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천m 심해 꼼치 건져 올렸더니 스르르 녹았다

조홍섭 2018. 0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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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기압 초고압 흐늘흐늘한 몸 적응, 최상위 포식자로
마리아나 이어 아타카마 해구 심해서도 물고기 확인

f1.jpg » 남아메리카 아타카마 해구 수심 7500m에서 촬영된 꼼치의 일종. 뉴캐슬대 보도자료 영상 갈무리.

영국 뉴캐슬대 등 국제 연구팀은 5년 전부터 새로 고안한 ‘심해 착륙선’ 시스템을 이용해 세계에서 가장 깊은 바다 밑 생물을 조사해 왔다. 생선 등 미끼를 단 덫과 고감도 카메라를 장착한 착륙선을 여러 시간에 걸쳐 해저에 내려뜨린 뒤 반나절이나 하루 뒤 덫에 음향신호를 쏘면, 추가 떨어져 나가면서 착륙선이 부이의 도움으로 수면에 떠오르도록 한 장치이다. 연구진은 지난해 마리아나 해구에서 세계에서 가장 깊은 바다에 사는 물고기를 확인하기도 했다(▶관련 기사: 8천m 마리아나 해구에 내장 보이는 꼼치 산다). 

최근 연구진은 남아메리카 서해안의 아타카마 해구에서 조사를 벌여 3종의 심해 꼼치를 새롭게 발견했다. 연구자들은 이들에 분홍, 파랑, 자주 아타카마 꼼치로 잠정적인 이름을 붙였으며, 7500m 해저에서 먹이를 먹고 활동하는 모습을 촬영했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아타카마 해구 심해저에 내린 미끼에 꼼치들이 몰려들었다. 뉴캐슬대 제공.

이들 물고기는 커다란 이의 위협적인 모습을 한 심해어의 통념과는 달리, 작고, 반투명하며 비늘이 없는 흐늘흐늘한 모습이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토마스 린리 뉴캐슬대 박사는 “꼼치가 이처럼 깊은 곳에 적응할 수 있었던 데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 다른 물고기가 도달하지 못하는 이곳에는 어떤 경쟁자와 포식자도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영상을 보면 심해저에는 많은 무척추동물이 사는데, 꼼치는 최상위 포식자로서 꽤 활동적이고 잘 먹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수압이 엄지손가락 위에 코끼리를 올려놓는 정도인 700기압 이상으로 내리누르는 심해에서 어떻게 부드러운 몸의 꼼치가 살 수 있을까. 린레이 박사는 “꼼치 몸의 젤라틴 구조는 극단적 수압에 잘 적응한 것”이라며 “사실 이 물고기에서 가장 단단한 부분은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귀 안의 이석과 입속 이”라고 말했다.

f2.jpg » 심해 착륙선을 내리는 연구자들. 토마스 린레이 제공.

사람이 잠수할 때 수압을 느끼는 것은 허파 등 몸속 공기가 압축되기 때문이다. 수분은 공기에 비해 잘 압축되지 않는다. 몸속에 공기주머니가 없는 물고기는 몸의 안팎으로 수압이 균형을 이루어 수압에 눌리는 일은 없다. 오히려 천적의 존재가 몸의 형태를 결정한다.

심해 꼼치에 진짜 문제는 수압이 없는 바다 표면에 나오는 것이다. 린레이 박사는 “몸을 지탱하던 극단적인 수압과 찬 온도가 사라지자 꼼치들은 아주 취약해져 바다 위로 건져내자 곧바로 녹아버렸다”라고 말했다.


심해 착륙선의 작동 모습. 뉴캐슬대 제공.

한편, 연구자들은 이번 탐사에서 매우 희귀한 심해 등각류를 촬영했다고 밝혔다. ‘무노프시드’로 알려진 이 등각류는 어른 손바닥만 한 크기에 긴 다리를 지녔다. 등각류는 일반적으로 작은 벌레 크기이지만 심해에서는 거대한 형태로 발견된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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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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