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도 사람과 숨바꼭질 놀이 즐긴다

조홍섭 2019. 10. 01
조회수 5608 추천수 1
초음파 소리 지르며 즐거워해…1∼2주 안에 배우고, 전략 수립도

m1.jpg » ‘머리카락 보일라∼’. 사람과 숨바꼭질하는 것은 쉽지 않은 놀이이지만 쥐는 금세 규칙을 배우고 매우 즐거워한다.

숨바꼭질은 재미있지만 간단치 않은 놀이이다. 상대의 처지에서 생각하면서 전략적으로 숨고,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침팬지나 까마귀 같은 ‘똑똑한’ 동물 반열에 끼지 못하는 쥐가 숨바꼭질의 ‘선수’인 것으로 밝혀졌다. 동물의 놀이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바뀌어야 할지 모른다.

아니카 스테파니 라인홀트 등 독일 훔볼트대 연구자들은 13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을 통해 실험실에서 쥐에게 숨바꼭질 놀이를 가르치고 신경생물학적으로 조사한 결과를 밝혔다. 실험은 숨을 곳을 다양하게 마련한 30㎡ 넓이의 방에서 쥐와 실험자가 1대 1로 하는 숨바꼭질 놀이를 촬영하면서, 쥐가 내는 초음파 소리와 뇌 신경계의 활동을 측정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m2.jpg » 쥐와 실험자의 1대 1 숨바꼭질 실험 얼개. 위는 찾기(술래) 놀이이고 아래는 숨기 놀이 방식이다. 라인홀트 외 (2019) ‘사이언스’ 제공.

먼저 상자에 쥐를 넣고 뚜껑을 닫으면 쥐가 술래라는 신호이다. 실험자가 숨은 뒤 원격으로 뚜껑을 열면 쥐는 찍찍거리며 여기저기 찾아다닌다.

사람이 숨은 곳을 찾으면 쥐에게 간지럼을 태우고 쓰다듬고 난투극 놀이를 하는 식으로 보상했다. 역할을 바꾼 숨기 놀이는 상자에 쥐를 넣고 실험자가 옆에서 가만히 기다리는 식으로 시작된다. 쥐가 숨은 뒤 사람이 찾으면 또 장난 걸기 보상을 해 준다.

쥐와의 숨바꼭질 실험 유튜브 동영상


쥐가 술래인 찾기 놀이 모습.


쥐가 숨는 숨기 놀이 모습.

실험자는 쥐 6마리에게 숨바꼭질 놀이를 가르쳤는데, 1∼2주 안에 모두 찾기 놀이를 배웠다. 그중 5마리는 숨기 놀이까지 익혔고 술래 역할 바꾸기도 해냈다.

연구자들은 “쥐들은 놀이를 매우 재미있어해 사람 귀에는 안 들리지만, 초음파 소리를 지르며 기뻐 날뛴다”며 “20번쯤 놀이를 하면 지쳐 떨어진다”고 밝혔다. 이는 “먹이를 보상으로 제공하는 실험에서 쥐들은 이런 소리를 내지 않으며, 몇백 번이고 주어진 행동을 하고 먹이를 받아먹는 것과 대조적”이라고 연구자들은 덧붙였다.

쥐들은 게임을 할 때 전략적으로 행동했다. 술래 노릇을 할 때는 체계적으로 수색하고 시각 단서를 이용했으며 과거 실험자가 숨었던 곳을 집중적으로 뒤졌다.

숨을 때는 드러나 보이는 투명한 벽보다는 불투명한 벽 뒤를 선택하고, 숨어 있을 때는 소리를 내지 않았으며, 숨은 장소 쪽으로 실험자가 오면 슬쩍 장소를 바꿨다.

m3.jpg » 별 이득이 없는데도 동물은 놀이를 좋아한다. 동물은 왜 놀이를 할까. 이 질문은 ‘동물은 과연 생각할까’와 닿는다. 숨바꼭질은 동물의 놀이와 인지 능력을 알아볼 좋은 도구가 될지 모른다. 사람과 숨바꼭질하는 실험실의 쥐. 라인홀트 제공.

연구자들은 숨바꼭질 놀이를 할 때 쥐의 전두엽 피질 부위가 강한 활동을 보이고, 놀이의 내용에 따라 바뀌는 사실을 밝혔다. 사람에게 뇌의 이 부위는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상황을 파악하는 능력인 ‘조망 수용’과 사회적 인지능력과 관련이 있다.

연구자들은 “쥐들이 정교한 인지능력이 필요한 숨바꼭질을 잘한다는 것은 이런 놀이 능력이 진화적으로 오랜 것일 수 있다”며 숨바꼭질이 동물의 놀이를 신경생물학적으로 연구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많은 동물이 놀이를 즐긴다. 무슨 특별한 이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자유롭고 즐겁기 때문에 놀이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관련 기사: 홍방울새 떼 지어 눈터널 만들며 논다). 이런 놀이의 성격 때문에 이제까지 동물 놀이는 전통적인 신경생물학에서 연구하기 매우 어려운 분야였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Annika Stefanie Reinhold et al, Behavioral and neural correlates of hide-and-seek in rats, Science, 13 September 2019, Vol 365 Issue 6458, https://science.sciencemag.org/lookup/doi/10.1126/science.aax4705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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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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