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데 쉽지 않았던 실험-거미는 우주에 대칭형 집을 지을까?

조홍섭 2020.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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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 조달, 암수 구별…어려운 우주 생물실험
1970년대 시작 2010년대까지 시행착오 반복 
마침내 중력 대신 빛으로 방향 감지 발견

s1.jpg » 2011년 국제우주정거장(ISS) 실험장에서 무중력 상태에서 거미줄을 지은 무당거미. 바이오서브 우주기술, 콜로라도대 보울더 캠퍼스 제공.

중력이 없는 우주 공간에서도 거미는 거미줄을 칠 수 있을까? 우주정거장에서 수행한 여러 실험 가운데 이런 질문에 답하는 것은 인기 있는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우주탐사를 홍보하고 과학교육에도 기여하겠다며 1970년대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다. 거창한 홍보와는 달리 지상의 거미줄과 우주 거미줄이 어떻게 다른지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이 프로젝트에 참가한 연구자가 마침내 이제까지의 실험 결과를 뭉뚱그린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과학저널 ‘자연의 과학’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잇달아 일어난 자잘한 사고 가운데서도 발견한 뜻밖의 거미 행동을 보고했다.

s2.jpg » 무당거미의 거미줄. 중심은 거미줄의 중앙보다 위쪽으로 치우쳐 있고 아래쪽 부분이 촘촘하게 면적이 넓다. 베아트리스 모아세,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지상에서 거미는 날아가는 곤충을 잡기 위해 거미줄을 지면에 수직으로 펼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미줄의 중심은 한가운데가 아니라 약간 위에 위치한다.

먹이 사냥을 생각하면 그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곤충이 거미줄에 걸렸을 때 거미줄 위쪽으로 기어오르기보다는 몸의 중력을 이용해 아래쪽으로 뛰어 내려가 덮치는 편이 빠르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거미줄 아랫부분을 넓게 해야 하고 자연히 중심 위쪽으로 기운 비대칭 형태가 된다.

그렇다면 중력이 없는 우주 공간에서 거미는 어떤 형태의 거미줄을 칠까. 이용할 중력이 없으니 거미줄의 중앙이 한가운데 위치하는 대칭형이 될 것이다. 또 지상의 거미는 머리를 항상 중력 방향 곧 아래로 향하고 있다가 먹이가 걸리면 재빨리 덮치는데 우주 공간에서는 그 방향이 따로 없을 것이다.

잇따른 실수

s3.jpg » 1973년 나사가 처음 발사해 운영한 우주정거장인 스카이랩. 우주 거미도 이때 탑승했다. 나사 제공.

바로 이런 가설을 우주 공간에서 검증하기 위해 우주선에 거미를 태우게 됐다. 첫 시도는 1973년 미 항공우주국(나사)가 발사해 운영한 첫 우주정거장인 스카이랩이었다.

고등학생들의 과학공모전에서 이 제안을 받아 첫 우주 거미가 탄생했다. 기발한 아이디어였지만 준비와 실험은 부실했다. 거미줄을 치는 사진을 5장 남겼는데 한장의 거미줄은 대칭 형태였고 나머지는 거미줄 사이의 간격이 불규칙하거나 거미줄 크기가 작았다.

‘우주에서 거미가 거미줄을 칠 수 있다’는 건 확인했지만 그 형태가 무중력 때문인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거미가 먹을 물과 먹이를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거미줄 이전에 거미는 사는 것 자체가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spiders1.png » 나사는 우주 공간에서 거미줄을 치는 거미에 관한 과학교사를 위한 교육자료를 만들어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누리집: https://www.bioedonline.org/lessons-and-more/teacher-guides/spiders-in-space/)

두 번째 실험은 2008년 본격적인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이뤄졌다. 이번엔 거미 먹이로 초파리도 데려갔다. 만일에 대비해 2개의 사육장에 다른 종의 거미를 한 마리씩 넣었다.

첫 사고는 예비 사육장의 거미가 어떻게 해서인지 주 사육장으로 침투한 것이었다. 첫 거미가 도착 6일 만에 멋진 대칭형 거미줄을 쳤는데 한 시간 뒤 침입한 거미도 자기 거미줄을 치면서 엉망이 됐다. 

이번엔 먹이가 문제를 일으켰다. 초파리의 번식력을 과소평가했다. 초파리의 애벌레와 번데기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1달 뒤엔 관측 창을 완전히 막아버리는 일이 벌어졌다.

2011년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또다시 거미줄 실험을 하게 된 사무엘 초커 스위스 바젤대 박사 등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새로운 실험 방식을 도입했다. 먼저 지상에서 가장 비대칭적인 그물을 치고 몸이 길쭉해 방향을 쉽게 가릴 수 있는 무당거미를 실험 대상 종으로 정하고 이어 중력을 빼곤 모든 조건이 똑같은 실험장치를 지상과 우주정거장에 설치해 비교했다.

s4.jpg » 미국 콜로라도대 보울더 캠퍼스의 바이오서브 우주기술 연구실에는 우주정거장과 중력만 빼고 똑같은 조건의 실험장을 만들어 무당거미를 사육해 비교 연구했다. 나사 제공.

카메라 3대를 설치해 2달 동안 5분마다 거미줄 치는 행동을 촬영했다. 우주 거미는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알주머니를 채집한 뒤 엄선해 4마리의 어린 암컷을 골랐다(여기서 약간의 사고가 벌어졌는데 2마리는 나중에 암컷이 아닌 수컷으로 밝혀졌다. 어릴 때 거미의 암수를 가리기는 매우 힘들다. 다행이라면 수컷이 지상과 우주에 따로 배치됐다는 점이다).

중력 없으면 빛으로

s5.jpg »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무를 재배하는 실험장치. 나사 제공.

어쨌든 실험은 성공적으로 진행돼 1만4500장의 거미줄 치기와 방향 사진이 확보됐다. 이제 우주 거미는 완벽하게 둥글고 중심이 한가운데 자리 잡은 거미줄을 치고 거기 앉은 거미는 일정하지 않은 방향으로 머리를 두었을까?

아쉽게도 꼭 그렇지는 않았다. 연구자들은 “무중력 상태에서 친 거미줄은 지상의 것보다 더 대칭형이었고 중심도 중앙에 더 가까웠다. 거미의 머리 방향도 늘 아래를 향한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실험장에는 12시간 간격으로 전등을 켜고 껐는데 우주 거미는 등을 끈 동안에만 무중력 상태에서 예상한 행동을 했고 불을 켜면 오히려 지상과 비슷한 행동을 보였다. 

주 저자인 초커 박사는 “우리는 빛이 우주에서 거미를 좌우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다”며 “전등을 실험장 꼭대기에만 달았기 망정이지 여기저기 설치했다면 빛이 무중력 거미줄의 대칭에 끼치는 영향을 발견하지 못했을 뻔했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s6.jpg » 국제우주정거장에서 거미줄 치는 실험을 한 무당거미. 중력이 없으면 빛으로 방향을 잡는 능력이 있음이 밝혀졌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앞선 연구에서 거미는 빛이 전혀 없는 완전한 암흑에서도 거미줄을 짓고 먹이를 잡는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거미에게 빛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요인으로 간주됐다. 

그러나 우주 공간에서 중력이 사라지자 거미는 빛에 의존해 방향을 잡았다. 전등이 꺼지면 임의로 방향을 정하다가도 불이 켜지면 등 반대편으로 머리를 향했다. 

초커 박사는 “거미가 진화과정에서 한 번도 중력이 없는 환경을 겪지 않았는데도 중력을 대신해 빛으로 방향을 잡는 시스템을 갖추었다는 게 놀랍다”고 말했다.

이번 실험에 참여한 무당거미는 몇 가지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수컷은 우주에서 65일 동안 생존 기록을 세운 뒤 무사히 지구로 생환했고 암컷은 우주에서 거미줄 34개를 쳤고 허물을 3번 벗는 기록을 세웠다.

인용 논문: The Science of Nature, DOI: 10.1007/s00114-020-01708-8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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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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