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조롱이가 쥐에게 주는 충고, "가끔은 위도 보라"

김성호 2012. 01. 12
조회수 57371 추천수 1

작은 맹금류 황조롱이의 묘기, 공중 정지비행

깃털 미세 조정해 네 가지 힘 비기게 만들어, 최장 22분까지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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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비행 중인 황조롱이. 아래를 내려다보는 눈이 날카롭다.

 

매과의 맹금류 중에서 덩치가 아주 작은 황조롱이는 작은 몸집을 극복하는 무척 신기한 능력을 개발했습니다. 다름 아닌 정지비행술(hovering)입니다.

 

주로 곤충들이 수행하는 정지비행술은 공중의 한 곳에 그대로 머무는 비행 방법을 말합니다. 물론 말똥가리나 물수리를 비롯한 맹금류들이 더러 정지비행을 하는 경우가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정지비행은 단 몇 초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몇 분에서 몇 십 분까지 이르는 황조롱이의 정지비행은 격이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필자는 황조롱이가 22분 동안 정지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습니다.

 

공기와 같은 유체 속을 수평으로 운동하는 물체는 4가지 힘을 받게 됩니다. 중력, 양력, 항력, 추력이 그것입니다. 중력이 양력보다 크면 가라앉게 되고, 항력보다 추력이 커야 앞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따라서 황조롱이가 정지비행을 하려면 중력과 양력이 같게 하고, 항력과 추력도 같게 만들어야 합니다. 결국 황조롱이는 정지비행 때 이 모든 힘의 합이 0이 되게 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날개로 조절합니다. 중력에 반하여 몸을 뜨게 하는 양력의 조절은 날개를 위와 아래로 움직여, 때로는 지면과 수평으로 멈춰 조절합니다.

 

항력과 추력의 조절은 꼬리깃을 이용합니다. 쫙 펴면 부챗살처럼 펴지는 꼬리깃을 벌렸다 오므렸다, 지면과 수평으로 했다 직각으로 했다 하면서 자유자재로 조절합니다.

 

바람은 수시로 변합니다. 방향도 바뀌지만 풍속도 순간순간이 다릅니다. 그 어떠한 상황이라도 황조롱이는 완벽하게 정지비행을 연출합니다.

 

몸집이 작은 황조롱이가 정지비행술을 개발한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굴을 파고 생활하며 나름 조심성은 많지만 위는 볼 줄 모르고 앞만 보는 아주 좋은 먹잇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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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 한 마리가 굴 바로 앞을 살피다 아무도 없자 결국은 나와 뭔가를 먹고 있습니다.  이것이 자신의 마지막 식사가 될 줄은 모르는 눈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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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만 보지 말고 가끔은 위를 올려다 볼 필요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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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서남대 생명과학과 교수
서남대 생명과학과 교수. <큰오색딱따구리 육아일기><동고비와 함께한 80일><까막딱따구리의 숲>의 저자로서 새가 둥지를 틀고 어린 새들을 키워내는 번식일정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인내로 세세히 기록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지리산과 섬진강에서 만난 생명들의 20년 이야기를 담은 생태에세이 <나의 생명수업>을 펴냈다.
이메일 : genexp@chol.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phil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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