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슈퍼 지구’에서 기후회의까지

조홍섭 2015.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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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장 큰 관심 대상은 지구와 '또 다른 지구'

"신비롭고 위험하지만 생명 지탱하는 유일한 집" 지구

 

na_1 (2).jpg » 달 궤도를 돌던 아폴로 8호 우주인이 1968년 성탄 전야에 촬영한 지구의 모습.지구는 그뒤 기후변화 등 심한 환경몸살을 앓으면서 제 모습이 변하고 있다. 사진=미국항공우주국(나사)

 

올해는 인류가 우주의 신비를 한층 가깝게 들여다보고 동시에 지구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었던 해였다.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은 올 초 1천번째 ‘슈퍼 지구’를 발견했다. 슈퍼 지구는 지구보다 10배 이내로 무거운 외계행성을 가리키며 이들 가운데 일부는 생명이 살기에 적합할 수도 있다.

 

나사의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또 다른 지구’의 후보를 잇달아 알려오고 있는 것이다. 아쉽다면, 슈퍼 지구는 빛의 속도로 달려도 수년에서 수천년이 걸리는 먼 곳에 있어 직접 탐사가 불가능하다. 눈으로 볼 수가 없는 것이다.
 

외계행성이 아닌 태양계 행성 탐사는 이런 갈증을 풀어준다. 지난 10월 토성의 위성 엔켈라두스를 근접비행한 나사의 카시니 우주선은 놀라운 사진을 보내왔다. 이 행성의 남극에서 상공으로 간헐천처럼 뿜어나오는 거대한 수증기의 제트류가 생생하게 담겼다.

 

m15-155a.jpg » 남극에서 거대한 수증기 제트류를 뿜어내고 있는 토성 위성 엔켈라투스. 카시니 우주선이 지난 10월28일 촬영했다. 사진=NASA / JPL-Caltech/ Space Science Institute

 

지구에서 14억㎞나 떨어져 햇빛의 강도도 100분의 1에 불과한 차가운 행성은 얼어붙은 지각 밑에 커다란 바다를 간직하고 있었다. 만일 이곳에 미생물 같은 생물이 살고 있다면, 간헐천을 통해 공중으로 그 흔적이 퍼져나갈 것이고 탐사선에서 어렵지 않게 시료를 채취할 수 있을 것이다. 직접 착륙해야 표본을 채취할 수 있는 화성이나 목성 위성 유로파보다 엔켈라두스에서 최초의 외계생물을 확인할 가능성이 더 크다.
 

명왕성은 태양계의 가장 바깥 행성이었다가 행성 자격을 박탈당해 왜소행성의 하나가 됐지만, 교과서에 실리던 희미한 사진을 갈아끼우는 작은 위안을 얻게 됐다. 나사의 뉴호라이즌스 우주선은 7월 명왕성을 통과하면서 얼어붙은 질소가 흐르는 빙하, 얼음, 분출물을 뿜어내는 화산 등의 생생한 사진을 보내왔다. 태양계 끝자락에서 명왕성은 ‘살아’ 있었다.

 

7_14_ NASA_JHUAPL_SwRI.jpg » 뉴호라이즌스 우주선이 촬영한 명왕성(오른쪽)과 그 위성 샤론. 사진=NASA / JHUAPL/ SwRI
 

외계나 태양계의 다른 행성에 견줘 지구는 얼마나 탐구하기 쉬운가. 엔켈라두스처럼 플루토늄 배터리를 단 우주선이 몇 년씩 비행할 필요도 없고, ‘또 다른 지구’를 찾기 위해 외계로 망원경을 들이대고 중력의 미세한 변동을 슈퍼컴퓨터로 끝없이 계산할 이유도 없다. 그렇지만 지구의 많은 부분은 여전히 우리에게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지난 10월 발표된 새 인류의 조상 호모 날레디를 보아도 그렇다. 남아프리카의 한 동굴에서 인골 화석이 무더기로 발견됐지만 인류의 가계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복잡했다는 사실만 드러났을 뿐이다.
 

우리는 행성 지구를 아직 잘 모른다. 미국 애리조나 사막에 2억달러를 들여 ‘제2의 지구’를 재현하고자 했던 ‘바이오스피어2’ 프로젝트가 있었다. 외부와 완벽하게 고립된 1만3천㎡ 넓이의 거대한 건물 속에는 열대림, 사막, 바다, 호수 등 생태계와 4명의 남녀가 식량을 자급하며 2년 동안 살 계획이었다.

 

Colin Marquardt_640px-Biosphere2_Inside_big.jpg » 외계에서 제2의 지구를 만들 모델로 조성한 바이오스피어2 내부 모습. 사진=Colin Marquardt, 위키미디어 코먼스

 

실험은 1년여 만에 산소가 급감하면서 사실상 실패했다. 토양 미생물의 산소 소비를 미처 예측하지 못한 탓이었다. 나팔꽃 등 덩굴식물이 농작물을 온통 뒤덮고, 꽃가루받이를 할 벌과 나비가 사라진 자리에 개미와 바퀴가 들끓었다. 지구가 공짜로 제공해 주는 생태계 서비스를 인공적으로 모방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드러났다.
 

올해 지구는 전례없는 주목의 대상이었다. 정치가들이 지구의 장래에 이토록 높은 관심을 보였던 적은 없었다. 지난 12일 파리에서 폐막된 유엔 기후변화협약 21차 당사국 총회에는 무려 140명의 주요 국가 정상이 참가했다. 이들은 자신의 임기를 훌쩍 뛰어넘는 금세기 말까지 지구의 안녕을 보장하기 위한 합의안을 만들고자 밤을 새웠다.

 

이들은 금세기 말까지 지구 평균온도를 산업화 이전 대비 2도보다 훨씬 아래로 억제하고, 금세기 중반까지는 화석연료 대부분을 땅속에 그대로 두는 등 ‘탄소 중립’을 이루자고 약속했다. 지구를 어떻게 관리해야 온전하게 유지될지 이제야 조금 깨달은 것이다.
 

이미 20년 전 ‘바이오스피어2’ 프로젝트를 평가한 과학자들은 이런 결론을 내렸다. “지구는 신비롭고 위험하긴 해도 생명을 지탱할 수 있는 유일하게 알려진 집이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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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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