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으로 막힌 강, 5년만에 뚫은 물의 힘

조홍섭 2014. 0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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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다안강 강진으로 강 가로질러 암반 댐 형성, 9년만에 깊이 17m 협곡 형성

가파른 산악에 해마다 태풍이 폭우 불러, 수백만년 걸리는 협곡 침식 50년에 끝


 _77004938_img_7097_s.jpg » 다안강 협곡. 지진으로 강을 가로막았던 기반암이 강물에 침식돼 남은 모습이다. 강 가운데 있던 봉우리는 2012년 1시간 동안의 폭우로 사라졌다. 사진-크리스텐 쿡

 

우리나라에서 가장 젊은 강인 한탄강은 철원 평야를 칼로 벤 듯이 협곡을 만들며 흐른다. 27만년 전 강원도 평강에서 분출한 용암이 옛 한탄강을 메워버렸다. 그러나 강물은 쉬지 않고 암반의 결정을 한 톨씩 떼어냈고 그 결과 수십m 깊이의 협곡이 만들어진 것이다.

 

일반적으로 협곡은 지각변동으로 지반이 솟아오른 뒤 물의 침식을 받아 만들어진다. 융기된 지반은 주변보다 높기 때문에 강한 침식 압력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은 오랜 기간 동안 일어난다. 협곡은 수백만년 동안 지속하기도 하고 빙하기를 여러 차례 겪기도 한다. 한탄강 협곡도 27만년 동안 강물이 깎은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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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마치 영화 테이프를 빨리 돌리는 것처럼 이런 장구한 시간을 단축해 협곡의 침식이 놀라운 속도로 벌어지는 곳이 있다. 크리스텐 쿡 독일 포츠담 지구과학연구센터 박사 등은 과학저널 <네이처 지오사이언스> 최근호에 실린 논문을 통해 대만에서 관측한 초고속 침식 사례를 보고했다.

 

국립대만대에서 4년 동안 방문연구자였던 쿡 박사는 ‘대만판 그랜드 캐년’이라 불리는 곳에 주목했다. 1999년 규모 7.6의 강진으로 대만 북서쪽에 있는 다안강의 일부 지역이 10m나 솟아올랐다.

 

그 바람에 강에 갑자기 높이 10m 폭 1㎞의 거대한 댐이 생겨났다. 강물은 강줄기를 가로막은 이 댐을 깎기 시작했고 2004년부터 다시 원래의 강줄기를 되살려 강바닥과 절벽을 침식하기 시작했다. 2008년까지 융기한 지반으로 가로막혔던 곳에는 폭 25m, 깊이 17m의 협곡이 생겼다.

 

ngeo2224-f1_s.jpg » 다안강 협곡의 위치. 붉은 점선 부분이 지진으로 융기한 지반. 그림=크리스텐 쿡, <네이처 지오사이언스>

 

쿡 박사는 51차례나 현장을 방문해 항공사진과 레이더를 이용한 정밀한 측정을 거듭했다. 연구진은 2004~2010년 사이의 방대한 측정 자료를 분석한 결과 “앞으로 50년 안에 융기한 지반에 형성된 협곡은 모두 사라져 범람원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지역의 침식이 이처럼 심한 이유는 암반이 무른 암질로 돼 있는데다 해마다 찾아오는 태풍이 폭우를 동반하기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강물이 협곡의 벽을 깎아내는 속도는 연간 17m로 계산됐다.

 

_77004941_img_3166_s.jpg » 다안강 협곡의 2009년 홍수 모습. 거센 물살이 기반암을 깎아낸다. 폭우가 내릴 때는 홍수가 협곡의 절벽을 넘어 거세게 흐른다. 사진=크리스텐 쿡

 

이 지역에는 300~400년마다 대규모 지진이 발생한다. 그런데도 그런 지각변동의 흔적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것은 이런 빠른 침식 속도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추정했다. 과거의 증거가 부족하기 때문에 장차 닥칠 지진을 예측하기도 더 힘들어진다.

 

ngeo2224-f4_s.jpg » 다안강 협곡에서 기반암을 강물이 침식하는 원리를 설명하는 모식도. 강물이 깔때기처럼 한쪽 벽을 쳐 침식 압력을 집중시키면서 차츰 협곡을 범람원으로 바꾸어 나간다. 그림=크리스텐 쿡, <네이처 지오사이언스>  

 

하지만 협곡이 생겨서 사라지는 모습을 당대에 관찰할 수 있다는 건 지질학 연구자에게 큰 축복임에 틀림 없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Kristen L. Cook et. al., River gorge eradication by downstream sweep erosion, Nature Geoscience (2014) doi:10.1038/ngeo2224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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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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