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보다 도시 두꺼비 독이 더 강한 이유는?

조홍섭 2019. 0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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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호르몬과 다양한 소형 포식자 대응 위해…번식력 저하 대가

b1.jpg » 두꺼비는 우툴두툴한 피부에서 강력한 독을 분비한다. 이 독의 양과 성분이 지역마다 차이가 있음이 드러났다.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에서 촬영한 두꺼비.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두꺼비의 피부에는 사람이나 포식자가 통째로 먹었을 때 목숨을 잃을 정도로 강력한 독이 있다. 해독제도 없는 부파디에놀라이드란 독성 스테로이드가 심장에 치명타를 가하기 때문이다.

두꺼비 독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포식자 퇴치이다. 진화과정에서 두꺼비 독을 무력화하는 능력을 획득한 일부 포식자를 제외한 다른 포식자는 두꺼비를 물었을 때의 끔찍한 기억을 잊지 못한다.

그렇다면 수많은 포식동물이 들끓는 숲에 사는 두꺼비가 사람이 생태계를 교란한 곳에서보다 독성이 강한 독물질을 분비할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이런 예상과 달리, 자연상태보다 도시와 농촌에 사는 두꺼비 독이 더 강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b2.jpg » 유럽산 두꺼비. 아시아 두꺼비와 같은 두꺼비 속이지만 종이 다르다. 이번 연구는 유럽 두꺼비를 대상으로 했다. 찰스 샤프,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베로니카 보코니 헝가리 과학아카데미 진화생물학자 등 헝가리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 2월 28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이런 결과를 밝혔다. 연구자들은 도시와 농촌의 화학물질 오염과 다양한 소형 포식자가 이런 형질 변화를 불렀을 것으로 추정했다.

올챙이 때부터 분비하는 두꺼비 독은 독성이 상대적으로 약한 부포톡신과 강한 부파제닌으로 이뤄지는데, 주변 환경에 따라 이 두 물질의 비율을 바꿔 독성의 수준을 조절한다. 이번 연구에서 특히 도시 두꺼비는 자연림은 물론 농촌 두꺼비보다 강한 독성을 지닌 부파제닌의 농도가 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독액을 분비하는 눈 뒤의 독샘 크기도 도시와 농촌이 자연림에서보다 컸다. 더 많은 독액을 쓴다는 뜻이다.

사람이 교란한 환경에서 두꺼비 독성이 강해지는 주요한 이유로 연구자들은 내분비 교란물질(환경호르몬)을 포함한 도시와 농촌의 화학물질 오염을 꼽았다. 연구자들은 “두꺼비의 독액은 스트레스 호르몬 및 성호르몬과 똑같은 전구물질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도시와 농촌의 생리적 스트레스와 내분비 교란 물질이 독액이 많이 분비되도록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논문에 적었다.

포식자의 차이도 독성 변화를 부른다. 인간의 교란이 없는 숲에는 대형 또는 전문 포식자가 사는데, 두꺼비는 대개 이들의 먹이 목록에 없다. 그러나 인간의 영향이 두드러지는 도시와 농촌에는 최상위 포식자가 없어 다양한 소형 포식자가 다수 서식한다. 이들은 기회만 있다면 두꺼비를 사냥한다.

512-2.jpg » 개구리를 잡아먹는 유혈목이. 농촌의 대표적인 두꺼비 천적이다. 이 뱀은 두꺼비의 독을 자신의 독으로 이용한다. 광주/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도시에 자주 출몰하는 여우, 너구리, 까마귀, 오소리 등은 두꺼비를 즐겨 잡아먹는 소형 포식동물이다. 농촌에는 두꺼비의 천적인 까마귀, 백로, 뱀 등이 많이 산다. 결국 교란지에서 두꺼비의 포식 위험이 상대적으로 더 크고, 이에 따라 독의 양도 많고 강도도 세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두꺼비 사이의 형질 차이는 실험실에서 같은 조건 아래 길렀을 때 유지되지 않았다”며 “이런 차이가 유전적 이유로 생긴 것이 아니라 개체 차원의 형질이 변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도시와 농촌에서 다량의 독물을 만드느라 성호르몬 합성이 줄어, 결과적으로 이 지역 두꺼비의 번식력이 떨어지는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Veronika Bókony et al, Toads phenotypically adjust their chemical defences to anthropogenic habitat change, Scientific Reports, (2019) 9:3163, https://doi.org/10.1038/s41598-019-39587-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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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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