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 구만리 온 뜸부기, 골프장 싸움 언제 끝날까

윤순영 2017. 06. 26
조회수 6712 추천수 0
3년 전부터 친환경 논 찾아와, 승인 취소 골프장 다시 소송전에
주민들 "소중한 자연 지키며 살고 싶다"… 문, 후보 때 특별감사 약속

크기변환_DSC_6183_00002.jpg » 벼 포기 사이를 걷는 뜸부기. 멸종위기종 2급의 법정 보호동물이다.

11년 전 강원도 홍천군 북면 구만리의 골프장 개발을 둘러싼 논란이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고향의 자연을 지키려고 주민들은 난생 처음 겪지 못할 일을 겪으면서 순박한 심성에 큰 상처를 받았다. 구만리 북쪽에 자리한 종자산(해발 400m), 구만산에서 시작되는 운수골, 그 앞에 고지골 좌우로 남쪽을 향해 해발 200~250m의 야트막한 산들이 완만하게 내려온다.

고지골에서 내려오는 물과 운수골 물을 품고 온 물이 합류하여 동네 어귀를 거쳐 구만천을 만나 홍천강으로 들어간다. 강 건너엔 팔봉산이 한 폭의 그림처럼 서 있다. 산과 강이 품은 구만리는 비옥한 논과 밭, 마을과 자연이 어우러진 천혜의 지역이다.

크기변환_DSC_1748_00001.jpg » 골프장 예정지로 올라가는 운수골 길목의 녹슨 컨테이너. 주민들의 간절했던 마음이 남아 있다.

이곳 골프장은 2006년부터 사업이 추진됐지만 부실 환경영향평가와 인·허가 과정 논란 등 환경 분쟁에 휘말려 2011년 9월 24일에 공사가 중단됐다. 구만리에는 약 80가구에 150여 명이 사는데, 주민의 반 이상이 퇴거불응죄, 공사방해죄, 특수공무방해죄, 집단상해죄 등의 죄명으로 법정에 서고 50여 명이 벌금형을 받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구만리는 거제 반씨, 경주 이씨, 해주 최씨가 집성촌을 이루며 400년 동안 대를 이어 온 동네다.

크기변환_DSC_4037_00001.jpg » 구만리 냇가에서 만난 꼬마물떼새.

6월 16일 구만리 주민 반종표씨로부터 연락이 왔다. 3년 전부터 뜸부기가 찾아온다는 것이다. 지금은 벼가 작아서 뜸부기가 잘 보인다고 했다. 필자는 6년 전 구만리 주민의 요청으로 부실한 환경영향평가를 바로잡기 위해 조류조사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다음 날 바로 구만리로 향했다. 지리가 낯설지 않아 뜸부기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 쉽게 알 수 있었다. 다시 찾은 구만리는 6년 전과 다름없이 우수한 생태환경을 그대로 유지한 모습이었다. 

골프장이 건설되었다면 과연 뜸부기가 돌아올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구만리는 자연친화적인 농사를 지어 올챙이, 우렁이 등 각종 동물이 논에서 살고 원앙과 흰목물떼새, 꼬마물떼새, 백로를 비롯한 많은 산새들이 주변에 서식하고 있다.

크기변환_DSC_2886_00002.jpg » 오랜만에 눈에 잘 띠지 않는 여치도 만났다.

크기변환_DSC_4001_00001.jpg » 검은 딱새.

논에서 한참을 기다리며 이곳저곳을 살펴봤지만 뜸부기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오늘따라 날씨도 무덥다. 그런데 뚝 건너에서 검은 물체가 슬쩍 날아가다 사라졌다. 뜸부기임을 직감했다. 반신반의하며 자리를 옮겨 찾아보니 수컷 뜸부기가 벼 고랑 사이를 걸어다니고 있었다. 언제 부터인가 뜸부기는 귀한 손님이 됐다.

크기변환_DSC_1705_00001.jpg » 구만리 주민들. 맨 왼쪽이 반경순 구만리 골프장 반대 추진위원장, 왼쪽에서 두 번째가 뜸부기 제보자 반종표씨이다.

크기변환_DSC_1739_00001.jpg » 구만리 생태 서식지를 안내했던 주민 이종설 주민(오른쪽)과 필자.

저녁 무렵 뜸부기 제보를 해 준 반종표씨와 구만리 골프장 반대 추친 위원장이었던 반경순씨, 생태 서식지를 안내했던 이종설씨도 만났다. 무척 반가웠다. 6년 전 구만리 골프장 일을 다시 되새기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난 2014년 8월 29일 춘천지법 행정부(재판장 강성수 부장판사)는 원하레저가 강원도를 상대로 제기한 사업계획 승인 취소처분  취소 소송 1심판결에서 원고인 원하레저 측에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이다.

크기변환_DSC_6872_00001.jpg » 영역 다툼을 하는 수컷 뜸부기들.

조상의 땅을 훼손하지 않고 소중하게 보전하는 것이 구만리 주민의 꿈이다. 주민들은 대대로 자연에 의지하며 살아왔다. 골프장 사업자가 골프장 건설을 시작하면 구만리의 이런 모습은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다. 멸종위기야생생물 뜸부기가 다시 돌아온 것은 구만리 주민의 희망이다.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전문 웹진 <물바람숲> 필자

참고 자료: 2012.12.13. 제18대 문재인 대통령 후보의 강원지역 골프장 문제 해결 입장 전문

강원지역 골프장 문제해결을 위한 문재인 후보 입장

입장 발표에 앞서 길게는 8년간 골프장 문제로 고통을 받고 계신 강원도민 여러분께 문재인 후보는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과 함께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하지 못한데 대한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우선 드립니다.

문재인 후보는 어르신들께서 400일이 넘도록 강원도청과 강릉시청에서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몹시 가슴이 아팠으며, 유난히 추운 이번 겨울을 맞아 여러분께서 따뜻한 가정에서 겨울을 날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해 왔습니다.

많이 늦었지만 이제 불신과 갈등의 골이 조금이나마 해소되고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것 같아 문재인 후보도 조금은 마음을 놓고 선거운동에 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그럼 문재인 후보와 캠프에서 그간 논의하고 결정한 내용들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1. 문재인 후보는 강원지역 골프장 문제 해결을 위해 범도민대책위 및 강원도와 꾸준히 노력해 왔으며, 최문순 강원도지사께서 어제 강원도내 골프장 문제에 대한 인허가 등 전반적인 과정과 절차에 대한 전면재검토와 이를 위한 ‘강원도 골프장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한 것에 대해 깊이 감사드리며, 이를 적극 지지한다.

2.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면 골프장 인허가 과정에 관련된 기관들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할 것이며, 문재인 후보와 민주통합당은 강원지역 골프장 문제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또한 골프장 건설로 인한 생태계 파괴 등의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관련법과 제도를 강화할 것이다.

3. 아직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진 않았지만,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풀렸으니 강원도청과 강릉시청에서 2년째 농성하고 계신 분들이 이제 따뜻한 집으로 돌아가 언 몸을 녹일 수 있었으면 한다.

강원지역 골프장 문제해결을 위한 경과보고

1. ‘강원지역골프장문제해결을위한범도민대책위원회’는 지난 11월 17일 문재인 후보와 면담을 통해 강원도내 골프장 전면 재검토와 골프장 인허가 과정에 대한 관련기관의 특별감사 추진을 요구하였고, 문재인 후보는 그 자리에서 법률적 타당성을 검토하여 재검토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하였다.

2. 문재인 후보는 강원지역 골프장 문제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변호사들께 법적 검토를 의뢰하였고, 골프장 인허가 과정에 대한 법률검토를 통해 모든 관련 골프장에 대한 전면재조사가 필요하며, 이를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문재인 후보에게 보내 왔다.

3. 문재인 후보측은 범도민 대책위원회와 꾸준한 접촉을 갖고 골프장 문제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다양한 모색을 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2년째 노숙농성 중인 어르신들이 하루속히 귀가하여 따뜻한 가정에서 겨울을 날 수 있는 방안을 찾는데 최선을 다해달라”는 문재인 후보의 뜻을 주민들에게 전달하였다.

4. 문재인 후보측 이학영 의원(문재인 후보 공동선대위원장)과 최승국 시민캠프 공동대표는 최문순 강원도지사를 만나 골프장 문제의 원만한 해결 방안을 논의하는 등 강원도와도 문제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였다.

5. 문재인 후보는 범도민대책위의 “1. 강원도내 골프장의 전면 재검토를 적극 지지하고 협력해 달라. 2. 대통령에 당선되면 인허가 관련기간에 대한 특별감사를 추진해 달라.”는 요구사항을 수용하고 강원도 차원의 협조도 요청하였다.

6. 그리고 어제 최문순 강원도지사께서 강원도내 골프장에 대한 전면재검토와 특별위원회 설치를 발표하였다. 최문순 지사로서는 이미 골프장 인허가 등의 절차가 진행된 상황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줄 안다. 다시금 감사드린다.

2012년 12월 13일 제18대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 문재인 캠프
(이학영 국회의원, 최승국 시민캠프 공동대표, 장하나 국회의원(환경노동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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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포의 재두루미 지킴이. 한강 하구 일대의 자연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활동가이자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메일 : crane517@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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