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온실가스 감축방안이 부적절한 이유

윤순진 2015. 0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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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합의 무시, 기업 부담 국민이 덤터기…핵발전 무작정 확대도 문제

고무줄 기준 논란 BAU 기준 감축안, 기준연도 대비 감축 목표 세웠어야

 

05282419_R_0.jpg » 지난 4월3일 환경부가 온실가스 감축 등을 통해 범지구적인 기후변화 문제에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국정과제의 일환으로 마련한 '온실가스 1인1톤 줄이기' 조형물을 서울 시청광장에 설치했다. 그러나 이후 사회적 합의 없이 에너지 다소비 산업계의 부담을 덜고 국민이 그만큼 감축 의무를 더 지는 감축계획안이 확정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1. 자발적 국가 감축목표(INDC)란 무엇인가?
 
요즘 기후변화와 관련해서 신문지상에 자주 오르내리는 영어 약자가 있다. 바로 INDC이다. INDC는 영어로 ’Intended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이란 말을 줄여 부르는 용어인데 우리말로 풀어쓰자면 “국가별로 결정한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 기여방안”이라 할 수 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자발적인 국가 감축목표”다. 문제는 바로 자발적으로 감축 목표를 수립하고 감축노력을 진행한다면 기후변화의 진행을 막거나 둔화시킬 수 있느냐에 있다.
 
사실, 이제 더는 기후변화의 진행을 막는 것이 가능하지 않게 됐다. 대기 중으로 배출된 온실가스는 지속적으로 누적되는데 전 인류가 오늘 당장 산업혁명 시기 이전 수준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인다 해도 기후변화를 멈출 수 없다. 이미 대기 중에 배출된 후 누적되어 있는 온실가스량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국제사회는 2009년과 2010년을 거치면서 한 가지 중요한 약속을 했다. 산업혁명기 대비 2℃를 넘어서지 않도록 온도 상승폭을 제한하자는 것이었다. 2℃를 영어로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라 하는데 우리말로 하자면 극적인 전환점이다. 극적인 전환점이란 처음에는 사건이 천천히 진행되다가 어느 지점을 넘어서면 급격하게 진행될 때 바로 그 지점을 말한다. 즉, 지구평균 기온이 2℃를 넘어서게 되면 기후변화가 더욱 급격하고 심각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현재처럼 화석연료 소비를 지속한다면 2100년에는 1986~2005년 사이 평균 온도보다 3.7℃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는 이제 국제사회가 넘어서지 말아야 할 목표가 되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위원회(IPCC)에 따르면 2℃를 넘어서지 않으려면 가장 중요한 온실가스 지표인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누적 배출량이 2.9조 톤을 넘어서는 안 되는데 이미 인류는 1.9조 톤을 배출한 상태다. 따라서 2℃를 넘지 않으려면 이산화탄소 누적 배출 총량이 1조 톤을 넘어서는 안 된다.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 채택되고 1997년에 교토의정서를 통해 우선 선진국들만 의무감축 목표를 부여하여 온실가스를 감축하도록 하였다. ‘공통적이지만 차별화된 책임’ 원칙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개발도상국들의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이들의 온실가스 배출이 1990년부터 2012년까지 두 배 이상 빠르게 증가하였다. 개도국들의 온실가스 또한 줄여야 한다는 선진국들의 문제제기가 잇따르면서 2007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렸던 제13차 당사국 총회에서는 전 세계 국가들은 선진국들뿐 아니라 개도국들도 참여해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자는 데 합의하였다.
 
교토의정서 이행기간이 종료된 2012년 이후의 감축방식에 대해 합의를 보지 못하다가 2011년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17차 당사국 총회에서 2020년 이후 신기후체제 설립에 합의하였다. 신기후체제에 모든 국가들이 참여하도록 하기 위해 이제 ‘공약’이란 표현 대신 ‘기여’란 표현을 쓰면서 국가들이 자발적으로 감축 기여 목표를 설정하기로 하였다.
 
2012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18차 당사국 총회에서는 신기후체제 출범 전(2020년)까지 교토의정서 체제를 연장하는 데 합의하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함께 적용받는 새 감축안을 2015년까지 마련하기로 하였다. 2013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렸던 19차 총회에서는 2020년 이후 INDC를 21차 당사국 총회 개최 이전까지 제출하기로 합의하였다.
 
지난해 말 페루 리마에서 열린 20차 총회에서는 리마 요청(The Lima Call for Climate Action)에 극적으로 합의하여 INDC 작성지침을 구체화하였다. 당사국들은 INDC 제출 정보와 기여 원칙, 감축목표, 제출 절차에 합의하였는데, 준비가 되어 있는 국가는 2015년 3월까지, 그렇지 못한 국가들은 21차 총회 이전 충분한 시기를 두고 INDC를 제출하고 협약 사무국이 ‘2도 이내’ 목표달성 여부에 대한 종합보고서를, 10월1일까지 제출된 INDC를 분석하여 11월1일까지 작성하기로 하였다. 각국의 감축목표는 협약 사무국 홈페이지에 게재되며 감축 목표 수립시 각국이 현재의 감축행동을 넘어서는 강화된 수준이어야 한다는 ‘감축목표 후퇴금지’ 원칙에도 합의하였다.
 
in1.jpg » 2015년 7월 현재 유엔 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제출된 국가별 INDC는 <표 1>과 같다. 유럽연합 28개국을 포함해서 총 47개국이 제출하였는데 이들의 배출량을 합하면 2012년 전 세계 배출량의 62.27%에 달한다.  
 
2.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

 

05333952_R_0.jpg » 지난달 11일 정연만 환경부 차관이 정부세종청사 제1공용브리핑룸에서 열린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2030년 온실가스를 약 15-30% 감축을 목표로 4가지 시나리오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리 정부도 2014년부터 INDC 수립에 착수하여 지난 6월30일 협약사무국에 제출하였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예상치(Business-as-Usual, BAU)인 8억 5060만 톤(온실가스 총량을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톤)을 5억 3587만 톤으로 37%(3억 1473만 톤) 줄인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2014년 5월부터 장기 국가 감축목표 수립 작업에 착수하였다.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기획재정부, 외교부, 미래창조과학부,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등으로 티에프를 구성하여 목표 수립 작업을 총괄하였는데 감축 목표 수립을 위한 실무작업은 관계부처 추천 전문가로 구성한 공동작업반에서 수행하였다.
 
정부는 애초 9월 말에 INDC를 협약사무국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갑자기 6월 말로 제출 일정을 앞당겼다. 2015년 6월 11일 <그림 3>에 제시된 것처럼 2030년까지 BAU 대비 14.7%, 19.2%, 25.7%, 31.3% 감축한다는 4가지 시나리오 중에서 중기 감축 목표를 선택한다고 발표하였다. 시나리오 발표 이튿날인 6월12일에는 정부가 주관하는 공청회가 열렸고 6월18일에는 국회토론회가 열렸다.
 
하지만 정부 시나리오는 가장 높은 수준의 시나리오 4를 택한다 하더라도 2030년 배출치가 5억 8500만 톤으로 이는 2020년 배출 목표치인 5억 4300만 톤보다 높아서 ‘후퇴금지 원칙’ 위반으로 국내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었을 뿐 아니라 주요 국가들이나 유엔, 국제 엔지오 등 국제사회로부터도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산업계는 이런 감축 목표조차 과도하다며 반발하였다.
 
<그림 1> 정부가 제안한 2030 감축목표 시나리오

in2.jpg » 출처: Post-2020 감축목표(안) 공청회 자료집

 
이러한 국내외 비판을 의식해서 정부는 6월30일 국무회의를 열고 ‘2030년 BAU 대비 37% 감축(5억 3600만톤 배출)’을 국가 장기 감축목표로 확정하였다. 감축 목표가 형식적으로 4가지 시나리오 안보다는 높아졌는데 이는 국내외에서 제기된 “후퇴금지 원칙”에 대한 비판을 수용한 결과였다.
 
다만 37% 가운데 국내 감축노력을 통해 시나리오 3에 해당하는 25.7%를 줄이고 나머지 11.3%는 해외 배출권 시장을 통해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같은 날인 2015년 6월30일에 이러한 내용의 INDC를 유엔기후변화협약사무국에 제출하였다. 유럽연합 28개국을 하나로 본다면 세계에서 16번째로 INDC를 제출한 국가가 되었다.
 
정부가 감축목표 시나리오 발표 당시 제시했던 시나리오별 감축 수단은 < 표2>와 같다. 국내 감축 목표로 정부가 택한 시나리오 3의 경우 2안까지의 감축 수단에 원자력 발전 비중 확대,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CCS) 도입, 그린카 보급 등이 포함된다.
 
<표 2> 감축 시나리오별 감축 수단
 

in3-0.jpg 
 
3. 한국 INDC의 문제점과 과제
 
한국의 INDC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감축안 결정이 너무나 성급하게 추진되었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6월11일에 처음으로 감축 시나리오를 발표한 뒤 6월30일에 확정하고 당일에 유엔 사무국에 제출하였다. 2014년 11월, 정부는 국제사회 제출 시기에 대해 “국제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한다고 했지만 여러 언론보도를 통해 9월 말에 제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연합뉴스> 2015년 4월7일치, <조선비즈> 2015년 5월20일치, <에너지경제> 2015년 6월1일치). 그러다 정부는 갑자기 6월 말로 제출일을 정하고 급하게 공청회를 열었다.
 
한편으로는 올해부터 적용되는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2015~2029년)을 원래 지난해 말 확정해야 했지만 INDC가 확정되지 않아 전기본 수립이 덩달아 지연되고 있기 때문에, 다른 한 편으로는 주요 국가들이 INDC를 마감일에 앞서서 제출하는 경향이 있어 이런 흐름에 맞추기 위해서, INDC를 6월 말에 제출하기로 했다고 한다.
 
“유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제출이 늦어지면 국제사회가 기대하는 수준보다 불리해질 수 있는데, 정부가 속도를 내서 했다는 것이 다행스럽다.” 이 말은 2015년 7월22일치 <이데일리>에 실린 윤성규 환경부장관의 인터뷰 내용이다. 즉, 좀 더 일찍 INDC를 제출하는 쪽이 국제사회 기대를 충족하면서 좀 더 완화된 목표를 제출하는 데 유리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러한 갑작스런 제출 시기 변경으로 인해 기후변화 감축목표 수립이 국가경제나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시간적 여유를 갖고 공청회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야 했는데도 그러지를 못했다. 공청회 개최 사실은 불과 개최 이틀 전에서야 공지되었다. 6월 말이란 시간에 맞추기 위해서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됨으로써 INDC 수립이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통해 합의되지 못했고 그 결과 지지를 얻기 어렵게 되었다.
 
공청회 1회, 국회 토론회 1회라는 절차는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해서 충분하게 발언하고 토론할 기회가 되기 어려웠다. 두 행사의 참여자로 초대받은 산업계는 늘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어서 온실가스 주요 배출원으로서 기후변화 유발에 책임 있는 당사자들이었지만 이들은 항상 해당 사업체의 이익이 침해되는 것이 국익을 저해하는 일이라고 강변하며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 수립을 가로막고 나섰다. 시민사회계 또한 가장 직접적인 관심을 가진 환경단체나 학계가 주로 참여하긴 했지만 노동자, 농민, 소비자, 여성계, 종교계 등 보다 다양한 시민사회의 참여가 이루어지지는 못했다.
 
감축 목표나 감축 수단의 적절성 또한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공청회와 국회 토론회에서 감축 목표 설정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이를 통해 감축 방식이 변화되진 않았다. 즉, 2020년 감축목표 수립 때와 동일하게, 또 정부가 제시한 시나리오 안들과 마찬가지로 BAU 방식의 감축 목표를 수립하였다.
 
이런 방식은 경제성장률과 인구성장률, 유가 변동, 산업구조 변화 등을 어떻게 가정하느냐에 따라 결과 값인 에너지 수요와 온실가스 배출량이 달라질 수 있어 객관성이 담보되기도 어렵다. 그 결과 배출 전망치 설정을 둘러싸고 지속적으로 사회적 논란과 갈등이 이루어지기 십상이다. 이미 INDC 수립과정에서 제시된 2020년 BAU가 정부가 2009년과 2011년, 2014년을 거치면서 제시했던 BAU가 이번 2030년 BAU 예측 과정에서 다시 수정되는 방식에서 뚜렷이 알 수 있다.
 
<그림 3>에 제시된 것처럼 이번에 제시된 2020년 BAU가 예전보다 640만 톤(0.8%)이 증가한 것으로 다시 전망되었다. BAU 기반 감축 목표 설정방식을 취하게 되면 온실가스 배출을 위해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기보다 BAU 재산정에 대한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사회적 혼란과 갈등이 재연되고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기준연도 대비 배출 감축 목표 설정 방식이 안정성과 함께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더욱 확실한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나은 방식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모든 선진국들이 기준연도 방식을 취하고 있기에 연료 연소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이 세계 7위 국가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고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교량 역할을 자임했기에 낮은 수준이라 하더라도 기준연도 방식을 취하는 것이 국제사회에서 더 적극적인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바탕이 될 수도 있다.
 
<그림 2> 온실가스 배출전망과 정부의 4개 감축안 및 최종 INDC
 
in4.jpg » 출처: 관계부터 합동, 2015, “Post-2020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 추진 계획” 재구성


그렇다면 2030 BAU 대비 37% 감축이란 목표 자체는 적절한 것일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애초 정부의 4개 시나리오는 2020년 목표보다 후퇴한 것이었다. 하지만 최종 제출한 INDC는 2030년 배출 목표치를 5억 3600만 톤으로 함으로써 형식적으로는 2020년 목표치보다는 약간 낮아져 후퇴금지 원칙 위반을 가까스로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20년~2030년의 10년 동안 700만 톤만 추가 감축한다는 것은 2℃ 이내로 온도 상승을 억제해야 하는 지구적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상당한 미흡한 수준이다. 각국의 INDC를 평가해서 발표하고 있는 독립적인 분석기관인 ‘기후행동추적(Climate Action Tracker)’은 우리나라의 감축안에 대해 ‘부적합(inadequate)’이란 평가를 내렸다.
 
우리나라 수준의 감축목표를 달성할 경우 지구 평균기온이 3~4도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분석하였다. 게다가 11.2%는 해외로부터 배출권을 구입해서 충당하겠다는 계획이기에 국내 배출량은 6억 3200만 톤으로 2020년 배출량보다 8900만 톤이나 늘어난 것으로 여전히 후퇴된 목표라 할 수 있다.
 
정부는 산업계의 반발을 의식해서 산업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산업부문(제조업) 감축률을 BAU 대비 12% 수준으로 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도 산업계는 이런 접근을 “암덩어리 규제”로 규정하는 상당히 시대착오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국제사회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적극적으로 줄이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기업이 보다 미래지향적으로 자신의 에너지 다소비 체질을 개선하고 한발 앞서 배출량을 줄이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오히려 기후변화시대 적절한 적응방향임에도 한국의 산업계는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대로 세우고 있지 못한 것이다.
 
산업계는 우리나라가 제조업 위주의 경제구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고 온실가스 감축비용이 경제에 부담을 가하므로 산업계의 감축 부담을 더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다른 부문에 대한 감축 부담률은 아직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국가 감축률 37%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으로 산업계의 부담을 제한하는 것은 비산업계, 즉 국민 일반에 부담을 전가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더군다나 37% 감축률의 30.5%에 해당하는 양을 해외 시장에서 배출권을 구입해 상쇄한다는 것은 정부가 세금으로 배출권을 구매함으로써 산업계의 감축 비용 부담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정부가 제시한 감축 수단의 적절성이다. 정부는 국내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한 주요 수단으로 원자력 발전소의 추가 건설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에너지 수요 전망이 2014년에 발표된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기초로 하고 있기에 이미 BAU 자체에 핵발전소를 2035년까지 발전시설용량의 29%로 늘린다는 추가 건설 계획이 반영되어 있다. 그런데 또 다시 핵발전소를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사고 이후 이미 사회적인 수용성이 낮아진 상황에서 기존의 건설계획에 대해 추가로 더 건설하는 방안이 국민적 동의를 얻기 쉽지 않은데다 핵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실어나를 송전선 계획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러한 접근은 향후 사회적 논란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기후변화 위험 못지않게 핵발전 위험도 크기에 한 위험을 다른 위험으로 상쇄하려는 지금의 접근은 결코 현명한 방법이 되지 못한다.
 
또한 산업계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국내에서 25.7%를 줄이고 나머지 11.3%는 해외 시장에서 배출권을 구입해 상쇄하기로 한 방안은 오염 원인자인 산업계가 지급해야 할 비용을 국민의 세금으로 부담해 주는 방식을 상정하고 있어 이 또한 논란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05351371_R_0.jpg » 6월1~11일 독일 본에서 열린 파리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준비 회의 모습. 올 12월 파리에서 열릴 당사국 총회에서는 개도국과 선진국이 모두 참여하는 2030년 이후 새 기후체제가 출범할 전망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런 세계적 전환의 기회를 외면하고 화석연료와 원자력에 기댄 경제체제를 고집할 것이란 우려가 높다. 사진=기후변화협약사무국
 
INDC가 이미 유엔에 제출되었지만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없었고 그 결과 사회적 동의와 합의를 얻지 못한 상태이기에 상황이 종료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또 사회적으로 이 INDC가 수용된다 하더라도 어떻게 이 목표를 실현할 것인지는 여전히 문제다.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기후변화의 실재성과 심각성을 인식하고 현재 우리 사회의 산업구조와 생활양식에 지속불가능함을 인정해야 한다. 그때에야 보다 적극적으로 문제를 풀어가기 위한 노력이 경주될 수 있다.
 
현재의 산업과 삶의 방식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우리는 변화할 필요가 없지만 기후변화는 바로 지금의 산업과 삶의 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는 징표이다. 기후변화가 우리 생존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에 대한 철저한 인식을 기초로 더 늦기 전에 충분하고도 충실하게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야말로 현명한 생존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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