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동물 떼죽음, 그 뒤엔 바이러스가 있다

조홍섭 2015. 0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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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0여년 동안 727건 분석 결과 바이러스 등 질병이 원인 26%

오염과 적조, 산소 스트레스도 떼죽음 불러, 절반 이상이 물고기

 

mass-04633368_R_0.jpg » 2013년 3월15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한 호수에서 수많은 물고기가 떼죽음했다. 동물의 집단폐사가 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사진=YNA로이터 연합뉴스

 
연초부터 서울 중랑천에서 철새 수백 마리가 떼죽음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낙동강과 금강에선 2012년 과 지난해 물고기 떼죽음이 벌어져 4대강 사업과의 관련성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이런 동물의 떼죽음 사태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다. 미국 캘리포니아 태평양 해안에는 2013년부터 수백만 마리의 불가사리가 몸에 병변이 생겨 조각조각 잘라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바이러스와 수온상승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야생동물이 짧은 시간에 대규모로 죽는 것을 떼죽음이라고 한다. 자연계에서 늘 있는 일이지만 극적이다.

 

10억 마리 이상이 죽거나 주검의 무게가 7억t을 넘기기도 한다. 1983년 카리브해에서는 성게에 질병이 돌아 99%가 사멸해 지역적으로 멸종위기에 몰린 일도 있었다.

 

mass_Brocken Inaglory -Leather_star_fish.jpg »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해안에서 수백만 마리의 불가사리가 정체 모를 이유로 죽어가고 있다. 몸에 병변이 생기고 다리가 떨어져 나가는 증상을 보인다. 사진Brocken Inaglory, 위키미디어 코먼스
 

세계에서 벌어지는 동물의 떼죽음 사태를 정량적으로 분석한 연구가 나왔다. 사무엘 페이 미국 예일대 박사 등 연구자들이 1940년 이후 학술지에 보고된 727건의 동물 떼죽음 사건을 분석한 논문이 과학저널 미국립학술원회보(PNAS) 12일치에 실렸다.
 

연구자들은 떼죽음이 점점 자주 발생하고 있으며, 주요 원인은 질병, 사람 영향, 생물 독성 순이었다고 밝혔다.

 

질병은 전체 원인의 26%를 차지했는데 바이러스가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 오염과 같은 인위적 요인은 19%, 유해 적조 같은 생물독성은 16%였다. 기후와 관련된 열 충격, 산소 스트레스, 먹이 부족 등을 합친 요인도 25%를 차지했다.
 

동물의 떼죽음은 단일 요인보다도 생물독성, 기후 요인, 독성, 산소 스트레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때 규모도 크고 빈도도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86_beached_whales_in_Flinders_Bay_(2).JPG » 오스트레일리아 서부 해안에 좌초한 흑범고래 무리. 사진=Bahnfrend , 위키미디어 코먼스
 

떼죽음 사태의 가장 자주 희생되는 동물은 물고기로 전체의 56%를 차지했다. 1970년대 이후 개구리 등 양서·파충류가 대규모로 죽는 일도 잦아졌다.

 

2014년 인도양의 쓰나미가 26만의 인명을 앗아간 사건은 사람도 이런 자연적인 떼죽음 사태에서 예외가 아님을 보여준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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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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