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엄마 해달 목숨 건 육아
저체온 피하려면 끊임없이 먹어야, 새끼 낳으면 에너지 소비 곱절로
젊은 엄마 사망률 급증, 먹이 여건 나쁘면 기르던 새끼 포기해
» 지방층이 없는 작은 몸으로 찬 바다속에서 살아야 하는 해달의 삶은 보는 것 만큼 여유롭지 않다. 사진=마이크 베어드(Mike Baird), 위키미디어 코먼스
해달은 수달의 사촌뻘로 바다에 사는 족제비과 동물이다. 물위에 둥둥 떠서 조개를 돌로 깨뜨려 먹는 모습이 귀여워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인기가 높다.
그러나 자세히 알아보면 찬 바닷물에서 살아가는 해달의 삶은 녹록지 않다. 특히 새끼를 기르는 엄마 해달은 죽음과 삶의 경계선상에서 힘든 결정을 내려야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몬터레이 만 수족관은 어미를 잃은 해달 새끼를 구조해 기른 뒤 자연에 돌려보내는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니콜 토메츠 캘리포니아대 샌터 크루즈 캠퍼스 생물학자 등은 이들 해달을 대상으로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쓰는지 정량적으로 측정해 과학저널 <실험 생물학> 최근호에 발표했다.
» 물위에 떠 쉬고 있는 해달. 자기 만의 돌을 가지고 조개나 성게를 배위에서 깨뜨려 먹기도 한다. 사진=마이크 베어드(Mike Baird), 위키미디어 코먼스
자연 다큐에서 보면 해달은 늘 조개나 성게 등 무언가를 먹고 있다. 거기엔 이유가 있다. 한류가 흐르는 해안에서 물속에 잠겨 살아야 하는 해달은 체온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점에서 해달은 애초부터 불리하다. 해양 포유류 가운데 몸집이 가장 작은 해달은 상대적으로 표면적이 크기 때문에 체온 손실이 많다. 게다가 두툼한 모피는 갖췄지만 단열층 구실을 하는 피하 지방층이 없다.
결국 저체온증에 걸려 죽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먹어 잃는 열을 보충할 수밖에 없다. 해달은 매일 자기 체중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먹이를 먹는다.
이처럼 평소에도 몸을 데우느라 급급 하는데 출산을 한 어미는 새끼에게 젖을 먹이는 추가 부담을 안는다. 연구진이 산소 소비량으로 측정한 엄마 해달의 에너지 소비량은 새끼를 낳은 지 몇 주일이 안 돼 17%나 늘어났다.
새끼가 커져 먹이를 많이 먹을수록 그 부담은 점점 커져 6개월 뒤 새끼를 젖을 떼고 독립하기 직전엔 96%까지 높아졌다. 어미는 거의 두 몫을 먹어야 하는 것이다.
» 엄마 등에서 편히 쉬는 새끼 해달. 종종 이들은 삶은 한계로 내몰린다. 사진=마이크 베어드(Mike Baird), 위키미디어 코먼스
해달이 많이 서식하는 캘리포니아에서는 새끼를 기르고 난 어미가 사소한 부상이나 감염으로도 사망하는 ‘수유 뒤 증후군’이 나타난다.
연구 책임자인 토메츠는 “해달의 서식 밀도가 가장 높고 따라서 먹이 자원이 한정돼 있는 서식지에서 한창 때의 젊은 암컷 사망률이 높은 까닭은 이처럼 에너지 요구량이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라고 이 대학의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비극적이지만, 해달 어미는 먹이를 조달할 주변 여건을 보아 새끼를 끝까지 기를 수 없다는 판단이 들면 육아를 포기한다. 기르던 새끼는 잃겠지만 그보다는 자기 목숨을 부지해 내년의 번식을 기약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그 바람에 미처 젖을 떼기도 전에 버려지는 새끼도 적지 않다. 당연히 이들의 생존율은 매우 낮다.
장난기 많고 명랑해 보이는 해달의 삶은 보이는 것과 달리 엄혹하다. 무엇보다 새끼를 기르는 어미는 삶의 한계까지 내몰리고, 자식의 죽음과 삶을 결단해야 한다. 이만큼 아이 기르기 힘든 동물이 또 있을까.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Thometz, N. M., Tinker, M. T., Staedler, M. M., Mayer, K. A. and Williams, T. M. (2014). Energetic demands of immature sea otters from birth to weaning: implications for maternal costs, reproductive behavior and population-level trends. J. Exp. Biol. 217, 2053-2061, doi:10.1242/jeb.108779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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