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종 ‘괴물 메기’의 예상 못한 위협, 배설물
프랑스 론강, 사람 크기 거대 메기 수십 마리가 강물 속에 모여 빙빙 돌아
배설물 속 다량의 질소와 인 부영양화 등 생태계 예기치 않은 영향 우려
▲카자흐스탄에서 잡힌 길이 124cm의 웰스 메기. 사진=시르 다리야, 위키미디아 커먼스
유럽의 큰 강에는 오래 전부터 ‘식인 물고기’ 괴담이 있다. 헤엄을 치던 아이가 거대한 메기가 잡아먹혔다는 이야기다. 그 주인공은 동유럽이 원산인 웰스 메기이다.
세계 담수어 가운데 3번째로 크고 유럽 최대의 민물고기인 웰스 메기는 사람을 잡아먹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른 몸집 비슷한 크기로 자라기 때문에 강과 호수에서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한다. 특히, 이 물고기가 이식된 서유럽에선 대형 외래종으로 토종 담수 생태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촬영된 웰스 메기. 사진=위키미디아 커먼스
최근 프랑스 과학자들은 외래어종인 웰스 메기의 악명 높은 큰 입에 더해 한 가지 위험을 추가했다. 바로 다량의 배설물이다.
스테파니 불레트로 프랑스 툴루즈 대학 생태학 연구소 연구원 등 연구진은 프랑스 남부 론강에서 웰스 메기의 생태를 2009~2011년 동안 17차례에 걸쳐 잠수를 통해 관찰했다. 그 결과 이제까지 이들에게서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행동이 드러났다.
수심 5m에 바닥에 자갈이 깔린 비교적 잔잔한 강물 속에서 웰스 메기는 따로 흩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한 군데 몰려있었다. 매번 조사는 이른 오후 2시간 동안 진행됐는데 볼 때마다 한 장소에 메기가 모여 있었다.
▲프랑스 론강에서 웰스 메기가 무리를 짓는 모습과 연구진의 관찰 장면. 사진=<플로스 원>
동물들은 종종 무리를 이룬다. 물고기는 물론이고 곤충, 포유류, 새들도 종종 큰 무리를 이룬다. 이들은 대개 포식자들로부터의 방어나 번식 또 먹이를 찾기 위해 이런 행동을 한다.
그러나 웰스 메기의 무리는 달랐다. 다른 물고기들처럼 한 방향을 향하는 게 아니라 소용돌이치듯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게다가 개체마다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게 아니라 서로 몸을 비비면서 움직였다.
웰스 메기의 집단행동이 주목되는 것은 그 크기 때문이다. 관찰된 메기의 몸길이는 120㎝에서 210㎝에 이르렀으며 무게는 12~65㎏에 이른 것으로 추정됐다. 이들은 평균 25마리가 한 무리를 이뤘는데, 최고 44마리가 모이기도 했다. 연구진이 계산한 한 무리의 평균 무게는 651㎏에 이르렀고 최대는 1132㎏이었다.
메기가 이처럼 큰 무리를 이루는 이유에 대해 연구진은 분명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1년 내내 비슷한 행동을 계속하는 것으로 보아 번식행동은 아니고, 웰스 메기가 최상위 포식자이기 때문에 포식자로부터 방어를 위한 것도 아니다. 또 함께 먹이를 먹는 것도 아니었다.
▲지난 8월 스페인 에브로 강에서 잡힌 웰스 메기. 사진=조 펠, 위키미디아 커먼스
문제는 웰스 메기가 강의 다른 곳에 흩어져 먹이를 사냥한 뒤 한 곳에 모여 휴식을 취하면서 벌어진다. 다량의 배설물이 한 곳에 모이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들 메기 무리가 한 시간 동안 1㎡의 강 바닥에 배설하는 인의 양이 70㎎, 질소가 400㎎에 이른다고 계산했다. 이는 이제까지 담수 생태계에서 식물플랑크톤이 흡수할 수 있는 것보다 많은 양의 영양물질을 배설하는 최고 기록보다 인은 최고 286배, 질소는 56배 많은 양이다. 질소와 인은 물을 부영양화시키는 핵심 영양물질로 이들이 많으면 식물플랑크톤이 대량 증식해 녹조현상 등을 일으킨다.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로 외래종이 생태계에 예상치 못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새롭게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논문은 5일치 온라인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에 실렸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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