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태양광 발전'의 주인공이 된다면

조홍섭 2015. 05.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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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변신, 이웃과 지구를 배려하는 실천 첫 걸음

가전제품처럼 설치와 이동 간편, 서울시 설치비 50% 지원, 3년이면 투자비 회수

 

solar3.jpg » 설치와 사용이 간편한 미니 태양광 발전기를 아파트 베란다 등에 설치하는 가구가 늘고 있다. 사진=김현수 에너지설계사

 

텃밭에서 채소가 무럭무럭 자라는 것을 보는 것처럼 신나고 흥분되는 일이 있을까. 태양과 물로 식물이 성장하는 모습도 기적 같고, 농산물 소비자가 부분적으로나마 생산자로 거듭나는 것이 대견하게 느껴진다.

 

요즘 도시 농업에 햇빛을 갈무리하는 새로운 장르가 생겼다. 채소, 닭, 꿀벌에 이어 태양광 발전이 인기를 끌고 있다. 텃밭 농사나 태양광 발전 모두 규모는 작지만 소비자를 생산자로 탈바꿈시키고 이웃과 지구를 위해 참여의 첫 걸음을 내딛게 한다.
 

지난겨울 250W(와트) 용량의 소형 태양광 발전기를 아파트 옥상에 설치한 정아무개씨(서울 종로구 동숭동)는 텃밭의 채소를 둘러보는 도시 농부처럼 매일 전력량 계측기를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실시간 생산량, 누적 생산량, 아낄 수 있는 전력요금 등을 수치로 보여준다. 정씨는 “생산자가 됐다는 느낌이 신선하고 기분 좋았다”고 말한다.

미니태양광 사진.jpg » 아파트 외벽에 거치식으로 설치한 미니 태양광 발전소. 콘센트에 플러그만 꼽으면 작동하는 간단한 얼개이고 이사 때 간단히 가지고 갈 수 있다. 사진=서울시

 

사실 소형 태양광 발전기로 생산하는 전기의 양은 일반 가구의 전력 사용량에 견주면 미미하다. 서울시의 가구당 월평균 전력사용량은 316㎾h(킬로와트시)이다. 서울시가 설치비의 절반을 지원해 보급하고 있는 260W급 태양광 발전기를 하루 2시간씩 가동한다고 쳤을 때 한 달 동안 얻는 전력량은 15.8㎾h로 평균 사용량의 5%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실질 효과는 그보다 훨씬 크다는 게 ‘햇빛 농사’의 매력이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주부 정효정씨는 지난 12월 아파트 베란다에 미니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해 생산자가 된 뒤 전기를 보는 시각이 바뀌었다.

 

소중하게 생산하는 전기를 허투루 쓸 수는 없는 법이다. 전기밥솥 대신 압력밥솥을 쓰는 등으로 월 35㎾h를 절약했다. 발전기에서 생산한 25㎾h와 합쳐 모두 60㎾h를 절약한 덕분에 전기요금을 2만6000원에서 1만6000원으로 떨어뜨렸다.

 

송전탑이 왜 서 있는지도 몰랐는데 전기를 생산하느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있는지도 알게 됐다. 적은 노력이 기후변화를 막는 데 기여한다는 자부심도 생겼다. 아이들에게도 생생한 교육이 됐다.

solar2.jpg » 서울시가 보급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미니 태양광 발전기. 사진=서울시

 

서울시민은 해마다 석유로 따져 1600만t의 에너지를 소비한다. 전력 가운데 96%를 다른 곳에서 생산한 것을 가져다 쓴다. 대도시 주민들은 발전소 주변 주민들의 고통에 기대어 사는 것이다.

 

최근 태양광 발전기 부품 가격의 급격한 하락과 함께 기업형 대단위 태양광 단지 말고도 대도시 주민들의 소형 태양광 발전기 설립도 활기를 띠고 있다. 서울, 인천, 대전, 안양, 안산, 수원, 천안, 완주, 창원 등 지자체에서는 설치비의 50~70%를 지원하기도 한다. 가장 대규모 보급활동을 벌이는 곳은 ‘원전 하나 줄이기 운동’을 펼치고 있는 서울이다.
 
서울시는 공동주택 거주자가 70%가 넘는 상황을 고려해 가전제품처럼 손쉽게 설치하고 이사할 때 옮길 수 있는 발전기를 보급하고 있다. 소형이어서 콘센트에 플러그를 꽂으면 바로 작동한다.

 

260W급 발전기라면 900ℓ 양문형 냉장고를 가동할 전기가 나온다. 전기요금 절약액은 누진구간에 따라 다르지만 월평균 7660원으로 3~4년이면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다고 서울시는 설명한다.

 

서울시는 아파트 단지에서 이웃끼리 뜻을 모아 10가구 이상이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면 10가구 이상은 5만원, 20가구 이상이면 10만원의 인센티브를 추가로 제공한다. 자치구 가운데는 노원구 5만원, 구로구 10만원 등 구 차원의 보조금을 주기도 한다.

 

solar4.jpg » 62가구가 미니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한 서울 금천구 시흥동 삼익아파트. 조명 등 다른 분야 에너지 절약도 활발하다. 사진=서울시

 

금천구 시흥동 삼익아파트는 서울에서도 가장 미니 태양광 발전기를 많이 설치한 곳이다. 총 786 세대 가운데 62세대에 설치해, 밖에서 보면 에어컨보다 태양광 발전기가 많이 눈에 띈다.

 

이 아파트 주민 영병호씨는 "시와 구의 지원을 받아 모듈 2대를 저렴하게 설치한데다 집이 남향이어서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평균 200㎾h이던 전력 사용량이 100㎾h대로 떨어져, 전기요금이 2만~3만원에서 1만원대로 줄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씨처럼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오는 건 아니다. 박승록 서울시민 햇빛발전협동조합 이사는 "전기 사용량이 월별, 상황별로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전기요금 절감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누진제 구간을 줄일 수 없다면 절감 효과도 크지 않다. 되도록 다른 에너지 절약 활동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solar5.jpg » 지난해 5월 중국 서부 신장의 한 태양광발전소에서 노동자가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세계적으로 태양광 바람이 불고 있다. 핵심부품인 모듈 가격이 1976년보다 99%나 떨어진 데다 중국·일본 등의 소비가 급격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올 석 달 동안 우리나라 전체 용량의 2.5배인 5기가와트 용량의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했다. 기후변화 시대에 태양광 발전 가장 성장 잠재력이 높은 산업이다. 엑슨모빌은 2010년 대비 2040년까지 무려 20배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국가 차원이 아니라도 가정에서 태양광 발전을 한다는 건 의미가 크다. 지속가능한 새로운 일자리와 산업이 생길 뿐더러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개혁할 정치적 각성을 퍼뜨릴 것이다.

 

다이어트가 체중 감량을 너머 자신감과 사회성을 높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햇볕이 본격적으로 따가와지는 5월, 태양광 발전 생산자가 돼 보시는 건 어떨까.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태양광 발전 관련 도움 되는 누리집

 

서울특별시 햇빛 지도

<내손으로 만드는 태양광 가이드북>,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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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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