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 15킬로 나이 12만 살 해초가 지중해에 산다

조홍섭 2012. 02. 04
조회수 61426 추천수 1

복제 통해 개체수 늘리는 지중해 바닥의 해초밭 포시도니아 오세아니카

빙하기 거치며 살아남아, 최근 기후변화와 해양오염으로 감소 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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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에 이르는 ‘포시도니아 오세아니카’ 해초밭. 사진=산 펠릭스, <플로스 원>.

 

지중해 바다 밑에는 푸른 초원처럼 해초밭이 폭넓게 펼쳐져 있다. 지중해 생태계에서 아주 중요한 기능을 하는 이 해초밭의 주인공은 ‘포시도니아 오세아니카’란 학명의 해초이다.
 

그리스 신화의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서 속명을 얻고 종명은 바다란 뜻이다. 그만큼 지중해에 흔하고 중요한 해초였다. 깨끗한 바다의 지표이기도 한 이 해초는 느리게 자라고 수명이 길기로 유명하다.
 

프랑스와 스페인 과학자들이 최근 지중해의 광범한 해역을 조사한 연구에서 이 해초의 크기와 수명이 이제껏 예상한 것보다 훨씬 크고 오래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해초의 일부 복제 개체는 15㎞ 거리에 걸쳐 분포하며 나이는 무려 12만 5000살에 이른다는 것이다.
 

암컷과 수컷의 유전자를 임의로 섞는 양성생식과 달리 단성생식에선 자신과 똑같은 유전자를 복제해 증식한다. 따라서 새로 만드는 개체는 자식이 아니라 자신의 일부인 셈이어서 엄청나게 크고 수명이 긴 개체가 생겨날 수 있다.
 

예를 들어 2003년 미국 오리건 주 북동부 블루 마운틴에서 발견된 뿌리 썩음 균류의 하나인 아밀라리아는 965㏊ 면적에 걸쳐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포시도니아 오세아니카는 단성생식과 양성생식을 모두 하지만, 복제를 통해 거대한 수중 초원을 형성하는 종으로 알려져 있다. 이 초원엔 경쟁자도 없고 포식자도 없어 수백~수천 년 동안 자신을 복제하며 번창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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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생태계에서 중요한 구실을 하는 ‘포시도니아 오세아니카’ 해초밭. 사진 산 펠릭스, <플로스 원>.

 

소피 아르노드-하온드 프랑스 해양탐사연구소 해양생물학자 등 연구자들은 온라인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 지난 1일치에 실린 논문에서 이 해초밭의 최근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스페인에서 키프로스에 이르는 3500㎞에 걸친 지중해의 40개 해역에서 이 해초밭을 조사한 결과 여러 가지 유전형을 가진 포시도니아 오세아니카가 분포했다.
 

그런데 복제를 통한 단성생식을 해 유전자가 똑같은 해초가 1㎞에서 15㎞ 거리에 걸쳐 분포하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자들은 이 해초가 복제를 통해 15㎞ 거리까지 확산해 나가려면 증식속도에 비추어 12만 5000년이 걸릴 것이라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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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에 밀려온 ‘포시도니아 오세아니카’ 줄기. 사진=스페로이드 마르티노, 위키미디어 코먼스. 

 

문제는 이처럼 긴 기간 동안 한 개체가 복제를 계속하며 살아가려면 빙하기 같은 엄청난 환경변화를 견뎌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해역은 8만~1만 년 전에 빙하기가 닥쳐 해수면이 지금보다 100m 낮았다. 연구자들은 이 해초군락이 빙하기 때 해수면이 낮아져 섬이 생기자 두 집단으로 나뉘었다가 간빙기에 다시 합쳐져 무리를 이루었을 것으로 보았다.
 

연구자들은 논문에서 “이 해초가 수천 년 동안 격변하는 환경에 적응해 번창했지만 최근 사람이 일으키고 있는 환경변화 즉 수온 상승, 바다 산성화, 부영양화 등을 견뎌낼지 주목된다”고 밝혔다.
 

이 해초밭은 인위적인 환경영향 때문에 자연적인 번식 속도보다 수백 배 빠른 속도인 해마다 5%씩 감소하고 있다.
 
■ 논문이 인용한 원문 정보
Arnaud-Haond S, Duarte CM, Diaz-Almela E, Marba` N, Sintes T, et al. (2012)

Implications of Extreme Life Span in Clonal Organisms: Millenary Clones in Meadows of the Threatened Seagrass Posidonia oceanica.

PLoS ONE 7(2): e30454. doi:10.1371/journal.pone.0030454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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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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