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육, 담배만큼 나쁘다?

이동수 2015. 11. 17
조회수 17084 추천수 0

WHO 가공육과 붉은 고기 발암성 발표, 냉정하고 정확하게 봐야

가공육 먹는다고 다 암 걸리지 않아, 섭취 줄이면 발암 확률 낮아져

05428425_R_0.jpg » 세계보건기구의 발표 직후 한 대형 마트에서 소비자가 한산한 햄과 소시지 등 가공육을 파는 매장을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세계보건기구(WHO)에 딸린 국제암연구소(IARC)가 가공육은 1급 발암물질로, 소·돼지·양 등 붉은 고기는 2A급 발암물질로 분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소식은 다양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육류 업계는 예상대로 거센 반발과 함께 과학적 근거가 충분치 않다는 반론을 펴고 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좀 더 다양하지만 어떻게 고기나 소시지가 담배만큼 해로울 수 있는지, 혹은 국제암연구소의 발암물질 목록에는 커피도 있다고 하는데 이런 발표를 믿어도 되는지 같은 의문을 제기하며 불안해하고 있다.

 

03350629_R_0.jpg » 가공육과 붉은 고기의 발암성을 확인한 세계보건기구의 발표로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의 유해성 여부가 큰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사진=박미향 기자
 
국제암연구소 말고도 미국 정부 및 산업 위생전문가 회의(ACGIH), 유럽연합(EU), 미국 환경보호청(US EPA), 미국보건복지부 산하의 국립 독성학 프로그램(NTP) 등 암의 등급을 평가하는 다른 공신력 있는 기관이 여럿 있다.
 
기관마다 분류방식이 다소 다르긴 하나 크게 보아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에는 아직 공인된 분류체계가 없다.
 
이번에 붉은 고기와 가공육을 발암물질로 선언한 국제암연구소에서는 후보물질 혹은 인자의 발암성 평가를 위하여 ① 인간 발암 가능성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 ② 동물 발암성 연구자료 ③ 발암 원인 연구자료 등을 분석한다.
 
15~30명의 여러 나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평가 모임을 각 분야별로 만들고 평가모임 내, 모임 간의 평가결과의 검토와 전체회의의 종합적인 평가를 거쳐 결론을 내린다.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여기에 참여하는 전문가들은 평가결과와는 이해관계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평가과정을 통해 국제암연구소에서는 발암성을 5가지 등급으로 나눈다 (표 1).
 
표 1. 국제암연구소(IARC)의 발암성 등급(2015년 현재) 

표.jpg

  

먼저, 인체 발암에 대한 역학 연구자료가 충분할 경우 동물 실험 자료와 무관하게 1급(Group 1)이다. 다음 인체 역학 연구자료는 부족하지만 동물실험 자료가 발암성을 충분히 보여 준다면 2A급(Group 2A), 그리고 인체 역학 연구자료는 부족하고 발암성을 보여주는 동물실험 자료가 있지만 결론을 내리기는 부족한 경우에는 2B급(Group 2B)으로 분류한다.
 
3급(Group 3)은 자료가 아직 없거나 부족하여 현재로서는 발암성 여부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없는 물질을, 4급(Group 4)은 발암성이 없을 것으로 추정되는 물질을 말한다.
 
이러한 분류에 따르면 1급 발암물질은 사람에게 확실한 발암물질이고 2급 발암물질은 사람에게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지만 그 가능성의 무게가 다른 두 개의 무리(A와 B)로 나뉜다. 흔히 1급과 2급에 해당하는 물질을 통칭하여 발암물질이라고 부른다.
 
2015년 현재까지 국제암연구소에서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은 총 115개이고 2A와 2B급 물질은 각각 75개, 288개이다. 반면 사람에게 발암물질이 아니라고 추정된 4급 물질은 1개이고 3급인 판단 불가 물질이 503개라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이 가운데 발암물질(인자)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현재 1급과 2급을 모두 합쳐 478개인 셈이다.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화학물질이 수십만 개가 넘는다고 하는데, 국제암연구소에서 그동안 평가결과를 발표한 물질의 수는 1000개에도 못 미치고 그나마 그 중 반수 이상에 대해서는 판단을 할 수 없다는 현실을 보면, 우리가 사용하는 물질들의 발암가능성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얼마나 제한적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04524865_R_0.JPG » 붉은 고기를 많이 먹으면 결장암 등의 발병률이 높아진다. 그러나 발암성이 위험성을 나타내지는 않는다. 사진=김명진 기자
 
가공육과 붉은 고기에 대한 이번 국제 암연구소의 평가에서는 가공육 혹은 붉은 고기 섭취량이 늘면 (다른 암도 있지만) 특히 결장·직장암 발병이 증가한다는 관찰결과가 중요한 판단근거로 사용되었다.1) 가공육 50g 혹은 붉은 고기 100g을 매일 먹는다면 암의 발병위험이 각각 18%, 17% 더 늘어난다는 평가결과가 나온 것이다.
 
더불어 고기가 왜 암을 일으킬 수 있는지를 밝히는 연구결과도 있다. 고기의 가공과정에서 1~2급 발암물질이 다수 포함된 NOC류(엔-니트로소 화합물)와 PAH류(다환 방향족 탄화수소)가 생성된다.
 
NOC류는 단백질이 위 속에서 위산과 반응하여 만들어질 수 있다고도 밝혀져 있다. 또한 고온에서 굽거나 튀길 때 타면서 다수의 발암물질이 만들어지는데 대표적으로 PAH류와 2A~2B급 발암물질인 HAA류(이종 고리 방향족 아민)가 잘 알려져 있다.
 
요즘은 고기의 탄 부분은 먹지 말라는 것이 거의 상식이 된 듯하니 무척 다행이다. 그러나 가공육은 우리가 조리하기 이전에 이미 발암물질이 들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그를 피하기가 더 어렵다.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즐겨 섭취해 왔기에 관련 업계와 소비자의 민감한 반응이 이해가 된다. 하지만 우리의 건강을 위해서 이번 발표의 내용을 조금 더 냉정하고 정확하게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to7_800px-Papierosa_1_ubt_0069.jpg » 담배를 피운다고 모두가 암에 걸리는 것이 아니듯 가공육과 붉은 고기를 먹는다고 다 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첫째, 발암등급은 위험도의 크기가 아니라 발암 여부의 과학적 근거가 얼마나 충분한지를 나타내주는 결과라는 점이다. 즉 발암성 등급을 부여하는 것 자체가 과학적 증거가 얼마나 충분한지를 평가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고, 그에 따라 1급과 2A급으로 분류된 것이다.
 
둘째, 이러한 평가결과는 과학적 내용을 근거로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 성격이 1 더하기 1은 2가 되는 것처럼 누구에나 명백하여 이의제기가 있을 수 없는 것과는 다르다. 복잡하고 다양한, 심지어는 서로 상반되는 결과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과학자들이 “합의”하여 내놓은 결과이다.
 
따라서 이해관계자는 물론이거니와 설사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더라도 이번 평가결과와는 다른 판단을 하는 전문가도 있을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을 감안한다면, 국제암연구소의 평가결과는 절대적인 것이라기보다는 현재까지 내릴 수 있는 최선의 결론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두말할 필요도 없지만, 우선 국제암연구소의 평가는 암에 관한 것이지 모든 종류의 유해성에 관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고기, 커피, 담배가 비슷하게 유해하다는 것은 아니고 다만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면에서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체급이 같은 권투선수들 사이에서도 강자와 약자가 있듯이 같은 등급의 발암물질이라 하더라도 더 센 것이 있고 약한 것이 있다(상세한 발암특성은 국제암연구소의 물질별 논문집에 설명되어 있다). 즉, 발암등급 자체는 발암 여부의 확실성 정도만을 나타내는 간단한 지표이니 그 이상의 내용에 대해 멋대로 짐작하거나 단정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가공육이나 붉은 고기가 발암물질이라는 평가결과에 대해서 과학적인 측면에서 반론을 제기할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또한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육류의 영양가와 맛 등의 가치를 고려하여 이번 평가결과를 크게 염두에 두지 않을 수도 있다.
 
게다가 담배를 피운다고 모두 폐암에 걸리는 것이 아니듯 이들을 섭취하면 반드시 암에 걸린다는 뜻도 아니다. 그러나 가공육이나 붉은 고기의 섭취를 줄이면 결장·직장암 등의 발병확률이 줄어들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그 반대를 믿는 것보다는 훨씬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자세임에는 틀림없다.
 
이동수/환경과 공해연구회 회장,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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