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돌아온 연어를 타이어가 죽인다

조홍섭 2020.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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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 씻겨 든 고무 속 노화방지제가 급성 독성…세계적으로 쓰여

sa1.jpg » 태평양에서 자신이 태어난 하천까지 온갖 역경을 뚫고 돌아온 은연어가 도로에서 씻겨 들어온 타이어의 독성물질 때문에 미국 서부해안에서는 최고 90%까지 죽는다. 시애틀 서부에서 죽어가는 은연어 성체. 워싱턴대 동영상 갈무리.

바다에서 몸을 불린 연어 1000마리 가운데 태어난 고향 하천으로 무사히 돌아와 번식에 성공하는 연어는 1마리에 불과하다. 그런데 범고래의 이빨과 어선의 그물을 뚫고 회귀한 연어가 번식지에서 돌연 사망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모천회귀 연어의 40∼90%가 죽는 사태가 수십 년 전부터 미국 북서해안에서 보고됐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수수께끼였다. 그 원인이 마침내 밝혀졌다. 자동차 타이어를 더 오래 쓰기 위해 세계적으로 쓰는 화학물질이 ‘범인’으로 지목됐다. 

에드워드 쿠지즈 미국 워싱턴대 터코마 캠퍼스 교수 등 미국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사이언스’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타이어에 첨가하는 고무 산화방지제인 ‘6PPD-퀴논’이란 화학물질이 연어에 급성 독성을 끼쳐 죽음을 일으킨다고 밝혔다.

sa2.jpg » 자동차 타이어의 빠른 마모를 막기 위해 사용하는 화학물질이 미세 고무와 함께 도로에 떨어져 있다가 빗물과 함께 인근 하천에 흘러들어 문제를 일으킨다. 마크 스톤, 워싱턴대 제공.

연구자들은 자동차 타이어가 도로와 마찰해 생긴 미세한 고무 먼지에 포함된 이 화학물질이 빗물과 함께 인근 하천에 흘러들어 독성을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이 독성물질에 노출된 연어 성체는 몇 시간 안에 물 표면을 빙빙 돌며 숨을 헐떡이다 죽으며 어린 연어는 이 화학물질이 물 1ℓ에 0.001㎎의 극미량이 들어있어도 죽고 만다.

쿠지즈 교수는 “타이어 미세먼지 속에는 2000여 가지 화학물질이 들어있는데 일련의 실험을 통해 독성물질을 추려내 마침내 6PPD-퀴논을 잡아내게 됐다”며 “커다란 물고기를 신속하게 죽이는 이 독성물질은 자동차가 붐비는 세계 어느 도로에서도 검출될 것”이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이 물질은 고무가 노화되는 것을 막아 수명을 길게 해 주는 물질로 타이어 제조에 널리 쓰인다. 이 첨가제는 강력한 산화물질인 지상 오존과 먼저 반응을 일으켜 타이어의 고무가 삭지 않게 해 주는 구실을 한다.

은연어는 캄차카 반도, 캐나다와 미국 서부 연안에 분포하며 우리나라에는 서식하지 않는다. 또 우리나라의 연어는 이 물질에 은연어보다 덜 민감하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sa3.jpg » 번식기를 맞은 은연어가 자신이 태어난 하천으로 거슬러 오른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그러나 타이어에 든 유해물질이 하천 최상류 생물에게 어떤 악영향을 끼치는지는 아직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은연어만 특이하게 이 독성물질에 취약할 것 같지는 않다”며 “타이어의 다양한 6PPD 생성물이 다른 수생생물에 어떤 독성을 끼치는지 평가해야 한다”고 논문에서 지적했다.

타이어는 세계적으로 연간 31억 개가 생산되며 자동차 운행과 함께 다량의 미세먼지를 발생시킨다. 바다의 미세플라스틱 가운데 10% 이상이 타이어에서 기원한다고 알려져 있다.

인용 논문: Science, DOI: 10.1126/science.abd6951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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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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