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포유류의 몰락, 어디까지 사람 책임일까

조홍섭 2011. 11. 04
조회수 87446 추천수 1

매머드, 털코뿔소 등 멸종의 길은 종마다 달라

기후변화와 인간 환경훼손이 합쳐 대멸종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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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 등에 서식하는 사향소. 거대멸종의 물결에 살아남았다. 사진=베스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마지막 빙하기가 극성을 떨치던 지난 2만년 전만 해도 유라시아와 북아메리카에는 거대한 포유류가 득실거렸다. 매머드와 소형차 만한 큰땅늘보, 동굴곰 등이 대표적 예이다.
 

그런데 150개 속에 이르던 거대 포유류는 간빙기와 함께 대멸종의 길을 걸었다. 지난 5만년 동안 사라진 대형 포유류의 비율은 북아메리카에서 72%, 유라시아 대륙에서 36%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이 대멸종의 원인은 기후변화로 설명한다. 추운 기후에 적응해 진화한 이들 대형 동물들이 더워진 기후에 견디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급격한 기후변화를 겪은 대륙일수록 생물종의 멸종률이 높다.
 

하지만 이런 설명에는 한계가 있다. 지난 250만년 동안 북반구는 여러 차례 빙하기와 간빙기를 겪었다. 추운 곳에 살던 동물들은 간빙기 때 기후가 맞는 추운 곳으로 대피해 근근이 버티다가 다시 빙하기가 오면 번창하곤 했는데, 왜 하필 마지막 빙하기를 넘기지 못했냐는 것이다.
 

마지막 빙하기는 인류가 급격히 퍼져나가던 시기이고 북아메리카와 호주 대륙에서 사람의 출현시기와 대형 동물의 멸종 시점은 일치한다.
 

이처럼 멸종원인을 둘러싼 사냥설과 기후변화설의 논란을 종식시킬 대규모 연구결과가 나왔다. 에스케 윌러슬레프 덴마크 코펜하겐 대 고 유전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2일치 <네이처>에 실린 논문에서  지난 5만년 동안 거대 포유류가 겪은 멸종위기를 유전학, 고고학, 기후학, 지질학 등 여러 학문 분야에서 종합적으로 접근한 연구 결과를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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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연구진이 조사한 6가지 대형 포유류 분포 범위의 시기적 변화. 동물은 위로부터 털코뿔소, 매머드, 야생말, 순록, 들소, 사향소를 가리키며 연대의 단위(kyr BP)는 현재부터 1천년 전을 가리킨다. 그림=<네이처>.   

 

방대한 기후자료로 동물의 서식범위를 추정하고, 유전적 다양성 정보로 개체수가 얼마였는지를 알 수 있다. 또 유적지에서 발견된 동물 뼈는 인류가 그 동물을 사냥했음을 가리킨다. 
 

연구 대상은 털코뿔소, 매머드, 야생말, 순록, 들소, 사향소 등 6종의 대형 동물이었다. 연구를 통해 분명해진 것은 무엇보다 서식지의 면적이나 유전적 다양성 등으로 멸종위험을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었다.
 

연구책임자인 윌러슬레프는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산타클로스는 순록이 아닌 매머드가 썰매를 끌도록 했을지도 모른다. 순록이 살아남은 것은 순전히 우연”이란 말로 생물 멸종의 복잡성을 표현했다. 종마다 다른 멸종의 길을 걸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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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코뿔소 상상도. 사진=로리시오 안톤, 위키미디아 커먼스.

 

털코뿔소는 유럽과 아시아에 넓게 분포했는데 1만 4000년 전에 모두 사라졌다. 그런데 털코뿔소와 사람의 거주지역은 전혀 일치하지 않아 멸종원인은 사람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기후변화 탓인 것으로 이 논문은 추정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매머드는 기후가 따뜻해지면서 조금씩 북쪽으로 서식지를 옮기며 끈질기게 생존해 이집트에 피라미드가 건설되던 4000년 전까지 살아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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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동토에서 발굴한 매머드 엄니. 사진=베스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대.

 

매머드와 마찬가지로 야생말도 사람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야생말은 유럽과 아시아에 최근까지 서식했으나 가축화된 후손을 남기고 멸종했다. 인간의 유적지 3분의 2에서 야생말의 뼈가 발굴된 것으로 보아 사냥이 성행한 것으로 연구진은 보았다.
 

순록과 들소, 사향소는 멸종을 모면했다. 순록은 극지방에서 안전한 서식지를 확보했고, 들소는 아시아의 무리는 멸종했지만 북아메리카에서 살아 남는데 성공했다. 사향소는 그린란드에 5000년 전 터를 잡은 뒤 확산됐다.
 

빙하기와 간빙기는 추운 기후에 적응한 대형 동물에게 일종의 병목현상처럼 작용했다. 간빙기가 오면 동물들은 아직도 추운 좁은 지역을 피난처로 삼아 다음 빙하기를 기다렸다.
 

연구진은 마지막 빙하기가 끝난 뒤 인류가 퍼져나가면서 사냥과 농경으로 인한 환경변화 등으로 일부 대형 동물들이 피난처를 찾지 못한 것이 멸종으로 이끌었을 것으로 보았다.
 

이 연구는 지구온난화와 인류에 의한 서식지 파괴가 생물의 멸종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를 예상하는데 좋은 지침이 된다.
 

윌러슬레프는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 대 홈페이지에 실린 연구 보도자료에서 "우리가 알아낸 것은 이들 (대형 포유류의) 멸종에 대한 단일 원인 이론에 종말을 가져왔다”며 “멸종은 기후변화와 인간 영향의 합작품이며 그 영향은 개별 종마다 달라진다”고 말했다.
 

한편, 헨드리크 포이나 캐나다 맥마스터 대 고 유전학자는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대형 포유류에 닥쳤던 일을 현재의 더 작은 동물과 식물에 적용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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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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