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 지진 예측, 사실로 드러나

조홍섭 2011. 12. 06
조회수 111037 추천수 0

신비한 능력 아니라 연못 수질 화학변화로 대피 

NASA 연구진 지진과 동물행동 메카니즘 첫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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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10일 쓰촨성 대지진 이틀전에 목격된 두꺼비의 대이동 모습.

 

이탈리아 라킬라의 한 연못에서 두꺼비의 번식행동을 연구하던 레이철 그랜트 영국 방송대학 생물학자는 2009년 4월1일 100마리 가까이 보이던 두꺼비가 감쪽같이 연못에서 사라지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마침 비가 많이 왔고 불어난 물에서 짝짓기가 한창이던 때였다.
 

닷새 뒤 이곳에 규모 6.3의 강진이 닥쳤다. 지진 직후 돌아온 연못으로 돌아온 두꺼비는 여진이 닥치기 전 다시 자취를 감췄다. 보통 짝짓기가 시작되면 3~7주 동안은 결코 연못을 뜨지 않던 두꺼비였다. 두꺼비는 지진을 미리 알았던 걸까.
 

동물들의 이상행동은 오래 전부터 지진의 전조로 널리 알려져 왔다. 예를 들어, 깊은 바다에 사는 산갈치와 투라치 같은 물고기가 바다 표면에 나오거나 물 밖으로 뛰쳐나오는 사례가 종종 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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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태평양 해안에서 죽은 채 해안에 떠밀려 온 거대한 산갈치. 사진=위키미디아 커먼스.  

 

가재가 무리지어 물 밖으로 나오고 개구리와 두꺼비의 이상행동도 자주 보고된다. 2008년 5월12일 규모 7.3의 지진이 나기 전 중국 쓰촨성에서도 두꺼비의 대이동이 목격됐다.
 

1975년 2월4일 규모 7.3의 지진이 발생한 중국 하이쳉에서 벌어진 일은 더욱 놀랍다. 지진이 발생하기 전 한 달 동안 100차례 가까이 겨울잠을 자던 뱀이 뛰쳐나온 것이 목격된 것이다. 영하의 날씨에 변온동물이 밖으로 나온다는 건 목숨을 내던지는 일이다.
 

일반인은 흔히 이런 동물의 비정상 행동을 지진을 예측하는 신비한 능력으로 받아들이지만,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사례가 워낙 드물고 단편적인데다 동물의 이상행동이 꼭 지진 때문인지 다른 이유에서인지 가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라킬라의 사례는 우연히 그 연못의 두꺼비 번식생태를 4년째 연구하던 과학자가 현장에 있었다는 점에서 기존의 사례와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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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킬라 연못에서 관찰된 두꺼비의 수(위 그래프)와 지진 규모. 본진과 여진 전에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프리더만 프로인트.

 

프리더만 프로인트 미국 항공우주국(나사) 지구물리학자 등은 라킬라 두꺼비의 이상행동이 지진의 전조 현상인지를 규명해 국제 학술지 <환경연구와 공중 보건>에 논문을 실었다.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지진이 하전 입자를 발생시켜 공기의 이온층은 물론 지하수와 연못의 화학적 조성도 바꿔놓을 수 있음을 밝혔다.
 

지진은 지판에 오랫동안 축적된 힘(스트레스)이 일시적으로 분출되는 현상이다. 이때 암반이 엄청난 힘을 받으면 암석에 포함된 규산 성분의 구조가 바뀌어 전기가 통하는 물질이 된다. 강한 스트레스를 받은 암반 부위와 스트레스의 강도가 덜하거나 없는 부위 사이에 전위차가 생겨 암반은 거대한 ‘배터리’가 된다고 논문은 밝혔다.
 

이때 암반 양쪽에 연못과 같은 수체가 있다면 마치 회로로 연결된 것처럼 일종의 전기회로가 형성돼 전기가 일시적으로 흐른다. 암반 속 하전입자는 대기로 쏟아져 공기를 이온화시켜  극저주파나 섬광을 일으키고, 물속에서는 물을 전기분해해 과산화수소가 형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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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라킬라 지진 복구 현장. 사진=위키미디아 커먼스. 

 

연구진은 라킬라에서도 지진과 함께 확산된 하전입자가 지하수와 연못 물의 화학변화를 불렀을 것으로 추정했다. 화학변화로 생긴 물질은 두꺼비에게 자극이나 독성을 띠었을 가능성이 있다. 두꺼비는 초능력이 아니라 이런 자극성 화학물질을 피해 고지대로 대피했던 것이다.
 

논문은 “대규모 지진이 일으키는 물리적 화학적 과정에 비춰 볼 때 동물들이 영향받지 않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놀라운 일”이라며 “앞으로 이런 정보를 어떻게 지진 위험을 예측하는데 쓸지가 과제”라고 밝혔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의 원문 정보

Ground Water Chemistry Changes before Major Earthquakes and Possible Effects on Animals
Rachel A. Grant, Tim Halliday, Werner P. Balderer, Fanny Leuenberger, Michelle Newcomer, Gary Cyr and Friedemann T. Freund
Int. J. Environ. Res. Public Health 2011, 8, 1936-1956; doi:10.3390/ijerph8061936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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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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