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전력 공급량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면?

이유진 2011. 12.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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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사고로 전력공급 절반, 시민 절전으로 극복했다 

원전 54기 중 44기 멈춰도 정전 없어

 

전철 전광판 동경전력사용현황 77%s.jpg

 

지난 7월 29일 무더위가 한창인 일본 도쿄도 내, 전철역 전광판에는 실시간으로 전력사용량이 발표된다. 약한 냉방에 양해를 구하는 포스터도 붙어 있다.

 

지하철 티켓 발매기 서너 대 중 한 대의 전원이 꺼져 있고, 엘리베이터 운행 대 수도 줄였다. 밤마다 휘황찬란하던 야경도 한층 겸손해진 느낌이다. 도시 전체가 전기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3월 11일 발생한 동북대지진으로 도쿄도는 심각한 전력난을 겪었다. 도쿄전력이 도쿄 전체의 전력을 공급하는데,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공급능력이 하루 아침에 6,000만㎾에서 3,100만㎾로 줄었기 때문이었다.

 

추운 날씨가 계속되면서 평균 4,100만㎾의 전기가 필요했기 때문에 급한 대로 절전과 계획정전(도쿄도를 몇 개 구역으로 나눠 2~3시간 교대로 정전을 하는 방식)으로 3월을 보냈다. 문제는 다가오는 여름이었다.

5월13일, 일본 정부는 국가 차원의 여름철 전력수급대책을 발표했다. 전기사업법에 근거한 전기사용 제한 조처로 7월 1일부터 도쿄전력과 도후쿠전력을 이용하는 전력 다소비업자(500㎾이상 전력사용자)들은 지난해 대비 전력사용량을 15% 줄여야 했다.

 

의무적으로 절전을 지키도록 한 긴급대책은 큰 효과를 보았다. 도쿄전력에 따르면 여름 최대 전력사용량(4922만㎾h)이 지난해(5999만㎾h)보다 18%나 줄었다.

500㎾ 이상 대규모 사용자가 전년 대비 29%, 500㎾ 미만 사용자가 19%, 가정에서 6%를 줄였는데, 정부 방침에 대기업들이 적극 동참한 덕분이었다. 도요타 등 자동차 제조 13개사는 7~9월 동안 전력피크를 완화하기 위해 목·금요일에 쉬고, 토·일요일에 공장을 가동하거나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등 근무형태도 바꾸었다.

 

소프트뱅크는 사내에 절전위원회를 설치하고, 7월1일부터 본사 빌딩 30% 이상을 폐쇄하고, 재택근무와 외근으로 전환했다. 일본에서는 제1차 석유파동이 일어난 1974년 이래 37년 만에 실시한 제한령인데, 절전이 단시간에 얼마나 큰 효과를 발휘하는지를 보여주었다. 덕분에 일본은 54기의 핵발전소 중에서 44기가 멈춰 섰는데도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다.

일본의 절전 성공요인으로 도쿄도의 노력을 빼놓을 수 없다. 도쿄도는 5월 27일 국가정책과 별도로 '도쿄도 전력 대책 긴급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당장 소비를 줄이기 위해 현장을 찾아가는 방식을 택했다. 전력을 대량으로 소비하는 1,400개 빌딩에 절전 전문가를 파견했고, 중소 규모 사업체 700곳에 무료 에너지 진단 서비스를 제공했다.

 

초중고생 100만 명을 대상으로 에너지 교육을 해 가정의 전력소비 절감을 유도했다. 도청사부터 전년 대비 25% 절감을 실천했으니 얼마나 절실하게 정책을 추진했는지 알 수 있다.

 

도쿄도가 시행한 각 부문별 절전 실천 내용

 

대규모사업체

- 임대 빌딩 등에 전문가를 파견해 절전 어드바이스 실시

- 전력을 대량 소비하는 1,400개 빌딩 절전 전문가 파견

중소규모

사업체

- 3만개 사업소에 절전대책 지도

- 지구온난화방지활동추진센터(JCCCA)가 무료 에너지 절약 진단 실시(700개 사업소)

- 에너지 절약 촉진, 크레디트 창출 프로젝트에 의한 중소기업 노력 지원

- 동경법인회연합회(회원 17만개사) 연계 절전 에너지 진단, 절전 세미나 개최, 사업자 지원

가정

- 학교에서 절전교육실시(공립 초중고, 청소년 100만 명 대상 교육 실시로 가정 에너지 소비 저감 유도)

- 전력회사 가스회사의 교육을 받은 3,000명의 ‘절전 어드바이저’가 100만 세대에 절전 어드바이스 진행

생활양식 변화

- 점포, 오피스 조명 기준 재검토

- 가전제품 에너지절약모드 정착화

도쿄도 시설

- 도청사 관공시설 전년대비 25% 삭감 목표(도민이용시설 15%) → 조명 1/2 소등, 엘리베이터 1/2 정지, 출근시간 분산화

- 병원 등 라이프라인 시설: 도민생활을 지키는 기능을 확보하면서 최대한 절전

에너지절약

설비 보급

- 중소기업의 LED 조명등 개발 지원

- 도 소유시설 에너지 절약 기기 도입

- 교통신호 LED화 정책 조기 실시(3,200개소), 디맨드 감시장치 도입

 

 

 

빌딩 안에 설치된 전력사용 전광판s.jpg

도쿄시내 빌딩 1층에 설치된 전력사용량 현황표.

 

도쿄도의 에너지 절약정책은 기후변화 정책과 맞닿아 있다. 도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상업 47%, 가정 26%, 운송 25% 순이다. 2006년 온실가스를 2020년까지 2000년 대비 25% 삭감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2010년부터는 강력한 감축정책을 펼치고 있다.

 

현재 연간 1,500㎘이상의 석유를 사용하는 1,400개 대규모 사업장에는 ‘총량삭감의무’를 실시하고, 70만개 중소규모 빌딩은 ‘환경 감세’와 ‘크레디트 창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가정에서는 고효율 온수기 보급과 100㎾ 태양광 보급정책을 펼친다.


‘총량삭감의무제’는 2010~2014년 동안 도내 주요 초고층빌딩과 관청을 대상으로 연료, 열, 전기 사용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5년간 평균 8% 줄이도록 하는 것이다.

 

기준배출량이 1만t이면 향후 5년간 4만 6,000t(8% 삭감량 9,200t×5년) 이하를 배출해야 한다. 의무삭감량을 달성한 기업이 달성하지 못한 기업에 배출권을 팔 수 있도록 배출권거래제를 실시하고 있다.

중소 규모 사업소는 재정적인 면에서 투자가 어렵기 때문에 경제적 유인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고효율 냉동기나 설비를 설치하면 세금을 줄여주는 환경감세(사업세 50% 감면)를 실시하고 있다.

 

에너지 절약 설비를 설치할 때 보조금도 설비의 20~50% 지원한다. 지구온난화 대책 보고서 제도를 통해 중소기업의 에너지 사용량 파악을 지원하고 있다.

 

 2011년 여름, 원전사고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추진한 대대적인 절전 정책은 앞으로 도쿄도가 기후변화 정책을 실행해 나가는 데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도는 중소기업이 자가발전설비를 갖추는 것을 지원하는 등 도시형 전력 확보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도쿄도의 절전노력은 시민들의 생각과 삶의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에너지 사용의 대가를 혹독하게 치렀으며, 도쿄에서 쓰는 전력의 외부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를 체감하게 되었다.

 

더불어 전력소비를 줄이는 일이 그렇게 힘든 일이 아니며,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도 경험했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 에어컨 사용을 자제했더니, 실외기로 인한 도시 열섬현상이 줄어들었다. 도시생활이 보다 쾌적해진 것이다.

 

도쿄 시민들은 올해는 정장에서 넥타이를 생략하는 정도만이 아니라 반바지·티셔츠·샌들까지 허용하는 ‘수퍼 쿨비즈’ 운동을 벌였다. 아침 근무(오전 7시~오후 4시)도 적극 활용했다. 에너지를 줄이기 위해 생활 스타일을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후쿠시마 사고이후 판매량이 늘어나는 소형 태양광 발전기2s.jpg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판매량이 늘어난 휴대용 태양광발전기.

 

벼랑 끝에선 일본 시민들은 놀라울 만큼의 절전량을 달성했다. 일본과 우리는 상황이 다르다고 반문하기 쉽다. 그러나 우리도 9.15 정전을 경험했고, 블랙아웃의 심각성을 학습했다. 그리고 목전에 올겨울 전력대란을 앞두고 있다.

 

일본과 우리의 상황이 다르지 않음을 인식한다면, 미리 대비하고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제는 발전시설에 대한 투자가 아니라 에너지 효율개선에 대한 투자를 늘여나가야 하고, 에너지를 줄이는 삶의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이유진/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녹색연합 녹색에너지디자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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