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없는 초소형 개구리 입으로 듣는다

조홍섭 2013. 09. 09
조회수 29347 추천수 0

인도양 세이셸 가디너 개구리, 입속 공간서 소리 증폭해 뇌로 전달

고막·가운데귀 없어 못 듣는 개구리로 알려져, 옛 초대륙 곤드와나 청각 기관 유산

 

frog3.jpg » 인도양 세이셸의 가디너 개구리. 보통 개구리는 겉귀가 없지만 이 초소형 개구리는 가운데귀와 고막도 없다. 사진=뵈스텔, CNRS


인도양 한가운데 섬들이 모여 있는 세이셸 제도에는 다 자라도 크기가 1㎝가량인 초소형 개구리가 산다. ‘가디너 개구리’라는 이름의 이 작은 개구리는 열대림 특유의 날카롭고 시끄러운 소리로 운다.

 

이 개구리는 고막과 가운데귀가 없어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런데 이 개구리도 들으며, 게다가 귀 대신 입으로 듣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육상 네발동물의 청각기관은 중생대 초 약 2억~2억 5000만 년 전부터 출현했다. 이들은 대부분 고막과 귓속뼈가 있는 가운데귀를 지니고 있다. 일부 동물, 특히 개구리는 사람처럼 겉으로 드러난 귀가 없다. 대신 머리 피부 바로 아래에 가운데귀와 고막이 자리 잡고 있어 소리를 듣는다.
 

가운데귀는 외부 소리를 뇌로 전달하는 핵심 구실을 한다. 음파가 고막을 진동시키면 귓속뼈가 이 진동을 속귀로 전달하고, 여기서 청각 세포가 진동을 전기 신호로 바꿔 뇌로 전달하면 소리가 들린다.

 

동물에 도달하는 음파의 99.9%는 피부 표면에서 반사된다. 음파를 증폭해 전달하는 가운데귀가 없이는 소리를 듣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frog1.jpg » 음파는 피부에서 99.9%가 반사된다. 소리를 증폭해 속귀로 전달하는 가운데귀가 없으면 소리를 듣는 것이 불가능하다. 가디너 개구리는 그 기능을 입의 빈공간이 담당한다(그림 아래). 그림=뵈스텔, CNRS

 

프랑스와 세이셸 연구자들은 듣지 못한다는 가디너 개구리의 소리를 녹음해 숲으로 갔다. 수컷 개구리에게 소리를 들려줬더니 소리 나는 쪽으로 돌아섰고 울음으로 반응하거나 스피커를 공격하기도 했다. 소리를 듣는다는 증거다.
 

그렇다면 가운데귀 없이 어떻게 듣는다는 말인가. 음파를 증폭해 전달할 후보는 허파와 뼈였다. 연구진은 엑스선 싱크로트론 홀로토모그라피라는 영상장치를 활용해 조사했다. 허파는 개구리의 소리를 내기에는 부피가 작았고 뼈를 통한 소리의 전달도 실제 울음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마지막으로 입속의 빈 공간에 주목했다. 수치모형으로 계산한 결과 입에서 낼 수 있는 소리의 주파수 5710헤르츠는 이 개구리의 울음소리가 가장 가까웠다.
 

frog2.jpg » 가디너 개구리의 엑스선 영상. 입속의 빈 공간이 음파를 증폭해 속귀로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 사진=뵈스텔, CNRS

 

가디너 개구리는 입의 빈 공간을 공명통 삼아 소리를 증폭시킨 뒤 속귀를 거쳐 뇌로 신호를 전달한다고 연구진은 결론 내렸다. 소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입 공간과 속귀 사이의 조직은 두께가 0.08㎜ 이하로 매우 얇은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책임자인 르노 뵈스텔 프랑스 국립 과학센터 연구원은 이 센터의 보도자료에서 “입속의 공간과 뼈를 통한 전달을 결합시켜 가디너 개구리는 고막과 가운데귀 없이도 소리를 효과적으로 들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가디너 개구리의 이런 독특한 청각 기관은 세이셸 섬이 인도 대륙과 분리된 이후 수천만 년 동안 고립되면서 이뤄진 진화이다. 르노 뵈스텔은 “이 작은 개구리는 세이셸 섬들이 대륙에서 떨어져 나온 4700만~6500만 년 전부터 열대림에 고립돼 살아왔다. 그들의 청각 시스템은 (세이셸 섬이 그 일부였던) 고대의 초대륙 곤드와나 생물이 어떤 형태였는지를 간직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가디너 개구리는 산불과 외래종, 농업과 관광개발 때문에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 이 연구결과는 9월2일치 미국립학술원보(PNAS)에 실렸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Renaud Boistel et. al., How minute sooglossid frogs hear without a middle ear, PNAS, www.pnas.org/cgi/doi/10.1073/pnas.1302218110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개구리 사냥하는 거미, 나뭇잎 엮어 덫으로 사용개구리 사냥하는 거미, 나뭇잎 엮어 덫으로 사용

    조홍섭 | 2021. 01. 11

    농발거미 나뭇잎 2장 엮어 은신처 겸 덫으로…세계적으로도 개구리는 거미 단골 먹이 푹푹 찌는 열대우림에서 나뭇잎이 드리운 그늘은 나무 개구리에게 더위와 포식자를 피해 한숨 돌릴 매력적인 장소이다. 그러나 마다가스카르에서 크고 빠른 사냥꾼인...

  • 개 가축화, ‘단백질 중독’ 피하려 남는 살코기 주다 시작?개 가축화, ‘단백질 중독’ 피하려 남는 살코기 주다 시작?

    조홍섭 | 2021. 01. 08

    사냥감 살코기의 45%는 남아돌아…데려온 애완용 새끼 늑대 먹였을 것 .개는 모든 동물 가운데 가장 일찍 가축화가 이뤄졌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 어떻게 늑대가 가축이 됐는지는 오랜 논란거리다.개의 골격이 발견된 가장 오랜 구석기 유적은 1만4...

  • 새를 닮은 포유류, 오리너구리의 비밀새를 닮은 포유류, 오리너구리의 비밀

    조홍섭 | 2021. 01. 08

    젖샘 있으면서 알 노른자도 만들어…지금은 사라진 고대 포유류 흔적 1799년 영국 박물관 학예사 조지 쇼는 식민지였던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보내온 이상한 동물 표본을 받았다. 오리 주둥이에 비버 꼬리와 수달의 발을 지닌 이 동물을 쇼는 진기한 ...

  • 말의 몸통 지닌 ‘키작은’ 기린 발견, 유전 다양성 감소 탓?말의 몸통 지닌 ‘키작은’ 기린 발견, 유전 다양성 감소 탓?

    조홍섭 | 2021. 01. 07

    우간다와 나미비아서 각 1마리 확인…동물원, 가축선 흔해도 야생 드물어 .아프리카 우간다와 나미비아에서 돌연변이로 인한 골격발육 이상으로 추정되는 왜소증 기린이 발견됐다. 일반적으로 왜소증은 근친교배가 이뤄지는 가축에서 흔히 발견되지만 야생...

  • 스타 동물 자이언트판다 그늘서 반달곰 운다스타 동물 자이언트판다 그늘서 반달곰 운다

    조홍섭 | 2021. 01. 06

    판다 좋아하는 고산 중심 보호구역…반달곰, 사향노루 보호 못 받아 급감 자이언트판다나 호랑이처럼 카리스마 있고 넓은 영역에서 사는 동물을 우산종 또는 깃대종이라고 한다. 이 동물만 보전하면 그 지역에 함께 사는 다른 많은 동물도 보전되는 ...

인기글

최근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