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호랑이 주 먹이는 멧돼지, 겨울엔 절반 차지

조홍섭 2018. 05. 16
조회수 22937 추천수 1
한국표범은 주로 사슴 사냥…두만강 건너 중국 동북부 조사 결과
멧돼지와 사슴 주 먹이지만 호랑이는 반달곰, 표범은 수달도 사냥

t1.jpg » 아무르호랑이가 대륙사슴을 사냥하는 모습을 재현한 이탈리아 밀라노 자연사박물관의 디오라마. 중국 동북부에서 실제로 호랑이는 멧돼지 사냥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한 세기 전만 해도 한반도 전역과 중국 동북부, 러시아 연해주에 걸쳐 3000마리 이상이 살았던 아무르호랑이(백두산호랑이, 시베리아호랑이, 한국호랑이)는 현재 500여 마리만 야생에 살아남았다. 가장 큰 야생집단은 러시아 연해주로 415∼490마리가 서식한다. 이와 분리된 다른 한 집단은 두만강 건너 중국과 러시아 국경지대로 약 20여 마리의 백두산호랑이와 세계에 100마리 미만이 남은 아무르표범(한국표범)이 함께 산다.

중국이 대규모 호랑이 국립공원을 조성 중인 이 지역은 연해주의 호랑이 서식지가 이미 포화상태여서 또 다른 서식지가 필요한 데다 백두산 생태계의 일부로서 장차 한반도의 백두대간으로 이어지는 생태축으로 주목받는 지역이다(▶관련 기사: 중국에 지리산 2배 ‘호랑이 국립공원’ 생긴다). 특히 이 지역은 대형 포식자인 호랑이와 표범이 함께 분포해 먹이를 둘러싼 이들의 경쟁 관계가 관심을 끄는 곳이다.

t2.jpg » 두만강 건너 중국과 러시아 국경 지대의 중국쪽 호랑이·표범 서식지(붉은 격자). 세모는 무인 카메라 위치, 점은 마을을 나타낸다. 양하이타오 외 ‘사이언티픽 리포트’(2018) 제공.

중국 연구자들이 이 지역 호랑이와 표범의 배설물을 통해 먹이를 분석한 연구결과가 나와, 두 포식자가 언제 어떤 먹이를 잡아먹으며 상호관계를 맺는지 짐작할 수 있게 됐다. 연구자들은 2014∼2016년 동안 중국 지린 성 동부와 헤이룽장 성 남동부인 러시아 국경 지역 보호구역에 483개의 무인카메라를 설치하고 호랑이와 표범의 배설물 각 217개와 115개를 수거해 먹이를 분석했다.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 2일 치에 실린 이들의 논문을 보면, 두 대형 포식자의 주요 먹이는 멧돼지와 두 종의 사슴으로 이들이 전체 먹이의 4분의 3을 차지했다. 그러나 포식자가 선호하는 먹이는 종마다 계절마다 약간씩 달랐다. 멧돼지는 호랑이의 가장 중요한 먹이로 전체 마릿수의 37%를 차지했지만 표범에게는 붉은사슴(누렁이, 백두산사슴, 말사슴)이 전체의 38%였다. 먹이의 양으로는 멧돼지가 호랑이 먹이의 46%였고 대륙사슴(꽃사슴)은 표범 먹이 양의 34%였다.

t3.jpg » 겨울철 눈이 쌓인 곳에서 활동이 민첩하지 않은 멧돼지는 호랑이의 주요 먹이가 된다. 김봉규 기자

연구자들은 “호랑이는 특히 겨울에 멧돼지를 선호했지만 표범은 여름에 멧돼지 비중이 높았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실제로 겨울에 호랑이 먹이의 비중(마릿수)은 46%에 이르렀지만, 표범은 4%에 그쳤다. 반대로 여름에 멧돼지를 먹이로 삼은 비율은 호랑이 3%, 표범 11%였다. 이런 현상은 표범이 큰 멧돼지를 피해 봄에 태어난 어린 개체가 많은 여름에 멧돼지 사냥을 주로 했지만 호랑이는 사냥 노력에 견줘 에너지 확보량이 많은 다 큰 멧돼지 사냥을 선호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멧돼지는 사슴보다 키가 작고 눈이 많이 쌓인 곳에서 빨리 달아나지 못해 호랑이의 표적이 되는 측면도 있다. 일반적으로 호랑이의 기본 식량은 사슴으로 알려져 있다.

표.jpg » 중국 동북부 호랑이와 표범의 먹이동물 목록. 양하이타오 외 ‘사이언티픽 리포트’(2018) 제공.

이들 대형 포식자의 먹이에는 모두 11종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대형 발굽 동물 말고도 중형 포식자와 소형 포유류, 가축 등이 포함돼 있었다. 호랑이의 먹잇감으로는 너구리가 8%로 멧돼지와 사슴 다음으로 많았으며, 이어 오소리, 여우, 반달가슴곰, 산토끼, 개, 소, 사향노루 순으로 자주 먹이 목록에 올랐다. 표범은 사슴과 멧돼지에 이어 오소리가 7%로 많았고, 이어 여우, 소, 너구리와 산토끼, 수달과 사향노루, 개 순으로 자주 잡아먹었다.

연구자들은 “호랑이와 표범이 모두 잠복사냥을 해 먹이가 중복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았으나, 실제로는 먹이의 크기에 따라 선호하는 종이 달라 한 서식지에서 공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Haitao Yang et al, Seasonal food habits and prey selection of Amur tigers and Amur leopards in Northeast China, Scientific Reports (2018) 8:6930 DOI:10.1038/s41598-018-25275-1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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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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