 인듐 등 회수하면 돈이 되는 재료와 부품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폐기 이후에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납, 수은, 비소, 카드뮴, 크롬, 리튬, 주석, 베릴륨 등 유해한 중금속과 프탈레이트류 가소제, 방염제, 인, 석면 등 유해물질들이 또한 다수 포함되어 있다. 문제는 잘 사는 나라일수록 폐기량은 많은 반면 재사용 수요는 거의 없고, 돈이 되는 것을 회수하여 얻는 이익보다는 그에 필요한 비용이 더 크며, 또한 높은 규제수준 때문에 쓰레기의 유해성분을 처리하는데 돈이 많이 들어 처치가 곤란해 폐기물을 수출로 둔갑시켜 처리하려 한다. 
 

반면에 가난한 나라에서는 수입되는 중고품의 재사용 수요도 상대적으로 크다. 또한 싼 임금을 기반으로 단순노동을 통해 돈이 되는 것들을 회수하고 나머지를 그냥 내다 버리듯이 대충 처리할 수 있으니 장사가 된다.

ewaste_640px-Ewaste-delhi.jpg » 인도 델리의 전자폐기물. 폐기물은 인건비가 싸고 규제가 느슨한 곳에서 상품으로 둔갑한다.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이러한 조건에서는 부자 나라에서 버려진 전자폐기물이 재활용 명목으로 가난한 나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이는 한편으로는 지구적 차원에서 자원의 재활용이란 순기능을 담당하는 면이 없진 않지만, 그 과정에서 가난한 나라에서는 작은 경제적 기회를 얻는 대신 부자 나라가 짊어져야할 심각한 건강피해와 환경오염을 떠안게 된다.
 
아리 그림에서 대략적으로 나타나 있듯이 휴대전화와 개인용 컴퓨터 등 전자폐기물을 외국으로 가장 많이 떠넘기는 나라들은 미국과 유럽 국가이며 일본은 물론이고 우리나라도 떠넘기는 나라에 속한다.
 
ewaste_graph.jpg » 알려져 있거나 추정되는 전자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경로(연녹색: 수출국가, 적색: 수입국가), 그림=UNEP

 

한편, 세계 전자폐기물의 70%, 아시아 전자폐기물의 90%가 흘러 들어가는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이 압도적인 수입국이며 더불어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와 가나, 인도와 파키스탄, 동남아의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남반구 국가들이 주요 수입국이다.
 
중국 꾸이위 지역뿐만 아니라 전자폐기물은 이를 떠안은 곳에서는 어디든 예외 없이 큰 문제를 일으킨다(유튜브에서 “e-waste“로 검색하면 여러 수입국의 실상에 대해 생생한 동영상들을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사실 얼마나 많은 양의 전자폐기물이 어떤 경로로 수출입되고 있는지 자국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나라조차 없다.
 
우리나라도 물론 예외가 아니다. 미국의 경우 재활용 명목으로 국내에서 수집된 전자폐기물의 80% 정도가 중국으로 다시 수출되는 것으로 겨우 추정하고 있고, 유럽의 여러 항구에서 불법으로 전자폐기물을 수출하려다 적발되기도 하였다. 이렇듯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필요한 가장 기초적인 현황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앞으로 갈 길이 매우 멀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자폐기물의 국제적 이동, 즉 세계화에 따른 문제를 살펴보았으나 이러한 문제가 반드시 전자폐기물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다. 1997년에 북한이 돈을 받고 대만의 핵폐기물을 처리한다고 하여 우리나라에서도 난리가 난 적이 있는데,17)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방사능으로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는 폐콘크리트, 석탄재, 고철과 슬래그 등이 제대로 검사되지 않은 채 수입되어 왔고 특히 후쿠시마사고 이후에 그 지역에서 배출된 고철을 다량 수입했다.
 
이렇게 일본을 비롯하여 외국에서 수입된 폐기물이 방사능으로 오염되었다면 이것들이 결국은 도로나 주택 등의 재료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18) 2011년 서울시 노원구의 월계동에서 발견된 아스팔트 도로의 방사능 오염19)과 같이 전혀 예상치 못하게 우리의 주변 생활환경을 방사능으로 오염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사례는 전자폐기물 말고도 다양한 종류의 유해한 쓰레기들이 무책임하게 국제적 이동을 하고 그로 인해 모르는 사이에 우리도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음을 피부로 느끼게 해 준다.
 
필요에 따라 구매하고 소비하는 내 생활이 나도 모르게 다른 나라 사람들의 건강피해나 환경파괴에 일조할 수 있으며, 거꾸로 일면식도 없는 외국인의 결정이 내게도 피해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줄이거나 예방하기 위해서 개개인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판단하기는 매우 어렵다. 소비할 때마다 당장 필요한 내 욕구를 누군지 알 수도 없는 타인의 피해를 고려해 억제하는 일이 쉽지도 가능하지도 않은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미 오래 전 세계가 동의한 ‘제 쓰레기를 남에게 떠맡기지는 않겠다’는 약속(1992년 바젤협약)을 우리가 지키고 있는지를 감시하고 경계하는 일은 필요하다.

 

이동수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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