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성 없다고 안전할까? 잔류성과 농축성도 봐야

이동수 2015. 0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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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독성 없고 소량이지만 돌이킬 수 없는 피해 주는 유해물질 많아

몸속에 최고 1억배 농축도, 정보 많은 생산자와 정부 책임 막중

 

05168585_R_0.jpg » 지난해 10월28일 서울 구로구 한 대형마트 앞에서 여성환경연대 등 시민환경단체 회원들이 암을 일으킬 수 있는 1,4 다이옥산이 든 주방세제를 추방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암은 대표적 만성적 영향
  
유해물질이 공기나 물, 식품에서 검출되거나 누출사고 등으로 뉴스를 장식하다가 “그 양이 기준치 이내여서 영향이 미미하다”는 결론으로 흐지부지되곤 한다. 그러나 기준치 이내면 안심해도 되거나 미미한 영향이 정말 미미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1960년 레이철 카슨은 <침묵의 봄>에서 대량으로 살포되는 농약류 화학물질의 급성피해를 생생하게 고발했다. 그 후 세월이 흘러 1996년 테오 콜본은 <도둑맞은 미래>에서 오랫동안 전 지구적으로 진행되어온 이해할 수 없는 인체 및 생태계의 피해 혹은 이상 현상의 많은 부분이 화학물질에 의한 것이라는 가설을 제기하였다.
 
이러한 가설은 이후 많은 연구를 통하여 사실로 확인되고 있는데, 잘 알려진 화학물질의 급성 독성에 더해 최근에는 낮은 농도의 화학물질에 의한 만성적 영향과 면역력 저하, 성장 부진, 생식력 감퇴와 같이 알아채기 어려운 미미한 영향이 새로운 위협으로 등장하고 있다.
 
만성적 영향이란 그 증상이 한참 뒤에 나타나거나 나타나면 오래 지속된다는 시간적 특성을 말하는 것으로서 그 영향의 심각성과는 별개의 이야기이다. 혹시라도 만성적 영향이 심각성이 덜하다는 것으로 해석하면 안 된다. 치명적인 암도 대표적인 만성적 영향의 하나이다.
 

01041029_R_0.JPG » 살충제의 위험성을 처음 제기해 환경운동을 연 것으로 평가받는 저술가 레이철 카슨이 자신의 저서 <침묵의 봄>을 들고 있다.


또한 알아채기 어려운 미미한 영향은 그 영향을 받은 개체 자신은 언뜻 생활과 생존에 큰 지장이 없어 보이지만 종종 심각한 결과를 낳는 경우를 말한다.
 
즉, 별문제 없어 보였던 갈매기가 번식기에 들어서도 짝짓기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거나, 칼슘 대사의 이상으로 껍질의 두께가 정상보다 조금 얇아 깨지기 쉬운 알을 낳았던 펠리컨, 매, 독수리 등이 북미 전역에서 새끼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거나, 일부 지역에서 아예 멸종을 한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따라서 미미한 영향은 무시해도 좋은 영향이라기보다는 쉽게 알아보기 어려운 영향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더 신중하고 적절할 것이다.
 
이런 영향은 아주 적은 양의 화학물질에 의해서도 나타날 수 있으며, 또한 금방 나타나지도 않고 눈에 잘 띠는 현상도 아니라는 점에서 그 원인 물질을 확인하기도 어렵고 확인이 될 즈음이면 이미 그 물질이 오랫동안 사용된 이후라서 사후약방문식의 대처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는 과거와는 사뭇 다른 양상을 띤 화학물질의 위협이다.
 
우리나라 다이옥신이 북극 오염 가능성

Steve Amstrup USFWS.jpg » 다이옥신 등 잘 분해되지 않는 화학물질이 북극곰의 피하지방에서 고농도로 검출되고 있다. 사진=Steve Amstrup USFWS, 위키미디어 코먼스

 
이렇게 달라진 화학물질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화학물질의 위험성을 평가하는 틀도 점차 변화해 왔다. 예전에는 어떤 물질에 의한 위험을 그 물질이 가지고 있는 독성, 그것도 주로 급성독성을 보고 평가했는데,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점이 점차 명백해졌기 때문이다.
 
우선 독성에서도 만성독성을 포함하여 훨씬 다양하고 관찰이 어려운 악영향까지 평가해야 한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그러나 더 큰 변화는 화학물질에 대한 노출의 수준도 독성 못지않게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비로소 화학물질의 위험성(Risk, 국내에서는 위해성 혹은 위해도라고 함)을 온전하게 평가할 수 있다는 것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즉, 화학물질의 위해성을 평가할 때는 노출과 독성의 정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화학물질의 위험성 = 노출 x 독성)는 개념이 점차 보편적으로 사용되게 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아무리 독성이 커도 그 물질에 노출되지 않으면 위험성이 작고, 대조적으로, 독성이 상대적으로 작은 물질이라도 고농도로 혹은 장기간 노출이 되면 위험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경험이 깔려 있는 것이다.  
 
이렇듯 새롭게 알려진 화학물질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최근에는 화학물질을 분류할 때 PBT(Persistence: 잔류성, Bioaccumulation: 생물농축성, Toxicity: 독성) 정도를 평가해 사용에 앞서 미리 걸러낸다. 
 
화학물질이 가진 독성(T)의 종류나 심각성을 알아야 할 이유는 분명하지만 잔류성(P)과 생물농축성의 평가(B)는 왜 중요할까? 잔류성과 농축성이 바로 위에서 얘기한 화학물질의 위험성을 구성하는 요인 중 다름 아닌 노출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잔류성은 자연환경에서 잘 분해되지 않아 오랜 기간 남아있게 되는 정도를 의미한다.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에 관한 국제협약(스톡홀름협약)에 따르면, 반감기(환경 중 농도가 반으로 줄어드는데 걸리는 시간)가 물에서 2개월 혹은 토양(혹은 하천 바닥 흙)에서 6개월 이상이면 잔류성 물질이라 할 수 있다.
 
환경 중에 오래 잔류하면 그만큼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 또한 금방 없어지지 않고 장기간 남아 있게 되면 바람과 물, 때로는 철새와 같이 장거리 이동을 하는 생물체 등의 움직임에 따라 공간적으로 널리 퍼져나갈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나므로 더 넓은 지역의 생태계 오염으로 이어지게 된다.
 
맹독성 물질인 다이옥신이나 다염화비페닐(PCBs) 등을 배출하거나 사용한 적도 없는 북극지역의 생태계가 그 물질들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북미 대도시 지역의 생태계 못지않게 오염된 것으로 확인됐는데, 그 가장 큰 이유가 이 물질들의 잔류성이 대단히 컸기 때문이다.
 
다이옥신이 토양 속에서 반으로 줄어드는 데는 1~3년이 걸리므로 오염도가 초기 수준의 100분의 1로 줄어들기 위해서는 대략 7년~20년이 걸린다. 이는 토양에서 증발한 다이옥신이 지구를 몇십 바퀴 이상 돌 수 있는 시간이므로 우리나라에서 배출된 다이옥신이 북극을 오염시켰다 한들 이상할 것도 없다. 이렇듯 잔류성은 화학물질에 의한 노출의 시공간적 위협을 이해하고 대처하는데 매우 중요한 특성이다.
 
미나마타의 비극은 생물농축

Tomokos_hand.jpg » 수은중독에 의한 미나마타병 환자 모습. 사진=유진 스미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생물농축은 화학물질이 생물체 내로 들어와서 점차 쌓여 몸속의 농도가 커지는 현상과, 오염된 생태계에서 먹이사슬 내 위치가 한 단계 높아질수록 농도가 급격히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생물농축성 물질의 농축수준은 100~1억 배에 달한다.
 
예를 들면, 미국의 퓨젓 사운드에서는 여러 화학물질에 대해 먹이 사슬에서 가장 아래에 위치한 식물성 플랑크톤의 체내 농도가 자신이 서식하는 물속 농도의 일만~백만 배 더 높다는 것이 관측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 플랑크톤을 먹고사는 상위 동물들은 그 이상으로 오염될 것이다. 
 
많은 연구에서 디디티나 생물농축성 물질은 먹이사슬이 한 단계 올라갈 때마다 농도가 수십 배 이상씩 올라간다는 것이 관찰되었다. 일상적인 플라스틱 제품에 흔히 들어있는 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DEHP)의 경우 수백 배 정도의 생물농축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생물농축의 가장 극적인 사례는 세계적으로 충격을 주었던 일본의 미나마타병에서 찾을 수 있다. 병의 원인 물질인 수은이 폐수와 슬러지를 통해 버려졌으며 이는 해안 생태계를 심각하게 오염시켜 결국 그곳에서 잡힌 조개와 물고기를 먹은 주민들의 몸으로 들어왔다.

 

오염지역이었던 미나마타 지역 주민의 머리카락 중 수은 농도는 최대 705ppm으로 이는 당시 다른 지역의 평균 4ppm에 비해 180배 정도 더 높은 수준으로서 수은이 심각한 수준으로 체내에 농축되었음을 나타낸다. 그 결과 작은 어촌 마을이었던 미나마타에서 2000명 가까이 사망하고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대를 이어가며 고통을 겪는 참사가 벌어졌다.

 

지방 섭취 줄여야 할 다른 이유

 

Sballesteros15_Biomagnification_svg.jpg » 먹이사슬의 아래 단계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잔류성 오염물질이 농축되는 것을 보여주는 그림. 그림=Sballesteros15, 위키미디어 코먼스

  
생물농축이 일어나는 이유를 산술적으로 간단히 설명하면, 몸속으로 들어오는 속도가 몸속에서 분해돼서 없어지는 속도와 몸 밖으로 배출되는 속도의 합보다 더 커서 몸속에 쌓이기 때문이다. 현대의 수많은 화학물질은 몸의 신진대사 과정에서 잘 분해되지 않는다. 그 경우 들어오는 속도와 배출되는 속도의 차이만큼 화학물질은 몸에 쌓이게 된다.
 
우리 몸의 조직이나 혈액 중 노폐물을 밖으로 내 보내는 가장 큰 수단은 땀과 소변인데, 이를 통해 몸 안의 화학물질이 배출되려면 그 물질이 우선 땀과 소변에 섞여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어떤 물질이든 땀과 소변의 주성분인 물에 어느 정도는 녹아야 원활하게 배출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물에 잘 녹지 않는 화학물질들은 일단 몸에 쌓일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물에 잘 녹는 물질보다는 기름에 잘 녹는, 이른바 기름과 잘 섞이는 물질이 주로 몸에 남게 된다.
 
결국 화학물질 중 몸 안에 농축이 일어나게 되는 것들은  몸 안의 지질 혹은 지방세포에 주로 분포하게 된다. 같은 이유로 이런 현상은 사람뿐만 아니라 어떤 생물체 안에서든 비슷하게 일어난다.
 
결과적으로 지방함량이 적은 식물체 내의 농축 수준은 일반적으로 동물에 비하여 낮으며, 동물의 몸 안에서도 지방질이 풍부한 부위는 상대적으로 많은 유해화학물질을 함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가 생선이나 육류의 지방섭취를 조절해야 하는 이유는 지방의 높은 칼로리 때문만은 아니다.
 
몸 속에서 유해물질의 농도가 점차 커지면 그로 인한 악영향도 같이 커질 것이라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또한 이렇게 농축된 물질은 태반을 통하여 태아에게 직접 전달되기 때문에 동시에 악영향도 같이 물려 줄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어머니 몸에 축적되거나 섭취한 유해물질로 아이는 세상에 나오기도 전부터 화학물질에 노출되어 피해를 겪는 셈이다.
 
이런 점 때문에 화학물질의 생물농축성을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생체농축성이 큰 화학물질은 환경 중의 농도가 매우 낮다 하더라도 생물체 내의 오염은 크게 높아질 수 있으며 특히 먹이사슬의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는 더더욱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생체농축성의 평가는 대단히 중요하다.

 

소비자만 조심하면 되나
 
화학물질에 의한 위협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화학물질에 대한 노출을 줄이려는 소비자 각자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거기엔 뚜렷한 한계가 있다. 더구나 급성 독성 외에 만성적으로 혹은 소위 미미한 영향을 주는 화학물질을 조심하는 것은 더 어렵고 힘들다.
 
모든 연령대의 미국인들 몸속에 평균 150여 종의 화학물질이 있다는 2005년의 미국질병관리센터의 조사결과는 그러한 한계를 명료하게 보여준다. 따라서 소비자의 개별적 노력에 앞서 화학물질의 정보를 더 많이 갖고 있는 생산자의 의무와 책임이 훨씬 더 막중하다.
 
생산자는 생산단계에서 화학물질의 독성을 최소화해야 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생산품에 유해한 화학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정부는 생산자가 이러한 의무와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최근에는 수많은 화학물질이 매일 새롭게 만들어지고 쓰이고 있으며 이에 대한 위해정보도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이렇게 넘쳐나는 정보를 생산현장에서 혹은 사용하는 소비자가 자연스레 모두 알기는 힘든 노릇이다.
 
따라서 정부는 유해물질 규제에 더해 유해물질에 관한 정보를 생산자와 생산자, 생산자와 소비자가 공유하고 공개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동수/ 환경과 공해연구회 회장,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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