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충식물 '뱃속’에서 먹이 찾는 개미

조홍섭 2012. 05. 07
조회수 33916 추천수 0

보르네오 잠수 개미, 벌레잡이통풀 소화액 바닥에서 벌레 잔해 물고 나와

식충식물은 소화 지원, 부패 방지 도움 받을 것으로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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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잡이통풀에 구멍을 뚫고 공생하는 잠수 개미. 사진=마크 모페트

 

토양의 영양분이 극도로 부족한 열대지방에는 질소와 인 같은 양분을 얻기 위해 벌레를 잡아 먹는 식충식물이 많이 산다. 대표적인 예가 벌레잡이통풀(네펜테스)이다.
 

이 식물은 곤충이나 절지동물을 손잡이가 달린 항아리처럼 생긴 함정으로 유인해 잡아먹는다. 이 식물의 함정 들머리에서 미끄러진 벌레는 소화액이 담긴 액체에 빠져 서서히 소화된다. 아시아 열대 지역엔 이런 벌레잡이통풀이 100종이 넘는다.
 

그런데 이런 식충식물 가운데 잠수 개미와 독특한 방식으로 공생을 하는 종류가 있다.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의 토탄 습지에 사는 이 벌레잡이통풀(학명 네펜테스 비칼라라타)과 목수 개미의 일종(학명 캄포노투스 슈미치)가 그들이다.
 

이 개미는 겁도 없이 식충식물의 함정을 집으로 삼는데, 아예 먹이를 소화액 속에서 구한다. 이 개미는 함정을 따라 곧바로 소화액 바닥까지 걸어들어간 뒤 함정 바닥에 쌓여 있는 벌레의 잔해 가운데 아직 소화되지 않은 비교적 큰 것을 주둥이에 문 뒤 몸을 돌려 부력을 이용해 소화액 표면으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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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 속에서 먹이를 구하는 잠수 개미. a. 함정 들머리로 들어가는 개미 b. 바닥에서 부력으로 떠오르는 개미. c. 소화액 표면에 떠오른 모습 d. 소화액 표면의 잠수 개미. 사진=홀저 플로리안 본 등, <비교 생리학>. 

 

홀저 플로리안 본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 생물학자 등 과학자들은 국제학술지 <비교 생리학>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이 개미의 동작을 정밀하게 분석했다.
 

수영은 개미에게 드문 행동이다. 우연히 물에 떨어지거나 작은 물길을 건널 때만 수영을 한다. 보르네오 고유종인 이 잠수 개미는 물속에서도 땅 위에서와 마찬가지로 세 발씩 번갈아 움직이는 동작으로 헤엄쳤다. 연구진은 이것이 “이 곤충의 물속 생활이 비교적 최근에 진화한 증거”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물방개처럼 수중생활에 오래 적응해 진화한 곤충은 발의 구조뿐 아니라 동작도 헤엄치기에 적합하게 변화하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이 관찰한 결과 이 개미는 소화액 속에서 2~45초 동안 머물렀는데, 7번에 한 번꼴로 입에 절지동물의 잔해를 물고 나왔다. 하지만 소화액 속에서 서식하는 모기 애벌레 등이 눈에 띄면 물속에서 내달려 이들을 잡는 모습도 관찰됐다. 이 개미가 소화액을 빠져나오지 못해 죽는 사례는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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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 개미와 공생을 하는 보르네오 벌레잡이통풀 네펜테스 비칼카의 모습. 사진=제레미아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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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잡이통풀 네펜테스 비칼카 사진=한스 브로이어, 위키미디어 코먼스. 

 

이 개미는 잠수를 위해 피부의 큐티클 층을 구성하는 화학물질을 약간 변화시켰을 것으로 논문은 추정했다. 그 덕분에 물이 피부에 잘 붙어 물의 표면장력을 극복하고 물속으로 걸어들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개미가 함정에 구멍을 뚫고 침입해 잡아놓은 먹이까지 훔쳐간다면 벌레잡이통풀은 일방적인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닐까. 꼭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분석이다.
 

잠수 개미는 소화액 속에서 커다란 잔해를 주로 건져내는데, 일부를 먹고 나머지 부위는 다시 소화액 속에 내버린다. 그럼으로써 식충식물의 소화를 돕는다는 것이다.  식충식물의 소화액에 너무 많은 잔해가 쌓여 썩는 것을 막아주는 구실을 개미가 한다는 주장도 있다.
 

잠수 개미는 소화액 속 절지동물 잔해뿐 아니라 식충식물의 꿀을 먹기도 한다. 또 여왕개미는 혼인비행을 마친 뒤 새로운 벌레잡이통풀에 구멍을 뚫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든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Holger Florian Bohn • Daniel George Thornham •
Walter Federle
Ants swimming in pitcher plants: kinematics of aquatic
and terrestrial locomotion in Camponotus schmitzi
Journal of Comparative Physiology A, doi:10.1007/s00359-012-0723-4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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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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