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많던 옥수수는 누가 다 먹었나, 바이오연료의 명암

김찬국 2015. 01.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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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상식 톺아보기-바이오연료는 얼마나 친환경적인가

중형차 한 대 채울 바이오에탄올 만들려면 한 사람 1년 먹을 옥수수 들어
바이오연료 생산과정에 드는 전체 에너지 고려해야, 친환경 기술에 성찰 필요

 

bio1.jpg » 화석연료보다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대체연료로 옥수수 등을 이용한 바이오연료가 대량으로 생산되고 있다. 미국 아이오와 주의 바이오에탄올 생산시설. 옥수수로 자동차 연료인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한다.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한겨레>가 연말에 보도한 ‘2014년 환경 이슈 10가지 열쇠말’ 중 하나로 소개한 가로림만 조력발전사업 백지화는 환경을 생각하는 이들이 신재생에너지로 알려진 조력발전을 반대하는 상황을 보여준다. 2014년 10월6일 환경부가 가로림만 갯벌 훼손, 멸종위기종 점박이물범의 서식지 보호, 지역주민의 반대 등을 고려하여 가로림만 조력발전 사업의 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한 것이다.
 
글쓴이가 교양강좌에서 만나는 대학생 중에는 초중등학교에서 배운 ‘신재생에너지’는 환경에 좋은 것인데, 조력발전이나 오늘 살펴볼 바이오연료 등에 대한 우려가 왜 존재하는지 묻는 이들이 있다. 난 이들에게 공짜 점심이 없는 것처럼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 무엇인가를 지급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을 지급해야 하는지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다.
 
술 빚을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지 바이오에탄올 제조 가능

 

바이오에탄올과 바이오디젤에 대해 들어본 적은 있지만 무엇으로부터 어떻게 만드는지 모르는 이들도 있다. 바이오연료는 석유를 대체할 수 있고 온실가스 배출도 적다고 알려져 주목받았다.
 
바이오연료 중 바이오에탄올은 주로 옥수수와 사탕수수 등 곡물에서 에탄올을 추출하는 방식으로 얻고, 바이오디젤은 콩이나 유채씨, 열대야자 등에서 기름을 얻어 이를 디젤로 변환하는 방식으로 얻는다.
 
좀 더 쉽게 설명하면, 옥수수뿐 아니라 우리가 발효하여 술을 담글 수 있는 것이라면 대부분 에탄올을 얻을 수 있다. 와인을 만드는 포도, 막걸리를 만드는 쌀, 매실주를 만드는 매실 등에서도 에탄올을 얻을 수 있다. 다만, 효율이나 경제성 등을 고려하여 미국에서는 주로 옥수수를 사용하고 브라질에서는 주로 사탕수수를 사용하는 것이다.
 
광합성의 산물로 만들어진 녹말이나 당을 발효시켜 에탄올을 만든 다음 휘발유 대신 쓰는 것이다. 그래서 온실가스 배출도 적어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바이오연료에 대해 최근에는 적극적인 지지 못지않게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석유보다 탄소 배출 많은 바이오연료
 
바이오에탄올은 화석연료를 태울 때보다 이산화탄소를 20%가량 적게 배출하기 때문에 휘발유를 대체하는 연료로 사용된다. 경유를 대체하는 바이오디젤(B100)은 석유에 비해 배출되는 탄소의 양이 4분의 1에 불과하다고 한다.1)
 
bio2.jpg » 미국 미시간 주 어느 주유소의 주유기 계기판. 무연휘발유(오른쪽 2종)와 바이오에탄올을 15%, 30%, 85% 혼합한 휘발유(왼쪽 3종)를 함께 판매한다.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하지만 이것은 이미 수확된 옥수수, 콩, 기름야자 등만 고려했을 때의 수치일 뿐, 어떻게 재배되어 어떤 과정을 통해 바이오연료가 되는지 살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옥수수로 바이오에탄올을 만들 때, 이산화탄소를 고정하여 생산된 광합성 산물인 옥수수의 일부(알갱이)만 사용한다. 그러나 옥수수를 갈아 발효시키고 이를 증류하여 에탄올을 얻는 등의 과정에 많은 양의 에너지를 투입해야만 한다. 
 
bio0.jpg » 곡물 등으로 만드는 1세대 바이오연료는 광합성으로 저장된 이산화탄소의 일부(옥수수 알갱이)만 에탄올로 변환한다. 또한 변환 과정에서 많은 양의 에너지를 소비한다. 그림=<Ethanol Producer Magazine>
  
그뿐 아니라 바이오연료의 원료가 되는 작물을 재배하는 과정에서 인도네시아와 브라질 등의 열대우림이 파괴되기도 한다. 2008년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바이오연료를 생산하는 과정과 바이오연료의 원료가 되는 작물을 재배하면서 생태계가 파괴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일부 바이오연료는 사실상 석유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할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를 실었다.2)
 
미네소타대학교 등의 연구진이 참여한 이 연구는 산림훼손과 자연녹지 파괴 등 바이오연료 생산으로 인해 배출되는 탄소량이 바이오연료로 인한 온실가스 감축 규모의 17~420배에 이른다고 추정하였다.
 
최근 인도네시아의 열대우림이 기름야자 재배지로 바뀌기도 하였다. 바이오디젤을 만들기 위해 기름야자유 1톤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약 33톤 배출되는데 이는 석유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열 배에 이르는 양이다.3)
 
대규모 플랜테이션을 만들지 않고 바이오연료의 작물을 기존 작물 재배지에서 기르면 된다고 하지만, 그렇게 되면 식량용 작물의 가격이 상승하는 또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미국에서 바이오에탄올을 사용하면 누군가는 굶주린다
 
기억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2006년 후반기 이후 2008년 전반기까지 약 2년간 세계 식량가격이 급격히 상승하였다. 이러한 식량 가격 폭등은 그 이후 상당기간 동안 세계 각국의 정치, 경제, 사회를 불안하게 하였다. 당시의 식량 가격 상승은 복합적인 이유로 발생하였지만 미국 등에서 곡물을 원료로 하는 바이오연료의 생산을 늘린 것이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4)
 
bio3.jpg » 국제 식량가격의 상승은 국제기구 등의 구호식량으로 살아가는 아프리카 난민들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쳤다. 옥수수 가격이 두 배로 뛰면 때로는 이들의 식량이 절반으로 줄어들기도 한다.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이 기간 동안 옥수수를 비롯한 주요 곡물 가격이 약 2배 상승하였다. 그 영향은 육류, 우유, 식용유를 비롯한 관련 산업으로 번져 식료품 가격도 뛰게 되었다.
 
세계 식량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될 정도로 바이오에탄올의 생산에는 많은 양의 옥수수가 소비된다. 예컨대 국산 중형차 한 대의 연료통을 가득 채울 정도의 바이오에탄올(약 72ℓ)을 생산하려면 옥수수 약 200kg이 필요한데, 이는 한 사람이 1년 동안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세계 바이오 에탄올 생산이 2000년부터 2008년의 기간 동안 200억ℓ에서 656억ℓ로 세 배 증가하였고, 같은 기간 동안 미국의 바이오 에탄올 생산량은 63억ℓ에서 350억ℓ로 다섯 배 이상 증가하였다.5) 2005년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미국 휘발유 소비의 2%를 대체하기 위해 당시 미국 옥수수 생산량의 13%를 에탄올 생산에 사용하였는데, 어떤 이가 자동차를 타기 위해 다른 이의 굶주림이 심해지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바이오에탄올이 부른 ‘아랍의 봄’
 
이 이야기는 2010년 12월 이래 2011년까지 이어진 ‘아랍의 봄’으로 연결된다.6) 바이오에탄올 생산이 늘어나 이집트 등지에서 시위가 일어났다고 하면 지나친 과장일까? 
  
[사진5]Jasmine_Revolution_Avenue_Bouguiba(Tunesien).jpg

 

[사진6]Moroccan_protests.jpg »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일어난 반정부 시위와 미국의 바이오에탄올 생산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튀니지(위)와 모로코를 비롯하여 아랍의 봄을 겪은 중동 및 아프리카의 국가들은 식량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나라였다.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2012년 미국 터프츠대학교 연구진은 미국의 바이오에탄올 생산량 확대가 개발도상국에 끼친 영향을 분석하면서, 옥수수를 순수입하는 개발도상국 전체가 2005~2010년 기간 동안 추가로 지출한 비용(손실)이 바이오에탄올 생산을 2004년 수준으로 유지하였을 때에 비해 미화 66억 달러가량이라고 추정하였다.7)

 

이 중 남미의 멕시코를 비롯하여 이집트(7.3억 달러), 알제리(3.3억 달러) 등 상위 10개 옥수수 순수입 개발도상국은 대부분 ‘아랍의 봄’ 시기에 식료품 가격 상승과 이로 인한 사회불안을 심각하게 겪었다.8)

bio6.jpg » 미국의 바이오에탄올 생산 확대로 인한 옥수수 순수입 개발도상국(상위 10개국)의 추가 비용(2005~2010년) 
 

바이오연료,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말인가?
 
바이오연료는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비판과 식량을 연료로 사용한다는 비판을 함께 받고 있다. 물론 새로운 가능성도 있다.
 
옥수수와 같은 식용작물을 사용하는 1세대 바이오연료의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2세대 바이오연료인 셀룰로오스 에탄올이다. 식물 세포벽을 구성하는 물질인 셀룰로오스를 분해하면 포도당을 얻을 수 있고 여기서 에탄올을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동안 방치하거나 태워버렸던 잎, 줄기, 뿌리 같은 식물 조직 모두에 셀룰로오스가 있다. 옥수수 알갱이에서만 에탄올을 생산하면 면적 4000㎡에서 에탄올 약 1450ℓ를 생산할 수 있지만, 옥수수 줄기, 속, 껍질의 셀룰로오스를 모두 활용하면 약 3000ℓ의 에탄올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분명 바이오연료를 얻기 위해 식물을 재배할 땅과 물, 그리고 재배에 필요한 에너지가 막대하게 소비된다는 점은 피할 수 없다. 최근 미세조류를 이용하여 바이오디젤을 생산하는 3세대 바이오연료에 대한 연구가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세계 각국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만 상용화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직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도 하지 않은 바이오연료의 힘을 빼기 위해서가 아니다. 바이오연료에 대한 이러한 검토와 성찰은 우리의 삶에 대한 또 다른 논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동차를 타기 위해 (옥수수로 바이오에탄올을 만들어) 누군가의 식량을 뺏는 것은 바람직한가? 인도네시아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훼손하면서까지 바이오디젤을 만드는 열대야자 나무를 재배해야 하나?
 
이렇게 조금만 더 생각하면 내가 오늘 모는 자동차와 사용하는 에너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것이 자동차와 사람이 옥수수를 놓고 경쟁하는 시대에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상식’이다.
 
이건 비단 바이오에탄올 뿐 아니라 (화력발전이나 원자력발전으로 전기를 주로 생산하는 우리나라에서 달리게 될) 전기자동차, (많은 양의 희귀금속 등을 포함하여 만든 대규모 충전기를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자동차 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할 수 있는 성찰이다.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에너지를 쓰면 (또는 쓰지 않으면) 지구가 더 살기 좋아질까?”라는 질문을 우리 자신에게 던져보자는 의미이다.

 

bio7.jpg » 영화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 옥수수가 재배 가능한 마지막 농작물이라는 설정이다.
 
작년 말 개봉한 영화 <인터스텔라>에는 광활한 옥수수밭이 나온다. 그 영화를 보며 미래의 어느 시점에 경작할 수 있는 작물이 옥수수밖에 없다면, 적어도 그 옥수수로 자동차 연료를 만들진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21세기에 우리는 누군가의 먹을거리로 자동차의 연료를 만든 적이 있다. 지금도 그렇고.
 
김찬국/ 한국교원대학교 환경교육과 교수·환경과공해연구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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