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니샌더스거미’, ‘디카프리오거미’가 진짜 있다고?

조홍섭 2017. 09. 28
조회수 7934 추천수 0
미 버몬트대 학생들, 카리브해서 신종 거미 15종 발견
인권·환경 중시하는 유명인사 이름 따 거미 이름 등록

b1_Glynnis Fawkes.jpg » 신종 거미 15종을 발견한 머몬트대 학생들이 자신의 영웅을 종 이름에 넣었다. 버니샌더스거미를 그린 만화. 글리니스 호크스 제공.

신종을 발견해 학술지에 발표하는 것은 생물학자의 영예이자 꿈이다. 그 생물종의 학명에 자기 또는 좋아하는 사람의 이름을 남길 수 있는 관행은 힘든 발견과정에 대한 보상인 셈이다.
 
미국 버몬트대 학부생 4명은 연구과제를 위해 지도교수와 함께 카리브 해에서 거미를 조사했다. 이제까지 한 종으로 알려진 스핀타루스(Spintharus) 속 거미의 유전자를 분석해 봤더니 놀랍게도 섬마다 다른 종이 살았다. 한 종이 무려 15종이 됐다.
 
지도교수 잉기 아그나르손과 학생들은 27일 치 과학저널 ‘린네 학회 동물학 저널’에 발견 사실을 보고했다. 당연히 각종마다 새로운 이름을 붙여야 했다. 배의 무늬가 미소 짓는 얼굴을 떠올리는 이 작은 거미에 무슨 이름을 붙일까.

b2_Agnarsson lab.jpg » 학생들이 카리브 해에서 발견한 스핀타루스 속 신종 거미의 하나. 배 무늬가 웃는 모습이다. 아그나르손 실험실 제공.
 
사랑하는 가족 이름을 붙인 사람도 있었지만, 모두가 합의한 이름은 지난 대선 민주당 후보이자 현 버몬트 주 상원의원인 버니 샌더스였다. 학생으로 연구에 참여한 릴리 사전트는 “우리는 모두 버니를 엄청 존경해요. 희망을 주니까요.”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그는 “거미의 이름을 버니로 지음으로써 요즘처럼 나라가 힘들고 중요할 때 그의 정치철학을 기억하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b3_Joshua Brown.jpg » 학생들이 실험실에서 신종 거미를 살펴보고 있다. 가운데가 릴리 사전트, 오른쪽이 아그나르손 교수. 조수아 브라운 제공.

또 다른 학생 클로에 반 패튼은 영화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거미 이름에 넣었다. 그는 “고등학교 때 지녔던 그에 대한 집착은 이제 버렸지만, 그가 환경문제를 열심히 하는 것을 보고 다시 사랑하게 됐다.”며 “그가 우리 연구를 보고 나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함께 하면서 기후변화에 관해 이야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학생들이 지은 이름에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미셸 오바마, 그리고 영국 ‘비비시’의 전설적인 자연 다큐멘터리 진행자인 데이비드 아텐보로가 들어있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뻐꾸기는 개개비 알 개수 세며 탁란한다뻐꾸기는 개개비 알 개수 세며 탁란한다

    조홍섭 | 2020. 07. 01

    둥지에 알 1개 있을 때 노려…비교 대상 없어 제거 회피 여름이 되면 다른 새의 둥지에 슬쩍 자신의 알을 낳아 육아의 부담을 떠넘기려는 뻐꾸기와 그 희생양이 될 개개비 사이의 ‘전쟁’이 시작된다. 세 마리 가운데 한둘은 탁란을 당하는 개개...

  • '흑색선전'으로 포식자 피하는 야생 구피'흑색선전'으로 포식자 피하는 야생 구피

    조홍섭 | 2020. 06. 29

    눈 색깔 검게 바꿔 포식자 주의 끈 뒤 마지막 순간에 도피 수조에서 관상용 열대어인 구피(거피)를 기르는 이라면 종종 구피가 ‘놀란 눈’을 하는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홍채가 검게 물들어 눈동자와 함께 눈 전체가 검게 보인다. 흔히 물갈이 ...

  • 백악기 거대 악어는 왜 두 발로 걸었나백악기 거대 악어는 왜 두 발로 걸었나

    조홍섭 | 2020. 06. 26

    사천 화석서 육식공룡과 비슷한 악어 확인…“공룡도 진화 초기 두 발 보행” 경남 사천 자혜리에서 발견된 중생대 백악기 원시 악어가 공룡처럼 두 발로 걸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왜 원시 악어가 두 발로 걸었는지 주목된다. 악어는 공룡과 함...

  • 심해 오징어와 혈투? 얕은 바다 상어 배에서 빨판 상처 발견심해 오징어와 혈투? 얕은 바다 상어 배에서 빨판 상처 발견

    조홍섭 | 2020. 06. 24

    큰지느러미흉상어 배에 대왕오징어 빨판 상처…표층 상어의 심해 사냥 드러나 수심 300∼1000m의 심해에 사는 몸길이 13m의 대왕오징어에게는 향고래를 빼면 천적이 거의 없다. 그러나 대왕오징어를 노리는 포식자 목록에 대형 상어를 추가해야 할 것으...

  • ‘오후 3시 개화' 희귀식물 대청부채의 비밀‘오후 3시 개화' 희귀식물 대청부채의 비밀

    조홍섭 | 2020. 06. 23

    사촌인 범부채와 교잡 피하려 ‘개화 시간 격리’ 드러나 모든 꽃이 아침에 피고 저녁에 지는 것은 아니다. 잠잘 ‘수(睡)’가 이름에 붙은 수련과, 얼레지 같은 일부 봄꽃은 저녁에 꽃을 오므린다. 반대로 달맞이꽃, 분꽃, 노랑원추리 등은 밤에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