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똥이 산호초 살찌운다, 쥐만 없다면

조홍섭 2018. 0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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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설물 영양물질 녹아나 섬뿐 아니라 주변 바다 생산성 향상
질소 퇴적량, 쥐 없는 섬 250배…산호초 보전 위해 쥐 없어야

c1.jpg » 바닷새의 배설물은 산호초 주변의 물고기도 늘린다. 차고스제도 산호초에서 쥐가 없어 새들이 많이 사는 섬 주변에는 물고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니컬러스 그레이엄 제공
 
인도양 한가운데 있는 영국령 차고스제도는 지난 40년 넘게 무인도 상태를 유지해 손때묻지 않은 바다 환경을 간직한 곳이다. 그러나 60여개 산호초 섬은 현저하게 대조를 이루는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절반은 시끄럽고 절반은 고요하다. 

해변과 덤불 숲을 가득 메운 제비갈매기, 부비새, 군함조, 슴새 등이 떠들썩한 섬들에는 쥐가 없다. 반대로 18∼19세기 동안 드나든 선박에서 유입된 곰쥐가 사는 나머지 섬은 새들이 거의 없어 조용하다. 쥐들은 새의 알과 새끼, 심지어 어미까지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다. 그러나 쥐의 영향은 육지에 머물지 않았다.

c2.jpg » 제비갈매기 등 바닷새가 북적이는 차고스제도의 쥐 없는 섬 모습. 니컬러스 그레이엄 제공

니컬러스 그레이엄 영국 랭커스터대 교수 등 국제연구진은 드물게 제공된 차고스제도의 자연 실험장을 이용해 대양 산호초가 주변 생태계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를 밝혔다. 과학저널 ‘네이처’ 12일치에 실린 표지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대양의 산호초가 바닷새의 배설물이 제공하는 영양분으로 풍요롭게 유지되고 있음을 정량적으로 밝혔다.

바닷새들은 먼바다에서 물고기 등 먹이를 사냥한 뒤 산호초에 돌아와 휴식하고 배설한다. 배설물은 오랜 세월 쌓여 구아노로 굳는데, 빗물과 함께 배설물 속의 질소와 인 등 영양물질은 주변 바다로 녹아든다.

c3.jpg » 차고스제도에서 번식한 어린 부비새. 배설물은 섬과 주변 바다에 비료를 제공한다. 니컬러스 그레이엄 제공.

섬의 영양물질 수준은 쥐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크게 달랐다. 쥐가 없는 섬에는 새 밀도가 ㏊당 1243마리로 쥐가 있는 곳의 1.6마리보다 760배 높았는데, 자연히 질소 퇴적량도 쥐 없는 섬에서 250배 많았다. 

연구자들은 먼바다와 섬 자체에서 질소 동위원소의 조성이 다르다는 데 착안해 영양물질의 기원을 조사했다. 그랬더니 쥐 없는 섬의 토양과 덤불에서는 쥐 있는 섬보다 새의 배설물에서 기원한, 다시 말해 먼바다에서 온 질소가 훨씬 많았다. 섬 주변의 해조류, 해면, 물고기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쥐 없는 섬 주변의 물고기는 훨씬 다양하고 빨리 자랐다. 어류의 생물량은 쥐 없는 섬에서 48%나 많았다.

c4.jpg » 차고스제도의 산호초. 기후변화로 교란될 산호초가 건강을 유지하고 복원되기 위해서라도 쥐 퇴치가 필요하다. 니컬러스 그레이엄 제공.

바닷새의 배설물이 단지 섬의 육지에만 영향을 끼치지 않음은 분명했다. 눈길을 끄는 건 섬에 쥐가 없을 때 산호초의 생물 침식과 조류 섭식이 크게 늘었다는 사실이다. 산호초가 건강을 유지하고 손상을 쉽게 복구하려면 비늘돔 종류의 물고기가 많아야 한다. 이 물고기는 산호 틈에서 조류를 뜯어 먹는데, 그 과정에서 늙은 산호를 제거해 새로운 산호가 자라고 복구되도록 한다. 또 산호를 입으로 부수기 때문에 모래를 만들어내 섬의 성장을 촉진한다. 연구자들은 섬에 쥐가 없을 때 비늘돔류가 많아져 생물 침식이 3.2배, 조류 섭식이 3.8배 늘어남을 밝혔다. 2016년 기록적인 엘니뇨로 산호의 75%가 죽는 재앙이 닥쳤지만, 쥐 없는 섬에서는 산호의 회복이 훨씬 빨리 이뤄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대양의 산호초를 보전할 때 쥐의 퇴치가 매우 중요함을 보여준다. 연구자들은 논문에서 “섬에서 쥐를 퇴치하면 바닷새가 찾아오고 집단이 성장하기 때문에 산호초 섬의 보전에 쥐의 퇴치가 핵심적 보전 조처이다”라고 밝혔다. 또 “기후변화의 위협에서 산호초를 지키기 위해서도 생산성을 높이고 핵심 생태계 기능을 향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영국 랭카스터대 연구 동영상: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Nick Graham et al, Seabirds enhance coral reef productivity and functioning in the absence of invasive rats, Nature, 10.1038/s41586-018-0202-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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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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