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시베리아…철원은 두루미 ‘다문화’ 사회

윤순영 2012. 11. 27
조회수 21814 추천수 1

기후변화로 이동 어려워졌나, 평소 못 보던 외국 두루미 많이 눈에 띄어

종의 차이 넘어 가족으로 품어주는 두루미의 넓은 마음, 사람도 배워야

  

크기변환_DSC_7512.jpg » 아침 6시30분께 잠자리에서 일어난 두루미들이 평야로 가기 위해 깃털을 다듬고 있다.

 

늦가을과 초겨울의 강원도 철원은 떠나고 찾아오는 두루미들로 분주하다. 10월 중순께 온 재두루미 1000여 마리가 잠시 철원평야에서 머물다 일본 가고시마 이즈미로 떠나고 나면 11월 하순께부터 찾아오는 재두루미 1400여 마리는 이곳에서 겨울을 난다.

 

보통 두루미는 재두루미보다 1달가량 늦게 늦게 철원평야를 찾아오지만 올해는 예외였다. 두루미 약 700마리가 재두루미와 함께 관찰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월동하는 두루미에는 두루미, 재두루미, 흑두루미가 있다.

 

크기변환_DSC_1165~2.jpg » 두루미에게 입양되었던 시베리아흰두루미 새끼. 지난해 촬영한 것이다. 

크기변환_DSC_8708.jpg » 그러나 올해에는 시베리아흰두루미 새끼가 재두루미와 가족이 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크기변환_SY3_0107.jpg » 재두루미와 가족이 되어 평화롭게 먹이를 먹는 시베리아흰두루미 새끼. 

크기변환_DSC_8417.jpg » 왼쪽 두루미와 가족이 된 시베리아흰두루미 성조. 

크기변환_DSC_8436.jpg » 두루미는 두번째 날개깃과 세번째 날개깃이 검지만 시베리아흰두루미는 첫번째 날개깃이 검은색이다. 



해마다 길을 잃거나 무리를 이탈해 나그네 신세가 된 흑두루미, 캐나다두루미, 검은목두루미가 서너 마리씩 관찰되기는 하지만 올해는 특별한 변화를 보는 것 같다. 겨울비도 유난히 많이 내린다.

 

늘 보지 못하던 두루미가  더 많이 관찰되고 있다. 지난해 시베리아흰두루미를 두루미가 입양해 함께 사는 것을 목격했는데 올해는 시베리아흰두루미 새끼가 재두루미와 함께 가족이 되어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크기변환_DSC_6747.jpg » 캐나다두루미 사이에서 먹이를 먹는 흑두루미.

크기변환_DSC_6834.jpg » 캐나다두루미 새끼의 머리는 갈색을 띠며 눈주위에 붉은색이 없다.

크기변환_DSC_6721.jpg » 캐나다두루미 어른새. 

크기변환__DSC0922.jpg » 날아가는 캐나다두루미들.크기변환_DSC_5893.jpg » 검은목두루미 한 마리가 재두루미 사이에 서 있다.



지구상에 분포하는 두루미는 모두 15종으로 우리나라에서 드물게 관찰되는 종은 캐나다두루미, 검은목두루미, 쇠재두루미, 시베리아흰두루미 등이다.

 

전세계 두루미 15종

 

두루미, 재두루미, 흑두루미, 카나다두루미, 시베리아흰두루미, 검은목두루미, 검은꼬리두루미, 큰두루미, 쇠재두루미, 푸른깃털두루미, 흰볼관두루미, 관머리두루미, 볼장식두루미, 오스트렐리아두루미, 미국흰두루미

 

 

하지만 월동지를 찾아다니며 두루미를 20여년 관찰했어도 아직 우리나라에서 쇠재두루미를 목격한 적은 없다. 30만 마리가 생존하는 이 두루미는 카자흐스탄, 키르키스탄, 몽골에서 번식하며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 수단과 인도에서 겨울을 나는 것으로 유명하다.

 

크기변환_DSC_8411.jpg » 시베리아흰두루미



시베리아흰두루미는 러시아 카자치예 일원에서 번식하며 번식을 끝내고 사는 곳은 몽골이다. 월동지는 중국 장시에 있는 포양 호이다. 지구상에 3000여 마리가 살아 남았다.

 

크기변환_DSC_6748.jpg » 두루미 전시장. 왼쪽부터 캐나다두루미, 흑두루미, 재두루미.

 

캐나다두루미의 번식지는 캐나다의 우드 버펄로국립공원, 그레이트 슬레이브 호수, 그레이트 베어 호 등이고 월동지는 미국 텍사스 주에 있는 보스키 강, 미국과 맥시코의 국경을 이루는 리오 그란데 강, 맥시코 등이다. 생존 개체수는 54만 마리로 지구상에 생존하는 두루미 중 가장 많다.

 

크기변환_1.jpg » 검은목두루미(오른쪽)가 재두루미를 물끄러미 쳐다 보고 있다. 

크기변환_DSC_9997.jpg » 검은목두루미는 첫번째, 두번째, 세번째 날개깃이 모두 검은색이다.

 

검은목두루미의 번식지는 주로 러시아에 분포하지만 폭넓게 핀란드, 스웨덴 등 북유럽에서도 번식한다. 월동지는 중국 장시에 있는 포양 호이며 45만 마리가 생존해 있다.

 

크기변환_DSC_0449.jpg » 세계에 1만2000마리가 생존해 있는 흑두루미.



무리에서 벗어나 다른 종과 합류하여 생활하는 개체수가 많이 관찰되는 까닭은 기후변화로 인해 이동 중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기 때문으로 추측해 본다.

 

두루미 부부는 알을 2개 낳아 새끼를 기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크기변환_SY2_6744.jpg » 두루미는 보통 새끼를 2마리 키우지만 이 두루미 부부에겐 4마리의 새끼가 있다.

 

크기변환_SY2_6694.jpg » 두루미 새끼는 머리와 목, 날개가 갈색을 띠어 구별할 수 있다.

크기변환_SY3_9954.jpg » 두루미. 모두 2300마리 정도만 남은 세계적 멸종위기종이다. 

 

그래서 새끼를 키우는 두루미 가족을 보면 부부와 새끼 1마리 혹은 2마리로 가족 구성원이 3마리 또는 4 마리이다. 4마리인 가족은 부부가 새끼 2마리를 모두 번식시킨 성공적인 경우이다.


그런데 이상한 모습이 관찰되었다. 6마리로 이뤄진 두루미 가족이 있는 것이다. 부부가 새끼 4마리를 데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다른 두루미 새끼인줄 알았지만 지속적인 관찰 결과 가족임에 틀림없었다. 특이한 일이다. 여태까지 이런 모습은 처음 본다. 설렘과 호기심이 생겼다.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혹시 애초 알을 4개 낳았을까. 아니면 어미를 잃은 다른 새끼를 입양했나. 또는 다른 새끼를 유괴했나? 유괴된 새끼면 편안한 마음으로 무리와 함께 자연스레 행동하는 것도 이상하다. 자연은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예외적인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어쨌든 각박한 세상이지만 두루미가 종의 차이를 넘어 다른 두루미 새끼를 가족으로 받아들여 사랑스럽게 보살피며 챙겨 주는 모습은 더없이 따뜻하다.

 

크기변환_DSC_8755.jpg » 시베리아흰두루미 새끼.



입양해 키운 두루미 새끼는 월동이 끝나 번식지인 시베리아로 돌아가면 같은 종의 무리 속으로 돌아간다.  번식지에서 모든 두루미 새끼들은 각자 분가를 해야 한다. 어미는 번식을 위해 새끼를 받아 주지 않기 때문이다.

 

크기변환_DSC_5667.jpg » 재두루미 무리  

크기변환_DSC_5362.jpg » 무슨 이유에선지 무리와 떨어져 생활하는 재두루미 부부.

크기변환_DSC_4750.jpg » 고개들어 경계 자세를 취하는 재두루미 무리.

 

크기변환_DSC_7962.jpg » 힘을 과시하는 재두루미, 날개를 치켜올린 것이 수컷이고 암컷은 목만 들어 올린다.



크기변환_DSC_8792.jpg » 편안하게 먹이를 먹는 재두루미 무리.



두루미 월동지인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양지리 마을에 변화가 있었다. 몇 년 전부터 추진했던 양지리 민통선 통제소가 지난 2000년 이후 샛길 통제 등으로 지역 주민들과의 마찰이 빈번했던 현재의 양지리 통제소를 지난 4월 2.5㎞ 북쪽인 마을 안쪽 연주고개로 이전했다.

 

크기변환_DSC_5603.jpg » 재두루미가 무리를 이뤄 정상적인 먹이활동을 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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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변환_SY1_5970.jpg » 차량과 사람의 접근이 적어지자 재두루미가 무리지어 먹이를 먹는 정상적인 행동을 되찾았다.


양지리 마을은 민통선 마을에서 해제되었고, 19곳의 샛길 통행차단 장애물이 개방되면서 101세대 230여 주민들이 불편 없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게 되었다. 반가운 일이다.

 

주민 방문을 핑계로 들어가 차량으로 다니며 두루미 사진을 찍거나, 탐조 등 방해하는 요소가 없어지는 계기도 함께 마련되었다. 이젠 동네주민 이름을 대고 두루미 서식지로 들어갈 수 없게 됐다. 그곳엔 평야만 있어 방문 이유를 댈 수가 없다.

 

크기변환_DSC_5222.jpg » 바람이 불자 젖은 깃털을 말리는 재두루미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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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변환_DSC_5731.jpg » 햇살이 퍼지자 젖은 깃털을 말리는 재두루미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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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식환경의 변화가 벌써 시작되었다. 이맘때면 두루미들이 차량과 사람의 흔적만 봐도 이리 저리 피해 다니고 예민해져 먹이 먹을 틈도 없이 뿔뿔이 헤어져 쫓기는 신세였지만 이제는 큰 무리를 지어 이곳 저곳에서 맘편하게 먹이도 먹고 큰 날개로 철원평야를 품기도 한다. 두루미들 천국엔 여유로움과 평화로움이 감돈다.

 

크기변환_DSC_5438.jpg » 먹구름과 재두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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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변환_DSC_4438.jpg » 두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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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11일 아침부터 비가 내리지만 두루미 생태조사를 강행했다. 비가 왔다 그쳤다를 반복하고 바람이 불고 먹구름이 덮이고 맑은 하늘이 열리고 자연의 변화를 하루에 다 본다. 13년 동안 철원평야를 오고 갔지만 자연이 준 선물이자 특별한 경험을 이곳에서 처음 한다.

 

크기변환_DSC_5339.jpg » 두루미

크기변환_DSC_5521.jpg » 재두루미 

크기변환_DSC_5911.jpg » 무지개와 두루미.

크기변환_DSC_5538.jpg » 재두루미의 깃털 말리기 

크기변환_DSC_5896.jpg » 무지개 위로 날아가는 쇠기러기.

크기변환_DSC_7827.jpg » 재두루미



비가 그치고 햇살이 비치면, 불어오는 바람에 깃털을 말리려고 재두리미가 날개를 펴 멋진 향연을 펼친다. 그 위로 무지개가 뜬다. 이제 사람들은 자유로워지고 두루미는 평화와 평야를 얻었다.

 

 글 ·사진 윤순영/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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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포의 재두루미 지킴이. 한강 하구 일대의 자연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활동가이자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메일 : crane517@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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