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 없이 효과 만점, 미스터 갈릴레이의 3+1 절전법

조홍섭 2014. 12. 02
조회수 27065 추천수 0
서울 석관두산아파트, 4년새 전기료 5억2천만원 절감…훈훈한 경비원 고용 보장

교효율 LED 조명 교체, 간편한 가전제품 설정 등이 요령…서울시 절전아파트 열풍

 

so1.jpg » 서울 성북구 석관동 석관두산아파트는 지난 몇년 동안 뛰어난 에너지 절약 성과를 거뒀다. 최근 아파트 경비원의 안정적 고용으로 새삼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아파트 경비원에게 법정 최저임금을 주느니 감원하겠다는 곳이 적지 않다. 가구별로 추가로 내야 할 월 몇천원이 부담스럽다는 서민아파트도 있다.
 
반대로 전기를 아껴 경비원 임금을 19% 올려주고 고용도 보장해 주는 곳도 있다. 서울 성북구 석관동의 석관두산아파트가 그곳이다. 이 아파트는 입주민의 조그만 노력으로도 대규모 절전이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평균 면적 108㎡(33평)에 약 2000가구가 사는 이 아파트는 2010년부터 에너지 절약을 시작했다. 올해까지 4년 동안 줄인 전력 소비량은 200만kWh(킬로와트시)에 이른다. 2010년 15억2000만원을 내던 전기요금이 올해는 11억2000만원으로 4억원 줄었다.
 
그사이 전기요금 인상분을 고려하면 실제 절감액은 5억2000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가구당 연간 26만원의 전기료를 아낀 셈이다.
 
특히 공용전기 사용량은 300만kWh에서 190만kWh로 37%나 줄었다. 그 핵심은 바로 지하주차장 조명등 교체였다. 지하 3개 층에 40W 형광등 1450개가 하루 24시간 365일 켜져 있었다.
 
이를 20W 엘이디(LED) 조명으로 바꾸고, 다시 이용하지 않을 때는 5W로 소비전력이 주는 감지기를 설치했다. 1억4000만원의 투자금은 2년 만에 회수했고, 무려 45만kWh의 전력소비를 줄였다.
 
공용전기 소비가 뚝 떨어지자 주택용과 따로 맺었던 한전과의 계약방식을 단일계약으로 바꾸어 요금을 또 절약했다.
 
so3-1.jpg » 지하 주차장의 조명을 형광등에서 전기 소비량이 절반인 교효율 엘이디로 바꾸기 전(왼쪽)과 후 모습.

 

이 아파트는 요즘 공영전기의 곱절에 이르는 가구별 전기 소비를 매달 몇만kWh씩 줄여나가고 있다. 올해 들어 절감한 전력량만 해도 46만kWh로 가구당 5만원 꼴의 전기요금을 아꼈다.
 
이런 놀라운 절전을 하면서 주민을 거의 들볶지 않았다. 심재철 입주자대표회장이 밝힌 비결은 이렇다. “사람들에게 불편을 강요하고 잔소리를 퍼부었자 지속적인 절약을 이끌지 못합니다. 가장 쉽게 큰 효과가 날 절전 분야에 집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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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체관측 동호인이기도 한 심씨는 이를 ‘미스터 갈릴레이의 3+1 절전운동’이라 불러 보급했다. ‘1분 투자로 월 7000원 전기료 다이어트’란 책으로 내기도 한 그의 ‘비법’을 알아보자.
 
 ① 텔레비전 설정 고치기
 
설정을 절전 모드로 바꾸기만 해도 전력 소비가 40% 준다. 하루 한 시간 덜 보자는 식으로 윽박지를 필요가 없다. 한 번만 설정하면 끝이기 때문이다.
 

이런 설정은 가족이 없을 때 하는 것이 좋다. 밝게 보던 텔레비전을 갑자기 어둡게 만들면 불평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절전 모드로 설정된 텔레비전을 켤 때 그럴 일은 없다. 화면은 가장 밝은 물체이기 때문에 동공은 그 밝기에 맞춰져 익숙해지기 때문이다.
 

얘기를 해주지 않는 한 설정이 바뀐 것을 눈치채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걸 수십가구를 대상으로 실험해 확인했다고 심씨는 말한다. 그는 텔레비전 설정 고치기 만으로 “어마어마한 절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② 냉장고 온도 설정 고치기

 

흔히 냉장고의 절전을 위해 문을 자주 여닫지 말자고 조언한다. 귀찮기도 하거니와, “쓸데없이 냉장고 문 여는 사람이 어딨냐”고 심씨는 되묻는다.
 

그는 냉장고를 살 때 설정된 냉장과 냉동 온도를 잘 바꿔도 20%의 절전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쾌속 냉동이 필요한 음식점에서야 냉동실 온도를 영하 20도로 유지할 필요가 있겠지만 가정에선 영하 17도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냉장도 김치를 장기 보관하지 않는 한 1~2도로 낮게 유지할 이유가 없다. 대개 김치 냉장고가 따로 있지 않은가. 냉장은 4~5도면 충분하다고 심씨는 권한다. 쉽게 말해 보통 용도에선 냉장고의 설정온도를 가장 높게 해도 된다는 것이다.
 
 ③ 에어컨 코드 뽑기
 
여름 한 두달만 쓰는 스탠드형 에어컨의 전기코드가 1년 내내 꽂혀 있으면 한 달에 3kWh가 날아간다. 심씨는 아예 누전차단기에서 에어컨 관련 스위치를 내려놓으라고 권한다.

so12-1.jpg » 자기 전이나 외출 때 컴퓨터와 연결된 각종 플러그를 뽑는 것 만으로도 상당한 양의 절전을 할 수 있다.

 
 ④ 컴퓨터 코드 뽑기

 

위의 3가지가 한 번의 설정이나 조처로 1년 내내 전기를 절약하는 법이라면, 좀 귀찮더라도 한 가지만 실천해도 전기를 톡톡히 줄이는 방법으로 심씨는 외출이나 잠자기 전 인터넷 관련해 여러 개가 꽂혀있는 플러그가 뽑을 것을 조언한다.
 

이런 종류의 실천으로 몇 가지를 더 할 수 있다면 밤새 홀로 데우는 일을 하는 냉온수 정수기, 비데, 전기밥솥 등을 외출이나 자기 전 꺼두면 좋다.
 
so8-1.jpg » 주민들에게 절전교육을 하는 심재철씨. 그는 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이끄는 것이 절전에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런 절약 덕분에 이 아파트는 경비원 고용 문제도 잘 풀 수 있었다. 수시로 경비원이 바뀌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계약조건을 바꾸고 대신 임금을 19% 인상해 줬다. 추가 인건비라야 전기 절약에 견줘 훨씬 적은 세대별 월 5000원 정도였다.
 
석관 두산아파트는 녹색연합이 2012년부터 성북구와 함께 벌이고 있는 에너지 절약 캠페인에서 첫 ‘절전소’로 지정됐다.
 
절전소란 ‘에너지를 절약하는 발전소’란 뜻이다. 화석연료를 쓰지 않고 오염물질을 배출하지도 않으면서 새로 발전소를 짓는 것과 똑같은 효과를 낸다고 해서 지은 이름이다. 성북구에는 아파트, 주민센터, 학교 등 44곳의 절전소가 있다.
 
요즘 에너지 절약은 서울의 많은 아파트단지에서 화두가 됐다. 석관두산아파트는 7월 서울시의 에너지절약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26개 아파트의 하나이다.

 

지난겨울 넉 달 동안 이 대회에 참여한 203개 아파트 단지가 에너지 절약으로 아낀 돈은 139억원에 이른다. 대회에 참여한 13만6000여가구가 절약한 전력은 서울 지역 3000여가구가 1년 동안 쓸 수 있는 양이다. 이들은 정부의 각종 지원제도를 활용해 소형 열병합발전기를 설치하거나 고효율 엘이디 조명으로 교체해 큰 절전 효과를 거뒀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일자리도 생기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150명, 올해 95명의 ‘에너지 설계사’를 선발해 에너지 낭비 현장을 찾아 컨설팅을 해 주고 있다. 계약이 끝난 설계사 가운데 43명이 관련 기업에 취직했고 50명 이상이 6개 협동조합을 차려 일하고 있다.
 
아파트 주민들이 절전의 짭짤한 효과를 맛보게 한 효자인 엘이디는 2011년 20만개에서 올 6월 현재 679만개가 보급되면서 새로운 시장이 생겨나고 있다.
 
서울에 이처럼 에너지 절약 열풍이 불게 된 것은 올해 2단계에 접어든 ‘원전 하나 줄이기’ 사업 덕분이다. 밑에서 시작되고 있는 이런 움직임은 큰 의미를 지닌다. 수요를 과다하게 예측한 뒤 원전과 화석연료에 기댄 공급을 늘려가는 중앙정부의 시대착오적 에너지정책이 아파트로부터 도전받고 있다. 

 

글 환경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ecothink@hani.co.kr, 사진=심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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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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