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15m로 이동, 게으른 판다를 위한 변명

조홍섭 2015. 07. 14
조회수 41377 추천수 0

하루 14시간 대나무 먹지만 섬유질 분해 세균 없어 17%만 섭취

생존 비결은 극도로 적은 에너지 소비, 나무늘보와 비슷한 대사율

 

pan1_fuwen wei3.jpg » 섬유소 분해세균이 없는 판다는 하루 종일 대나무를 먹지만 영양분 섭취율은 20%를 넘지 못한다. 육식을 주로 하던 잡식동물에서 초식동물로의 전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진=fuwen wei

 

자이언트판다는 인기 있는 전시동물이자 생물다양성 보전의 상징이다. 귀여운 외모와 함께 느린 동작과 대나무만 먹는 채식 습성이 그런 이미지를 만들었다.
 
판다는 게을러 보인다. 느릿느릿 움직이고 하루 14시간 이상을 대나무 줄기와 잎을 먹는데 보낸다. 사육 판다는 잠에서 깬 뒤 활동시간의 3분의 1, 야생 판다는 절반 동안만 돌아다닌다. 먹이를 찾아 이동하는 속도는 시속 15.5m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판다의 게으른 생활방식은 육식동물의 소화기관으로 영양가 없는 대나무를 먹고살아야 하는 판다가 선택한 마지막 생존수단임이 밝혀지고 있다.

 

pan2_fuwen wei1.jpg » 야생 자이언트판다의 모습. 사육하는 판다보다 활동량이 많지만 여전히 하루의 절반 정도만 움직인다. 사진=fuwen wei

 
중국 연구자들이 사육과 야생 자이언트판다의 움직임을 위성으로 추적하고 배설물과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판다가 영양가 낮은 대나무를 먹고 살아남는 비결은 몸의 신진대사를 낮추고 장기의 크기를 줄여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과학저널 <사이언스> 10일치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판다가 비슷한 크기의 동물에 견줘 38%의 에너지를 소비한다고 계산했다.
 
이를 위해 판다는 몸의 대사를 극도로 낮추어 대사율은 코알라보다 낮고 나무늘보와 비슷했다. 판다가 이런 적응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갑상선 호르몬 생산과 관련한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동면하는 곰보다 낮고, 사람이라면 갑상선 저하증을 일으킬 수준의 낮은 호르몬 분비로 대사를 낮출 수 있었다. 또 판다의 장기도 다른 곰에 비해 뇌가 83%, 간이 63%, 콩팥 75% 등으로 작아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했다.

 

pan3_fuwen wei2.jpg » 대나무 줄기를 먹고 있는 야생 자이언트판다. 인류가 아프리카에 처음 등장하던 200만년 전 곰으로부터 분화해 초식동물의 길을 걸어왔지만 아직 몸은 육식동물에 가까운 진화적 딜레마에 빠져 있다. 사진=fuwen wei
 
판다는 육식동물의 소화관을 지녀 짧은데다 섬유소를 분해하는 장내세균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음이 최근 다른 중국 연구자에 의해 밝혀졌다. 200만년 전 잡식 곰으로부터 진화한 판다는 대나무를 하루에 12.5㎏이나 먹는데, 소화율은 17%에 그쳐 먹은 대나무의 대부분을 그대로 배설한다.
 
몸은 육식동물인데 채식만 해야 하는 ‘진화의 딜레마’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판다는 게으름을 선택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Yonggang Nie et. al., Exceptionally low daily energy expenditure in the bamboo-eating giant panda, Science, 10 July 2015, Vol. 349 Issue 6244. http://www.sciencemag.org/lookup/doi/10.1126/science.aab2413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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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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