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날지도 못하는 새끼를 어미 새가 내쫓는 이유

조홍섭 2018. 06. 21
조회수 8291 추천수 1
날개 미발달 체중 지탱 못해도 어미가 먹이로 이소 유도
둥지에서 몽땅 포식자에 먹히는 것보다 이른 이소가 나아 

m1.jpg » 북미산 검은방울새 어미가 새끼를 먹이로 유인하며 둥지를 떠나도록 이끌고 있다. 토마스 마틴 제공.

부지런히 먹이를 먹여 새끼 새가 자라 어느덧 둥지를 떠날(이소) 때가 왔다. 어미는 둥지를 떠나려 하지 않는 새끼 새를 먹이로 유인해 밖으로 이끈다. 이윽고 둥지를 떠나 가까운 나뭇가지로 새끼가 날아간다. 그러나 비행이 서툰 새끼 새는 이소 직후 상당수가 포식자의 먹이가 된다. 왜 어미 새는 새끼가 포식자를 피할 만큼 충분히 자란 뒤 둥지를 떠나도록 하지 않을까?

어미 새가 새끼를 길러 바깥세상으로 내보내는 모습을 흔히 헌신과 사랑, 어미의 끈질긴 비행교육이 새끼의 희망찬 독립으로 이어지는 과정으로 묘사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어미는 가능하면 일찍 이소를 당기려 하고 새끼는 늦게 떠나려고 줄다리기하다 결국 타협하는 과정이란 연구결과가 나왔다.

m2.jpg » 둥지를 떠난 어린 검은방울새. 날개가 덜 발달해 비행능력이 서툴고 포식자에 먹일 확률도 크다. 토마스 마틴 제공.

미국 조류학자들은 북미산 딱새, 박새, 지빠귀 등 명금류 11종을 대상으로 고속촬영과 실험을 통해 어린 새가 둥지를 떠나는 시점이 어떻게 정해지는지 조사했다. 둥지를 떠나는 새끼를 고속촬영 해보니 종마다 비행능력에 차이가 컸다. 일찍 이소한 새일수록 날개가 덜 발달해 미처 체중을 지탱하지 못했다. 당연히 비행능력이 서툴러 짧은 거리를 뛰듯이 나는 데 그쳤다.

연구자들은 이소할 때의 나이, 곧 알에서 깬 뒤 며칠이나 자랐는지가 새끼의 사망률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다시 말해 둥지를 떠나기 전 날개가 충분히 자랐는지가 생사를 가른다. 연구자들은 북미산 검은방울새 이소 실험을 통해 이를 확인했다. 둥지 주변을 어미가 드나들 정도의 틈을 빼고 둘러싸 새끼의 이소를 3일 늦췄다. 정상적으로 알에서 깬 지 11일 만에 둥지를 떠난 새끼는 날개가 어미의 60% 길이로 자라 체중의 22%밖에 지탱하지 못했다. 비행 거리는 0.5m 미만이어서 난다기보다 깡충거리는 수준이었다. 천적을 피하기 힘든 비행능력이다. 반대로 실험에서 이소를 사흘 늦춘 새끼는 날개 길이가 어미의 70% 수준이었는데 30m까지 날아갔다.

m3.jpg » 정상적으로 이소한 새끼의 날개(왼쪽)와 이소 시기를 사흘 늦춘 새끼의 날개. 비행능력에서 큰 차이가 난다. 토마스 마틴 제공.

이소를 늦출수록 새끼의 생존율이 높다면, 자연은 왜 이런 번식방법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연구자들은 둥지에 오래 머무는 데 따른 포식 위험이 점점 더 커지는 게 그 이유라고 설명했다. 둥지 안에는 무방비의 어린 새끼가 한데 몰려 있다. 다른 새나 뱀, 다람쥐 등 포식자가 침입하면 새끼를 모조리 잃을 수 있다. 반대로 새끼가 아직 미숙해 사망률은 좀 높더라도 둥지를 일찍 벗어나게 하면 그런 사태는 막을 수 있다. 포식 압력이 높은 새는 일반적으로 이소가 이르고, 나무구멍 등 상대적으로 안전한 둥지에서 번식하는 새의 이소 시기가 늦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m4.jpg » 둥지를 송두리째 습격당할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나무구멍 둥지에서 번식하는 새는 이소 시기가 상대적으로 늦다. 토마스 마틴 제공.

연구자들은 검은방울새가 둥지 안의 모든 새끼를 포식자에게 먹힐 확률이 38%인데 견줘 둥지를 떠나보낸 새끼가 모두 죽을 가능성은 9%에 그친다고 밝혔다. 따라서 어미로서는 취약한 새끼라도 일찍 둥지에서 떠나보내는 편이 이득이고, 그 결과 먹이로 새끼를 둥지에서 유인해 일찍 둥지를 벗어나게 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이론적으로는 새끼가 둥지에 머물렀을 때의 사망률과 이소했을 때의 사망률이 같은 ‘적정 시점’에서 둥지를 떠나는 것이 자연적이지만, 이 연구에서는 새끼가 적정 시점보다 조금 일찍 떠났다. 연구자들은 그 이유가 모든 것을 잃지 않으려는 어미의 이해가 관철된 것으로 보았다. “부모 입장에선 새끼가 좀 더 일찍 떠났으면 하고, 새끼로서는 좀 더 늦게 떠났으면 하는 갈등 관계가 타협을 이루는 것이 이소 시점”이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스’ 20일 치에 실렸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Thomas E. Martin et al, Age and performance at fledging is a cause and consequence of juvenile mortality between life stages. Sci. Adv. 2018;4: eaar1988, http://advances.sciencemag.org/content/4/6/eaar1988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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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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