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물속 더운피, 백상아리와 참다랑어의 생존법

조홍섭 2015. 0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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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내부 붉은근육 따뜻하게 유지, 높은 대사율로 2~3배 빠른 속도로 찬 바다 진출

해양포유류 비슷한 장거리 이동…4억5천만년 전 갈라진 상어와 다랑어 수렴진화 사례

 

endo2_salmon shark_ Yutaka Sasaki.jpg » 몸 내부를 주변보다 다뜻하게 유지하는 악상어. 동해에서 알래스카까지 북태평양에 널리 분포하는 최상위 포식자다. 668m 심해에서 관찰되기도 했다. 2.6m 220㎏까지 자라지만 450㎏의 거물이 보고되기도 했다. 사진= Yutaka Sasaki, 위키미디어 코먼스

 
중부 지방의 요즘 아침 기온인 10도이면 조금 선선해도 견딜 만하다. 그러나 이 온도의 물속이라면 한 시간 만에 목숨을 잃을 수 있다.
 
물속에서는 공기속에서보다 열이 쉽게 전달돼 체온을 금세 잃기 때문이다. 물고기가 대부분 찬피동물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상어와 다랑어 등 일부 물고기는 더운 피를 유지한다. 1835년 영국 물리학자 존 데이비가 가다랑어의 체온이 주변 수온보다 높아 물고기가 찬피동물이란 일반 법칙에서 벗어난다고 발표한 이후 알려진 사실이다.
 
상어 가운데 백상아리, 청상아리, 악상어 등 5종, 다랑어 가운데는 참다랑어, 황다랑어, 날개다랑어 등 14종이 그런 예다. 이 물고기들은 몸 안쪽에 높은 체온을 유지하는 붉은색 근육이 있으며 생태적으로 활동적인 포식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endo4_Danilo Cedrone FAO.jpg » 그물에 걸린 대서양참다랑어를 떼어내는 잠수부. 이 대형 물고기는 장거리를 빠른 속도로 이동하며 먹이를 찾는다. 사진=Danilo Cedrone(FAO), 위키미디어 코먼스

 
파충류, 양서류, 곤충, 거미, 어류 같은 변온동물은 주변온도가 떨어지면 근육 속 화학반응도 함께 느려져 몸이 굼떠지지만 체온을 유지할 부담이 없다. 그래서 악어는 같은 무게의 사자보다 먹이를 5분의 1에서 10분의 1만 먹어도 충분하고, 아무것도 먹지 않고도 반년을 버틴다.
 
항온동물인 포유류나 조류는 추운 곳에서도 활동을 계속하는 이점을 누린다. 하지만 체온을 유지하느라 에너지를 많이 쓰기 때문에 많이 먹어야 한다. 에너지 다소비 동물인 셈이다.
 
물속에서 더운 피를 유지하는 물고기는 다른 물고기보다 에너지를 곱절은 더 써야 한다. 그런 유지비용보다 큰 생태적 이득은 어떻게 얻을까.
 
이제까지 널리 알려진 가설은 더운 피 물고기는 더 넓은 영역을 서식지로 삼을 수 있고, 따뜻한 근육의 높은 출력을 이용해 재빨리 헤엄쳐 먹이를 더 잘 잡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열대바다에서 온대바다까지 넘나들며 먹이를 찾는 해양동물에는 대왕고래, 북방물개, 장수거북 등과 함께 참다랑어, 악상어가 포함되는데, 찬피 물고기 가운데 이런 장거리 이동을 하는 물고기는 없다. 참고로, 장수거북은 변온동물이지만 몸 안쪽 깊숙한 부위는 주변보다 높은 온도를 유지한다.
 
이 오랜 가설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발달한 위성 추적 장치와 계통유전학 정보를 종합해 와타나베 유우키 일본 국립극지연구소 생물학자 등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미국립학술원회보> 21일치에 실린 논문에서 더운 피 물고기가 빨리 헤엄쳐 멀리 이동해 먹이를 쉽게 획득한다고 밝혔다.

 

endo3.jpg » 다양한 해양 척추동물의 연간 최대 이동 거리(㎞). 왼쪽부터 더운 피 물고기, 찬피 물고기, 포유류, 펭귄, 거북의 종류별 최대 이동거리. 더운 피 물고기 가운데는 백상아리, 포유류 가운데는 혹등고래, 거북 가운데는 장수거북의 이동거리가 가장 길다. 그림=와타나베 외, <PNAS>
 
연구자들은 온혈 물고기의 이동범위가 다른 물고기의 2~3배라고 밝혔다. 이는 펭귄 등 해양 포유류와 비슷한 수준이다. 더운 피를 지닌 상어들은 생태적 지위와 크기가 비슷한 찬 피 상어보다 속도는 2.7배 빠르고, 이동 범위는 2.5배 넓었다.
 
더운 피 물고기는 빠른 유영 속도를 바탕으로 열대에서 온대바다까지, 표층에서 찬 심해까지 먹이 터를 넓힐 수 있고, 이런 장거리 이동능력을 바탕으로 특정 시기에만 얻을 수 있는 먹이를 폭넓게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가능하게 만든 요인은 붉은 근육의 높은 대사율과 꼬리만 옆으로 흔드는 독특한 동력 전달 방식, 체온 손실을 최소화하는 역방향 열교환 방식 등이다(■ 관련기사: 개는 왜 발이 시리지 않나).

 

endo1_Hermanus Backpackers _Great_white_shark_south_africa.jpg » 연간 1만㎞ 가까이 이동하는 더운 피 동물인 백상아리. 대사와 관련된 유전자는 물고기보다 사람에 가깝다. 사진=Hermanus Backpackers, 위키미디어 코먼스
 
연구자들은 “연골어류인 상어와 경골어류인 다랑어가 4억 5000만년 전에 계통이 갈라졌는데도 같은 능력을 획득한 것은 수렴진화의 놀라운 사례”라고 설명했다.
 
백상아리의 대사 관련 유전자는 다른 물고기보다 사람에 더 가깝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다. 백상아리는 내장, 추진 근육, 두개골 등에서 국부적으로 주변 바다보다 따뜻한 체온을 유지하며, 이를 위해 높은 대사율을 나타낸다(■ 관련 기사: 백상아리, 물고기보다 사람에 가깝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Yuuki Y. Watanabe et. al., “Comparative analyses of animal-tracking data reveal ecological significance of endothermy in fishes,” PNAS Early Edition.

www.pnas.org/cgi/doi/10.1073/pnas.1500316112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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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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