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서해안 하구 원형, 생명의 보고 탐진강 하구

김정수 2015. 10.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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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학원 27개 하구 생태계 조사지 중 생물다양성 가장 풍부, 1131종
바다와 만남 가로막는 하굿둑 없고 주변산지 등과 생태적 연결 잘된 덕


ta0.jpg » 전남 강진군 상하수도사업소에서 하류 쪽으로 1㎞쯤 내려간 지점의 제방 위에 서서 바다 쪽으로 바라본 탐진강 하구. 양옆으로 보이는 키 큰 식물들은 갈대 군락, 나머지 군데군데 군락을 이룬 키작은 풀들은 지채 군락, 그 사이 식물이 뿌리내리지 못한 개펄은 망둥어들의 놀이터다. 점차 밀물이 들어오면서 수위가 높아지기 시작하는 모습이다. 사진=강진/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하구는 강의 종착지다. 긴 여정을 끝낸 강물은 하구에서 바닷물과 뒤섞여 사라진다. 강이 강으로서 생명을 다하는 하구 지역은 다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생명의 보고이기도 하다. 담수 생태계와 해수 생태계 두곳의 특성을 모두 지닌 생태적 점이지대를 이루기 때문이다.
 

하구는 어느 곳이나 많든 적든 이런 특성을 지니고 있지만, 전남 강진의 강진만으로 흘러드는 탐진강 하구는 국립환경과학원이 특별히 생태적 가치가 높다고 ‘공인’한 곳이다. 환경과학원이 2004년부터 해마다 전국의 하구 가운데서도 생물 다양성이 우수할 것으로 예상되는 2~3곳을 골라 식물상·어류·육상곤충·기수무척추동물 등 13개 분야에 걸쳐 정밀조사한 결과다.
 

탐진강 하구에는 기수갈고둥·붉은발말똥게·꺽저기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 9종을 포함한 1131종의 생물이 살아간다. 식물 424종, 조류 75종, 포유류 12종, 어류 47종, 육상곤충 325종, 양서파충류 11종, 담수무척추동물 51종, 기수무척추동물 53종, 식물플랑크톤 48종, 동물플랑크톤 85종 등이 탐진강 하구가 품고 있는 생물종의 명세다.

 

ta3.jpg » 탐진강 하구에 서식하는 붉은발말똥게. 사진=국립환경과학원

 

이 생물종수는 환경과학원이 한강과 낙동강 등 4대강을 뺀 나머지 동·서·남해안 27개 하천 하구역 정밀조사에서 확인한 생물종수 가운데 가장 많다. 섬진강과 광양의 수어천, 순천의 동천, 장흥의 남상천 등 조사가 이뤄진 남해안 11개 하구의 평균 출현 종수 632종의 2배 가까운 수준이다.
 

탐진강 하구가 이처럼 높은 생물다양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 환경과학원 습지센터의 김태성 연구관은 “탐진강 하구가 둑이 없는 열린 하구로 돼 있어 자연적인 기수역이 넓게 형성되고, 하구 습지에 인접한 농경지·산지·소하천 등의 생태적 연결성이 양호한 덕”이라고 진단했다.

 

환경과학원이 파악한 것을 보면, 전국의 463개 하천 하구 가운데 절반가량인 228곳은 하굿둑으로 막혀 있고 나머지 절반은 열려 있다. 하지만 국가하천급 대형 하천 가운데 하굿둑이 없는 곳은 탐진강을 제외하면 한강과 섬진강 정도다.
 

탐진강 하구도 간척과 하천변 정비사업으로 하구 간석지 일부와 하천변이 농지로 바뀌는 변화까지 피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5일 돌아본 탐진강 하구는 많은 구간들이 여전히 넓게 유지되고 있는 물길과, 그 양쪽을 뒤덮은 갈대숲들로 마치 자연 하구와 같은 느낌을 주었다. ‘인공’이 시간이 흐르면서 안정화돼 자연의 일부로 녹아든 결과다.

ta1.jpg » 기수갈고둥. 강하구의 기수역에 서식하는 무척추동물이다. 사진=국립환경과학원

 

바닷물은 바다가 시작되는 강 한가운데 자리한 섬 가우도에서 15㎞가량 상류의 강진군 군동면 석교리 석교교 아래 수중보까지 아무 제지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올라온다. 그 사이 구간의 하천변 식생은 소금기 있는 물에 어느 정도까지 잠기느냐를 기준으로 철저히 구분돼 있다.

 

밀물이 밀려와도 줄기 꼭대기까지 다 잠기지 않는 조금 높은 지역은 예외 없이 갈대로 덮여 있고, 밀물 때 물에 완전히 잠기는 낮은 곳은 대부분 지채 군락의 점령지였다. 지채 군락 한가운데서는 왜가리·쇠백로·중대백로 등이 무리를 지어 먹이를 뒤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농경지와 하도를 가르는 제방 위에서 내려다본 개펄에는 말뚝망둥어 새끼들이 뛰어다녔다.
 

탐진강 하구는 특히 어류와 기수무척추동물 등의 분류군에서 다른 하구에 비해 높은 종다양성을 지니고 있다. 지난해 3월과 10월에 이뤄진 탐진강 하구 어류조사에서 채집된 어류는 큰볏말뚝망둥어 등 한국 고유종 9종을 포함한 47종으로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 10여년간 정밀조사를 한 27개 하구 가운데 가장 많다.

 

ta2.jpg » 탐진강 하구에서 발견된 멸종위기 담수어 꺽저기. 사진=국립환경과학원
 

탐진강 하구역 생태계 조사의 어류 부문 책임조사자인 백현민 참생태연구소장은 “아무리 하구라도 서식지가 단순하면 생물상도 단순할 수밖에 없는데, 탐진강 하구는 다른 하구보다 수변 식생이 잘 발달돼 있고 특히 다양한 미소생물의 서식지를 갖추고 있어 어류의 종다양성이 높게 나타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민물과 바닷물이 뒤섞이는 기수역에 서식하는 기수무척추동물도 기수갈고둥과 붉은발말똥게 등 멸종위기종 2종을 포함해 모두 53종이나 발견됐다. 이 종수는 정밀조사가 이뤄진 비슷한 여건의 남해안 하구 11곳 가운데 두번째로 많은 것이다. 기수갈고둥은 수심이 깊지 않으면서 수질이 양호하고 바닥에 자갈이 풍부한 곳에 제한적으로 분포하는 등 까다로운 서식 조건을 지닌 종이다.
 

지난해 식물상 조사에서 탐진강 하구에는 철원군과 포천시의 극히 제한된 지역에만 생육하는 것으로 알려진 논냉이와 산림청 지정 약관심종(LC) 희귀식물인 자라풀 등 모두 424종의 관속식물이 확인됐다. 이 또한 정밀조사된 27개 하구 가운데 가장 많은 종수다.

ta4.jpg » 탐진강 하구 갯벌에 도래하는 알락꼬리마도요. 멸종위기종 2급이다. 사진=국립환경과학원

 

이날 탐진강 하구를 안내한 임정철 국립습지센터 전문위원은 “탐진강에서 중요한 것은 생물종수가 많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생물종이 꼭 있어야 할 곳에 잘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라며 “남서해안 하구의 모습을 보려면 탐진강 하구를 찾으면 된다”고 말했다.

 

임 위원은 “아직 탐진강 하구 생태계에 특별한 위협 요인은 없어 보이지만, 탐진강이 거치는 장흥 지역 생활하수에 의한 수질 오염과 하구 주변 개발이 미래의 위협요소가 될 수 있는 만큼 이런 위협에 대비해 보호지역으로 지정하는 방법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강진/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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