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처리가 재활용으로 둔갑, '폐기물 세탁' 만연

이동수 2019. 0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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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폐기물 재활용 100%", 정부 재활용 통계 믿기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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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연도별 국내 폐기물 배출량

온 나라가 폐기물 문제로 시끄럽다. 안으로는 오래전부터 불법적으로 여기저기 몰래 묻어 놓은 폐기물이 다시 발견되면서 환경오염과 그로 인한 건강과 재산 피해로 사람들의 걱정과 화를 돋우는 일이 잦다. 이제는 그것도 모자라 불법적으로 외국에 내보냈던 폐기물이 되돌아와서 세계적 망신을 샀을 뿐만 아니라 돌아온 폐기물을 적절히 처리하지 못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체 언제까지 이런 짓을 벌이는 악덕 폐기물처리업자들을 욕하고 있어야 할 것인가? 이런 상태를 오랫동안 바로잡지 못하는 정부도 그런 폐기물처리업자 못지않게 책임이 크다. 

국제사회에서 내로라하는 나라들은 폐기물 문제의 심각성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사용하고 있다. 나라마다 처한 여건이 달라 그 방법이 모두 같지는 않지만, 국제적으로 모두 수긍하고 따르고자 하는 원칙과 우선순위는 똑같다. 

첫째는 뭐니 뭐니 해도 폐기물 발생량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폐기물을 다시 쓰니 태우니 하는 것도 좋긴 하지만 그에 필요한 돈과 시간 그리고 더욱 고갈된 자원을 가지고 살아야 할 우리의 미래를 생각하면 처음부터 그럴 일을 줄이는 것이 확실히 가장 좋다. 

둘째는 본래의 용도로 다시 사용하거나 다른 용도의 재료로 다시 활용하는 것이다. 셋째는 배출된 폐기물의 양을 줄이는 중간 처리를 해서 최종적인 처리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주로 폐기물을 태워서 양을 줄이는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회수하여 종종 부가적 가치를 얻는다. 

넷째는 이리저리해도 끝까지 남는 폐기물을 최종 처분하는 것인데, 주로 땅에다 묻어서 해결한다. 첫째와 둘째는 폐기물 처리 측면과 관련이 있지만 셋째와 넷째보다도 자원의 절약과 순환이라는 미래지향적인 성격이 훨씬 강하다. 다른 말로 하자면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노력에 훨씬 더 잘 부합된다. 

그런데 그림 1을 보면 우리나라는 폐기물관리에서 가장 높은 우선순위인 발생량을 줄이는 일에는 철저히 실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20여년 이상 총 발생량이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는데, 이는 거의 건설폐기물과 사업장(배출시설 계)폐기물의 증가 때문이다. 

03543081_P_0.JPG » 재건축 열기의 부산물로 막대한 건축 폐기물이 쏟아져 나왔다. 재건축을 위해 다세대주택을 허무는 모습. 김경호기자 jijae@hani.co.kr

특히 건설폐기물의 가파른 증가는 소위 부동산투기의 광풍과 그로 인한 재건축 열기의 산물이기도 하다. 반면 그동안 생활폐기물은 거의 변화가 없이 하루 5만 톤 정도를 유지하고 있는데, 줄지는 않지만 크게 늘지도 않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발생 총량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16년의 경우 건설폐기물이 47%, 사업장(배출 시설 계)폐기물이 38%, 생활폐기물이 12% 정도이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나라의 폐기물관리 성패는 건설과 제조업 등의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어떻게 줄이는가에 달려 있다(그러니 생활폐기물 관리 때문에 시민들 좀 그만 들볶으라는 볼멘소리도 일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사실 지금은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사업장폐기물을 줄여야 하는 시대이다. 제품생산과정에서 폐기물을 많이 발생시켜 국제 무역시장에서 요구되는 기준을 못 지키면 영업기회가 축소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발생량이 많은 건설폐기물과 사업장폐기물의 재활용은 어떤가? 이들의 2016년 재활용률은 각각 98%, 79%로 적어도 정부 통계상으로는 경이롭게 높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1) 줄이지는 못하고 있지만 재활용률이 높으니 그래도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러나 이런 수치는 여러모로 그대로 믿기 어려울 만큼 높다. 98%의 재활용률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수치이다. 국내에서 폭증하는 건설폐기물 때문에 재활용을 위한 여러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온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그 제도를 잘 실행할 수 있는 인적 물적 토대가 뒤이어 제대로 마련됐다는 증거는 별로 없다. 

따라서 재활용을 위한 제도의 영향으로 재활용률이 그 이전보다 혹시 늘어날 수는 있겠지만, 현재 보고되고 있는 수치는 크게 과장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클 것이다. 사실 정부에서 하라고 하니 하는 척만 하고 통계보고를 실제와는 매우 다르게 하고 있다는 얘기를 사업장 현장에서는 흔히 한다. 그뿐만 아니라 이러한 실상을 정부 담당자들도 알고 있다고까지 얘기한다. 

야산이나 계곡, 사용되지 않고 있던 땅에서 종종 대량으로 발견되는 폐기물은 거의 건설폐기물과 사업장폐기물이다. 이를 배출사업자든 처리대행업자든 뒤로는 이런 식으로 불법 처리하며 앞으로는 재활용했다고 보고했을 가능성이 크니 비현실적으로 높은 재활용 수치가 믿기지 않을 수밖에 없다(이러한 사실이 발각되는 것은 그다음 문제이고 그때 가면 누구의 책임인지 가려내는 것도, 책임을 물어 원상으로 복구하는 일도 간단치 않아 결국은 종종 국민의 세금으로 뒷감당을 하게 되는 게 현실이다).

00501559_20190328.JPG » 재활용품으로 위장해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됐다가 반송돼 평택당진항에 보관 중인 불법폐기물. 경기도 제공

실제로는 엉망으로 불법적 처리를 하면서 겉으로는 허위로 그럴듯하게 재활용된 폐기물로 둔갑시키니 이는 사실 돈세탁과 다름없는 '폐기물 세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세탁은 결과적으로 정부의 성과를 홍보하는 데 도움이 되니 일부 정부 담당자들도 직간접적으로 가담 내지는 묵과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의심이 될 지경이다. 

특히 여러 폐기물 항목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재활용 통계는 엄밀히 말하면 재활용을 위해 분류된 폐기물의 양이지 실제 재활용된 양을 근거로 계산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재활용 통계는 이미 현실을 과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수년간의 정부통계자료를 보면 음식물류 폐기물은 거의 100% 재활용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러나 그 통계치의 정확한 의미는 분리 배출된 음식물류 폐기물이 거의 100% 사료화나 퇴비화 설비에 투입된다는 뜻이다. 투입되는 것과 실제 쓸 만한 사료나 퇴비가 얼마나 만들어지고 또 사용되고 있는지는 아주 다른 얘기이다. 

또한 재활용 분리 배출된 생활폐기물도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전국의 거의 모든 기초 지자체에서 100% 재활용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우리가 분리배출 해놓은 폐기물이 남김없이 모두 재활용이 된다는 것이다.

00502208_20190130.JPG » 음식물쓰레기로 만든 건식 사료. 가축사료로 써야하지만 불법으로 고급 비료인 유기질 비료로 써 논란을 빚었다. 이준희 기자

이러한 통계는 얼핏 멋져 보이지만 오히려 너무 멋져서 비현실적이라, 보는 이들로 하여금 차라리 그 숫자라도 살짝 줄여 그나마 현실적으로 보이게 하는 센스도 없나 하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마치 수백 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100% 찬성 혹은 반대의 획일적 결과가 나오면 뭔가 잘못됐다고 느낄 때처럼. 

우리 사회를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필요한 올바른 방향의 폐기물관리는 앞으로는 어떤 노력보다 건설과 제조업 사업장의 발생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줄어드는 폐기물량을 보면서 그다음을 계획하는 그런 관리가 되어야 한다. 

동시에 겉으로만 그럴듯하게 보이는 허수를 가지고는 제대로 된 정책을 세울 수도, 미래는커녕 현재의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자료를 생산하고 그를 바탕으로 내실 있는 재활용체계를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동수/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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