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수 민물고기는 잉어? 112살 버펄로 피시!
북미 특산, 잉어의 먼 친척…잉어 최장수는 35살 그쳐

가장 긴 수명을 누리는 사람에 버금갈 만큼 오래 사는 민물고기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북아메리카 고유종인 ‘빅마우스 버펄로’란 물고기가 그 주인공이다.
잉어처럼 생긴 이 물고기는 잉어의 먼 친척으로, 길이 1.25m 무게 36㎏ 이상 나간다. 따뜻하고 얕은 호수나 강에서 살며 탁하고 녹조 낀 물에 잘 견디며 식물플랑크톤을 걸러 먹는다. 낚시에 걸리지 않아 ‘잡어’ 취급을 받는 물고기다.
그러나 최신 나이 측정 기술을 이용해 잰 이 물고기의 나이는 기존 최장수 물고기의 나이를 40년 가까이 뛰어넘는 112살로 나타났다. 알렉 래크만 미국 노스다코타 주립대 생물학자 등 미국 연구자들은 이 결과를 과학저널 ‘커뮤니케이션스 바이올로지’ 최근호에 보고했다.

흔히 장수 민물고기로 잉어를 꼽는다. 일본의 비단잉어 ‘하나코’는 1977년 죽었을 때 226살로 알려졌다. 나이는 비늘에 새겨진 나이테를 세어 쟀다.
그러나 잉어 나이 측정에 가장 널리 쓰이는 비늘의 나이테는 부정확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잉어가 침입종으로 들어와 관리가 시급한 나라에서는 이 방법을 잘 쓰지 않는다. 잉어는 유라시아에 널리 분포하지만, 애초 서식하지 않은 곳에서는 심각한 생태계 교란을 일으켜 국제 자연보전연맹(IUCN)이 ‘세계 100대 침입종’의 하나로 지정한 바 있다.
로렌조 빌리지 폴란드 보츠대 생물학자 등은 2018년 9월 과학저널 '어류 생물학 및 어업'에 실린 잉어의 나이 측정법에 관한 리뷰논문에서 “불확실한 비늘 조사를 피하고 살아있는 잉어 조사에는 등지느러미 뼈, 죽은 잉어는 귀돌(이석)의 나이테를 조사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귀돌을 이용해 측정한 최장수 잉어의 나이는 35살이었다(프셰미스로 바예르 외 2010).

이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최선의 잉어 나이 측정법으로 귀돌 분석에 더해 ‘폭탄 방사성 탄소 연대측정법’을 제시했다. 1950∼1960년대 대기권 핵실험을 통해 방출돼 차츰 감소하는 탄소-14 방사성동위원소를 측정해 나이를 계산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을 이용해 북극 상어의 일종이 500살 넘게 산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관련 기사: 최장수 척추동물 그린란드상어, 150살 성숙 400년 살아).
미국 연구자들은 빅 마우스 버펄로의 나이 측정에 귀돌과 폭탄 방사성 탄소 연대측정법을 모두 적용했다. 그 결과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이 물고기의 나이가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두 가지 연대측정법을 민물고기에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빅마우스 버펄로는 1만2000종에 이르는 담수 경골어류 가운데 가장 오래 사는 종으로 확인됐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이제까지 귀돌을 이용해 측정한 가장 오래 산 민물고기 기록은 고고학 유적지에서 발굴한 ‘드럼’이란 민어과 어류로 73살이었고, 그다음은 북극 송어로 62살이었다.
빅마우스 버펄로 가운데는 장수 물고기가 적지 않았다. 펠리컨 강 유역 호수에서 채집한 이 물고기 224마리 가운데 83%인 186마리가 75살 이상이었다. 1906∼1942년 사이에 태어난 ‘노인’이 대부분이었고, 이 가운데는 112살을 비롯해 100살 넘은 물고기가 5마리 포함돼 있었다. 표본으로 채집돼 죽지 않았다면, 이들은 살아있는 최고령 인류의 나이 116살에 버금갔을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처럼 고령의 물고기만 있고 후계가 단절된 이유를 “잇단 댐 건설로 빅마우스 버펄로의 산란 이동이 가로막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유역에는 1930년대에 4개의 댐이 건설됐다. 댐 이외에도 “화살을 이용한 남획을 규제하는 등 이 장수 물고기의 보전을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연구자들은 지적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Alec R. Lackmann et al, Bigmouth Buffalo Ictiobus cyprinellus sets freshwater teleost record as improved age analysis reveals centenarian longevity, Communications Biology (2019) 2:197, https://doi.org/10.1038/s42003-019-0452-0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관련글
태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