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잡는 원숭이, 기름야자 농장 친환경 바꿀까

조홍섭 2019. 11.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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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보다 쥐 선호, 40마리 무리가 1년에 3천 마리 포식

ma1.jpg » 말레이시아 기름야자 플랜테이션에 큰 손해를 끼치는 쥐를 잡아먹는 남방돼지꼬리원숭이. 안나 홀츠너 제공.

열대우림을 베어내고 들어선 기름야자 플랜테이션에서는 가공식품 등에 쓰여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식물성 기름인 팜오일을 생산한다. 서식지를 빼앗긴 원숭이들은 기름야자 농장에 몰려들어 농민들의 원성을 샀다.

그러나 뜻밖에 이 원숭이가 기름야자의 가장 큰 피해를 주는 쥐를 대량으로 잡아먹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미 들어선 기름야자 농장에서 원숭이 등 생물 다양성을 지키면서도 팜유를 생산할 길이 열렸다.

안나 홀츠너 독일 라이프치히대 생태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말레이시아 기름야자 플랜테이션에 들락거리는 남부돼지꼬리원숭이들의 행동과 이동을 연구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인 말레이시아의 기름야자 농장에서 원숭이들은 먹이활동 시간의 절반 가까운 하루 3시간가량을 보냈다. 원숭이들은 기름야자를 따 먹었는데, 평균 44마리로 이뤄진 한 무리가 연간 소비하는 야자는 12t으로 전체 생산량의 0.56%를 차지했다.

그런데 이는 쥐가 끼치는 기름야자 생산량 손실 10%에는 크게 못 미친다. 무엇보다 원숭이 한 무리가 연간 3000마리가 넘는 쥐를 잡아먹는 것으로 밝혀졌다.

원숭이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쥐를 잡았다. 쥐는 낮 동안 야자 밑동과 잎자루 사이의 틈새에 숨는데, 원숭이는 잎을 떼어내 쥐를 사냥하는 방법으로 90% 이상의 쥐를 잡는 것으로 나타났다.

ma2.jpg » 남방돼지꼬리원숭이는 기름야자 줄기와 잎자루 사이 빈틈에 숨어있는 쥐를 귀신같이 잡아낸다. 안나 홀츠너 제공.

나딘 루퍼트 말레이시아 사인스대 생물학자는 “원숭이가 플랜테이션에서 쥐를 잡아먹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이렇게 큰 쥐를, 또 그렇게 고기를 많이 먹는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이들 원숭이는 과일을 주식으로 하고 아주 가끔 작은 새나 도마뱀을 잡아먹는 것으로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라고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주민들이 믿는 것처럼 원숭이가 기름야자를 많이 먹는 것은 사실이지만, 쥐가 먹는 양과 견줄 수 없이 적다. 게다가 원숭이가 나흘에 한 번꼴로 플랜테이션을 찾아도 쥐의 개체수는 79%나 줄어들 정도로 원숭이의 쥐 퇴치 효과가 컸다.

연구자들은 원숭이가 10%이던 기름야자 플랜테이션의 생산 손실 비율을 3% 이하로 낮추어 연간 60만 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내는 것으로 계산했다. 다시 말해 원숭이가 안정적으로 찾아오도록 친환경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부작용과 비용이 많이 드는 쥐약 살포보다 훨씬 낫다.

연구에 참여한 안야 위디히 라이프치히대 생물학자는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플랜테이션 소유자들에게 농장 주변의 열대림을 보호해 원숭이가 살 수 있도록 하라고 권유할 예정”이라며 “플랜테이션을 잘 설계해 보전된 열대림과 야생동물이 오갈 수 있는 통로를 만든다면 생물다양성과 기름야자 농장의 생산성을 함께 높이는 윈윈 상황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Holzner et al.: "Macaques can contribute to greener practices in oil palm plantations when used as biological pest control", Current biology, https://www.cell.com/current-biology/fulltext/S0960-9822(19)31171-6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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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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