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의 눈물…‘상아 해안’에 코끼리 대신 카카오 농장

조홍섭 2020. 10. 30
조회수 6763 추천수 0
한때 서식 중심지, 이젠 보호구역 25곳 중 21곳서 절멸
국립공원 안에도 불법 카카오 농장

c1.jpg » 열대림을 파고들어선 대규모 카카오 플랜테이션 모습. 중앙의 가공 시설 주변에 들어선 나무가 모두 카카오 나무다. 코트디부아르에선 코끼리 서식지를 파괴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게티이미지뱅크

19세기 말 프랑스가 식민지로 개척한 코트디부아르는 ‘상아 해안’이란 말뜻 그대로 서아프리카에서 코끼리가 가장 많이 살던 곳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조사 결과 이곳의 코끼리는 조사한 보호구역 25곳 가운데 21곳에서 한 마리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격감해 멸종을 앞둔 것으로 나타났다. 

코트디부아르는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의 세계 최대 생산국으로 보호구역 관리 부실에 더해 급증한 카카오 플랜테이션이 코끼리 멸종을 부추기는 것으로 지적됐다.

c2.jpg » 중앙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 열대림 속에 주로 서식하는 둥근귀코끼리. 은밀하게 행동하고 밀림 속에 살아 정확한 개체수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번식력이 약하고 서식지 파괴에 취약하다. 토마스 브루어,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장-루이 쿠아쿠 코트디부아르 펠릭스 후푸에 보이니 대학 연구자 등은 2011∼2917년 동안 코끼리가 남아있는 보호구역을 조사한 끝에 이런 사실이 드러났다고 15일 과학저널 ‘플로스 원’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아프리카코끼리는 2가지 다른 종으로 나뉜다. 초원에 사는 사바나코끼리에 견줘 중앙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 열대우림 속에 사는 둥근귀코끼리는 덩치가 작고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은둔형이다. 그러나 둥근귀코끼리는 암컷이 23살에 첫 출산을 한 뒤 5∼6년 터울로 새끼를 한 마리 낳아 12살부터 3∼4년마다 출산하는 사바나코끼리보다 번식력이 떨어지고 밀렵과 서식지 파괴에 더 취약하다. 

아프리카에 사는 코끼리의 약 3분의 1이 둥근귀코끼리로 추정되지만 밀림 속에 살아 개체수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코트디부아르에는 2종의 코끼리가 모두 살지만 둥근귀코끼리가 훨씬 많고 핵심 서식지기도 하다.

c3.jpg » 카카오 농장에서 열대를 따는 인부. 이 열매에서 너트를 빼 초콜릿 원료로 쓴다. 크리스 토놀도,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1893년 프랑스의 식민지가 됐을 당시 코트디부아르는 상아 거래의 중심지가 될 정도로 많은 코끼리가 서식했다. 그러나 남획과 서식지 파괴로 개체수는 격감했고 1984년 첫 체계적 조사에선 둥근귀코끼리 3050마리 사바나코끼리 1790마리로 추정됐다. 1990년대 초 이 수는 다시 둥근귀코끼리 360마리, 사바나코끼리 63마리로 줄었다. 이들은 모두 24개 무리로 이뤄졌는데 국립공원과 산림보호구역에서만 발견됐다. 

연구자들은 이번에 코끼리의 배설물 조사, 주민과 갈등 사례와 언론 보도 확인, 탐문 등의 방법으로 조사했는데 10년 전까지 둥근귀코끼리가 발견되던 상당수 보호구역에서 흔적을 찾지 못했다. 태 국립공원에서 배설물을 토대로 189마리가 서식하는 것을 빼고는 3곳에서 5∼16마리 무리를 확인한 것이 전부였다. 

확인한 둥근귀코끼리는 모두 225마리에 그쳤고 보호구역 25곳 가운데 4곳에서만 코끼리가 서식했다. 연구자들은 “10년 전까지 코끼리가 살던 보호구역의 80∼95%에서 코끼리가 지역적으로 절멸했고 전체 개체 수도 80% 이상 줄었다”고 밝혔다.

c4.jpg » 코트디부아르 둥근귀코끼리 조사 대상인 보호구역과 코끼리가 발견된 곳. 갈색으로 표시된 태 국립공원에서 189마리가 발견됐을 뿐 나머지 분홍으로 표시된 보호구역에서는 5∼16마리가 확인됐을 뿐이다. 장-루이 쿠아쿠 외 (2020) ‘플로스 원’ 제공.

코끼리가 사라진 가장 큰 이유는 서식지 파괴와 파편화라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조사한 열대림 3688㎢ 가운데 71%가 사라지거나 카카오 경작지로 바뀌었다. 보호구역은 이름뿐 관리가 허술해 보호구역 경계에서 카카오 플랜테이션이 확장해 들어오고 아예 공원 안에서 불법으로 카카오를 경작하기도 한다.

열대림이 파괴되면서 생태계가 단조로워지자 충분한 먹이를 찾지 못한 코끼리들이 보호구역 밖 경작지로 침범해 주민과 갈등을 일으켜 살해되거나 밀렵 되는 일도 잦다. 2002년 이후 잦아진 내전도 난민 유입 등으로 보호구역 관리를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

c5.jpg » 서식지의 질이 떨어지자 나은 먹이를 찾아 보호구역을 떠난 코끼리는 사람과 갈등을 빚다 목숨을 잃기에 십상이다. 세리 고네델레 비 제공.

연구자들은 “코트디부아르 둥근귀코끼리 집단은 규모가 작고 고립되어 장차 살아남을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며 “남아있는 코끼리를 보호하기 위한 단속 강화 등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인용 논문: PLOS ONE, DOI: 10.1371/journal.pone.023299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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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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