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석유통 반납합니다", 통영 연대도 탈 석유 길로

이유진 2011. 11. 12
조회수 20014 추천수 0

마을회관 등 3개 공공 건물 처음으로 패시브하우스 인증

재생에너지 발전기만 덜렁 들여놓지 않고, 주민 참여와 협력으로 황소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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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통영시 산양읍 연곡리 연대도 전경.

 

"패시브 1등급이라 석유가 필요 없심다!"

 

지난 9월 21일 화석연료 제로를 꿈꾸는 섬 연대도의 실험 프로젝트가 또 하나 성공했다. 폐교를 리모델링해서 에코체험센터를 만드는데, 기밀테스트 결과 패시브하우스(저에너지건물) 인증을 받은 것이었다.

 

"와, 에코센터도 패시브하우스 인증 통과했다!"  "에코센터도 겨울에 난방비 걱정 없이 교육할 수 있겠네!"라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 건물은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단열, 지열, 태양광으로만 운영하게 된다.

 

갑자기 화석에너지 제로섬은 뭐고, 연대도는 또 어디에 있는 섬인가?

 

육지 사람들에게 섬은 떠나고 싶은 공간, 낭만과 고독의 상징이지만 실제 섬에 사는 주민들은 감내해야 할 것이 많다. 물, 에너지, 식량을 얻기가 불편한데다 중앙정부의 행정력이 미치지 않아 서러움이 많다.

 

2000년대 들어서 통영의 섬들은 각종 개발 바람으로 외지인들에게 무분별하게 팔려나가기 시작한다. 이에 푸른 통영21과 통영시는 2007년부터 섬의 아름다운 자연을 지키면서도 주민들이 잘 살고 행복한 대안 발전 모델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이름 하여, '에코 아일랜드'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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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에 있는 250개 섬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대상지를 물색했다. 그러던 중 연대도가 눈에 들어왔다. 연대도는 통영에서 배로 10분 거리에 있는 작은 섬인데, 48가구 82명이 바다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다.

 

섬의 자연이 잘 보전되어 있는 데다, 주민들은 싹쓸이 그물이 아닌 외줄낚시로 친환경 어업을 하고 있었고, 폐교를 외지인에게 팔지 않고 빚을 얻어서까지 마을 소유로 남기고 있는 점이 큰 점수를 얻었다. 마을 공동체도 탄탄하고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는 젊은 사람들도 있었다.

 

섬과 바다가 함께 만든 몽돌 해수욕장과 방풍림, 신석기 유적이 발굴된 연대 패총, 옛 사람들이 왜적이 쳐들어오면 연기와 불로 위급상황을 알렸던 봉수대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처음 주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에코 아일랜드’, ‘화석에너지 제로 섬’, ‘생태 섬’ 같은 용어도 처음 듣는데다가 번거롭게 여긴 것이다. 통영시장이 설득에 나서면서 주민들의 마음이 움직였다. 그렇게 시작된 에코섬 만들기 사업은 2010년 초까지만 하더라도 그 흔한 태양광 발전소 하나 세우지 않은 채 계속되었다. 도대체 4년 동안 무엇을 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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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시는 '생태 섬 보호·육성 조례안'을 만들고, 조례를 통해 '에코 아일랜드' 조성을 위한 추진 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 구성원 16명 중 6명이 주민들이고, '푸른통영21', 지역 언론, 전문가가 참여했고, 공무원은 단 한 명이 들어가 있다. 주민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로만 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원래 섬의 아름다운 모습을 되찾는데 힘을 모았다. 주민들이 농사를 짓지 않고 버려 둔 33층 다랭이밭을 야생화 꽃밭을 만들었다.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땀 흘려 심은 꽃이 피어나자 사람들의 마음도 열리기 시작했다. 옛 사람들이 지게지고 나무하던 길을 다듬고 안내판을 세워 섬 전체를 여유 있게 둘러볼 수 있는 ‘지겟길’도 꾸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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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공부하고 준비했다. 에너지가 뭔지, 왜 석유를 줄여야 하는지, 전라북도 부안 등용마을로 답사도 다녀왔다. 주민들을 대상으로 에너지 절약을 교육하고 생태섬을 어떻게 만들어갈지 수많은 회의를 했다.

 

그렇게 준비를 마친 후에 2010년 150㎾ 규모의 태양광 발전기를 세웠다. 이제 주민들은 태양이 만든 전기를 쓴다. 태양광 에너지라고 해서 허투루 쓰는 법이 없다. 처음부터 태양이 생산한 양에 맞게 에너지를 쓰자고 약속한 터다. 집집마다 꼼꼼히 전력사용량을 기록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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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에는 주민들의 숙원사업이 이뤄졌다. 낡고 오래된 마을 회관과 경로당을 패시브하우스로 새로 지은 것이다. 에너지 가격이 올라가고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면서 유럽에서는 아예 에너지를 덜 쓰는 집을 짓는 것이 건축의 대세이다.

 

공공건물부터 패시브하우스로 짓게 되면 에너지 비용도 줄이고, 탄소 배출도 줄이고, 많은 사람들에게 에너지 복지의 혜택이 돌아간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연대도 마을회관은 우리나라 공공건물 중에서 패시브하우스 인증을 받은 첫 번째 건물이다. 마을에서는 시에서 겨울에 지원해주던 석유가 필요 없게 되자 석유통을 반납했다. 마을회관은 지금 연대도 사람들이 제일 사랑하는 공간이 되었다.

 

그러던 것이 9월에는 폐교를 리모델링한 에코센터까지 패시브 건축으로 완공되었으니 마을 주민들이 어찌 안 기쁘겠는가. 에코센테에서는 아이들이 체험해볼 수 있는 다양한 재생가능에너지 생산 시설이 설치된다. 청소년 캠프와 직장인들의 워크숍 장소로 인기를 끌 것이다.

 

이미 지난 7월에는 전국에서 에너지 자립마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마을 주민 60여명이 연대도에 모여 "제1회 지역에너지 학교"를 열었다. 이렇게 연대도는 그냥 놀러가는 섬이 아니라 공부하러 가는 섬이다. 연대도 자체가 ‘지속가능성’을 실현해가는 커다란 교육장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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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설명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또 스스로 운영하지 못하는 시설은 마을에 들어와서는 안됩니다."


'에코 아일랜드 연대도 만들기'가 자리 잡아가자 세상이 주목하기 시작했다. 환경부의 지속가능발전 대상 공모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최근에는 행자부로부터 한국의 섬 '베스트 10'에 드는 영광도 누렸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지금까지 연대도가 이룬 성과는 섬 주민 모두의 작품이다. 연대도에 있는 에코체험센터, 지겟길, 방문자센터는 모두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고 있다.

 

푸른통영21 윤미숙 사무국장은 연대도가 지켜 온 생태섬의 원칙에 대해 이렇게 전한다. “주민들이 설명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또 스스로 운영하지 못하는 시설은 마을에 들어와서는 안된다.”라고. 처음부터 끝까지 주민과 함께 한다는 말이다. 힘든 이 일을 어떻게 그렇게 열심히 하시느냐?는 질문에는 “왜 탄소 제로 마을을 꿈꾸냐구요? 재밌으니까, 필요하니까...”

 

연대도의 장기 에너지 자립 계획에는 태양광 발전과 풍력 발전이 들어서고, 지열과 파력을 이용한 에너지원도 계획되어 있다. 작은 양이지만 유채꽃으로 바이오 디젤도 생산하게 된다.

 

에너지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에너지 자립섬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섬은 많다. 마라도, 가파도, 우도, 울릉도 등. 그런데 섬에 재생가능 에너지 생산시설을 설치하는 것에만 주목하게 되면 에너지 자립섬은 실패하게 된다. 연대도를 에너지 자립 섬으로 만든 것은 팔 할이 주민들의 참여와 협력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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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시브하우스란?
화석연료의 사용을 최대한 억제하는 대신 태양광이나 지열 등 재생 가능한 자연 에너지를 이용하고, 첨단 단열공법 등을 통해 열 손실을 줄임으로써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한 건축물이다. 에너지가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최대한 막는 방식이기 때문에 '수동적'(passive)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관련 단체 누리집 

푸른통영 21 http://www.tyagenda21.or.kr/
통영 에코아일랜드 연대도 홈페이지 http://yeondaedo.com/

 

이유진/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녹색연합 녹색에너지디자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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