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 ‘밑밥 캠’ 1만5천대 깔았는데 “상어가 안보인다”

조홍섭 2020. 08. 03
조회수 5556 추천수 0

세계 58개국 대규모 조사, 19%서 암초상어 관찰 못 해


s1.jpg » 암초상어를 조사하기 위한 ‘밑밥 캠’에 유인된 바하마의 카리브암초상어. 앤디 만 제공.

산호초에서 평생 살거나 주기적으로 들르는 암초상어는 지역주민의 소중한 식량자원일 뿐 아니라 다이버의 볼거리, 산호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로서 중요한 구실을 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실태조사에서 암초상어의 수가 너무 줄어 생태계에서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 ‘기능적 멸종’ 상태인 곳이 적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산호초에 얼마나 많은 수의 상어가 사는지에 관한 기초자료를 얻기 위해 수백명의 국제 연구자와 자연보전단체 관계자들은 가장 단순하고 직접적인 방법을 동원했다. 58개 열대국가의 산호초 371곳을 선정한 다음 틀 속에 1㎏의 기름진 물고기를 미끼로 넣고 접근하는 상어를 원격 조정하는 비디오카메라로 촬영했다. 모두 1만5000대에 이른 이들 ‘밑밥 캠’을 3년 동안 가동했다.


상어는 가오리와 함께 세계적으로 가장 심각한 멸종위기에 놓인 어류이다. 남획으로 상어 500종 가운데 3분의 2가 멸종위기종이다. 해마다 세계에서 잡히는 상어는 1억 마리에 이른다는 집계도 나온다.


s2.jpg » 암초상어의 일종인 산호상어와 레몬상어가 미끼에 이끌린 모습. 글로벌 핀프린트 제공.

그러나 이런 상어 데이터는 주로 상업적 어획 기록을 토대로 한 것이다. 산호초 등 연안 서식지의 상어 기록은 드물다. 아론 맥네일 캐나다 댈하우지대 교수 등 국제 연구진은 7월 23일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린 논문에서 산호초 주변에 서식하는 암초상어의 첫 번째 포괄적 서식 실태를 보고했다. 암초상어에는 산호상어, 장완흉상어, 대서양수염상어, 큰귀상어, 레몬상어 등이 포함돼 있다.


조사 결과 연안의 상어는 짐작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게 줄었음이 분명해졌다. 베트남, 카타르, 케냐, 도미니카공화국, 프랑스령 서인도제도, 앤틸리스제도 등 6개 나라 산호초에서는 상어가 사실상 사라졌다. 이들 해역에서는 800시간 넘게 조사했지만, 상어는 3마리만 찍혔을 뿐이었다.


조사한 산호초 371곳 가운데 19%인 69곳에서 상어를 관찰하지 못했다. 또 상어가 찍히지 않은 수중 카메라가 전체의 63%에 이를 정도로 산호초에서 상어는 보기 힘들 만큼 줄어들었다고 논문은 적었다.


연구자들은 상어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곳에서도 수가 너무 줄어들어 최상위 포식자로서 생태적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상어는 산호 환경의 미묘한 균형을 유지하고 기후변화나 오염, 남획 등으로 망가진 산호 생태계의 건강을 회복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s3.jpg » 이번 조사에서 암초상어가 가장 빈약한 곳(위)과 풍부한 곳. 글로벌 린프린트 제공.

연구자들은 “암초상어가 감소한 가장 큰 이유는 지역주민의 남획과 상어 지느러미와 고기 등 국제 시장의 수요”라고 밝혔다. 상어가 줄어드는 데 가장 직접적이고 크게 기여한 요인을 하나 꼽는다면 “유자망과 자망 같은 파괴적인 어법”이라고 연구자들은 지적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상어를 지킬 수 있는 희망도 발견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연구에 참여한 데미안 채프먼 미국 플로리다 국제대 교수는 “핵심적인 문제는 높은 인구밀도와 파괴적 어법, 그리고 허술한 거버넌스”라며 “사람들이 상어를 보전할 의지와 수단, 그리고 계획이 있는 곳에서는 상어가 잘살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달하우지대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s4.jpg » 산호상어는 최상위 포식자로 산호초의 생태계 건강과 균형을 지켜준다. 글로벌 핀프린트 제공.

연구자들은 상어 보전을 잘하는 나라로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바하마, 미크로네시아연방,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몰디브 등을 꼽았다. 맥닐 교수는 “이들 나라는 특정한 어구를 규제하고 어획량을 규제하는 등 좋은 거버넌스를 이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 상어 보호구역을 설정한 나라는 그렇지 않은 나라보다 암초상어가 50% 더 많았다. 또 상어를 고기로 파는 것보다 다이버들의 생태관광 유인동물로 삼는 편이 낫다는 “죽은 상어는 한 번밖에 못 판다”는 인식도 퍼지고 있다.


인용 저널: Nature, DOI: 10.1038/s41586-020-2519-y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물고기도 체온 올려 바이러스와 싸운다물고기도 체온 올려 바이러스와 싸운다

    조홍섭 | 2020. 09. 25

    잉어 등 감염되면 수온 높은 곳 이동해 ‘자가 치료바이러스나 세균에 감염되면 사람은 체온을 올려 면역반응을 강화하고 침입한 병원체를 억제하려 한다. 그러나 발열은 항온동물인 포유류뿐 아니라 변온동물에서도 발견된다.파충류인 사막 이구아나가...

  • 가을철 조개 안에 알 낳는 담수어 납지리의 비밀가을철 조개 안에 알 낳는 담수어 납지리의 비밀

    조홍섭 | 2020. 09. 23

    경쟁 피해 10월 산란, 조개 속 휴면 뒤 4월 나와납자루아과 물고기는 살아있는 조개껍데기 속에 알을 낳는 특이한 번식전략을 구사한다. 알에서 깬 새끼가 헤엄칠 만큼 충분히 자란 뒤 조개를 빠져나오기 때문에 적은 수의 알을 낳고도 번식 성...

  • 쓸모없다고? 코끼리 사회에서 늙은 수컷도 중요하다쓸모없다고? 코끼리 사회에서 늙은 수컷도 중요하다

    조홍섭 | 2020. 09. 22

    젊은 수컷에 역경 이길 지식과 경험 제공…‘불필요하다’며 트로피사냥, 밀렵 대상나이 든 아프리카코끼리 암컷의 생태적 지식과 경험이 무리의 생존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늙은 수컷 또한 암컷 못지않게 코끼리 사회에서 ...

  • 얼어붙은 설원의 다람쥐, ‘도토리 점심’만 먹을까?얼어붙은 설원의 다람쥐, ‘도토리 점심’만 먹을까?

    조홍섭 | 2020. 09. 18

    캐나다 북극토끼 사체 청소동물 24종, 4종의 다람쥐 포함 캐나다 북서부 유콘 준주의 방대한 침엽수림에서 눈덧신토끼는 스라소니 등 포식자들에게 일종의 기본 식량이다. 눈에 빠지지 않도록 덧신을 신은 것처럼 두툼한 발을 지닌 이 토끼는 ...

  • ‘노래하는 고대 개' 뉴기니서 야생종 발견‘노래하는 고대 개' 뉴기니서 야생종 발견

    조홍섭 | 2020. 09. 17

    `늑대+고래’ 독특한 울음 특징…4천m 고원지대 서식, ‘멸종’ 50년 만에 확인오래전부터 호주 북쪽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섬 뉴기니에는 독특한 울음소리의 야생 개가 살았다. 얼핏 늑대의 긴 울음 같지만 훨씬 음색이 풍부하고 듣기 좋아 ‘늑...

최근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