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은 어디로 갔나, 레이더야 보여다오

남종영 2012. 08. 20
조회수 17486 추천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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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5일 기상청 진도레이더에 잡힌 여름철새 ‘벌매’가 동남아시아로 줄지어 가고 있다.(왼쪽 작은 지도) 일반적인 강수입자(구름)와 달리 띠 모양을 하고 있다.

[한겨레 토요판] 생명 / 조류 탐사의 진화

▶ 인간인 우리가 고래를 볼 수 있는 땐 바다 위로 도약하는 1초 안팎입니다. 하늘의 철새도 마찬가지입니다. 장거리 비행 중에 그들이 어떻게 길을 찾고 무슨 말을 하는지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2010년 천안함 사건 때 새떼를 적기인 줄 알고 포격을 했다죠? 군사용으로 개발된 레이더가 자연의 친구를 아는 데 쓰인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전쟁놀이를 하는 아이들에게 ‘받들어총’ 대신 ‘받들어꽃’을 하라고 가르친 어느 시인의 말이 생각납니다.

2010년 천안함 사건 때 주변의 경비함이 레이더를 보고 격파 사격을 했으나 나중에 ‘새떼’로 판명된 적이 있었다. 생각을 뒤집어보자. 레이더로 철새를 연구할 수는 없을까?

미국에서는 1940년대부터 조류 관측에 레이더를 쓰기 시작했다.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레이더에 나타나는 물체 중에서 철새를 배제하는 기술이 쌓였고, 거꾸로 레이더에서 철새는 어떻게 나타나는지 파악하는 학문으로 발달했다. 하늘을 나는 새에 맞고 되돌아오는 레이더의 전파 신호를 분석해 새의 동선을 파악한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산하 국립공원연구원의 홍길표 연구원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레이더 조류 관측을 연구하고 있다. 그가 일하는 전남 신안군 흑산도의 철새연구센터는 우리나라 여름철새 연구의 메카다.

“여름철새는 따뜻한 동남아시아나 중국 남부에서 겨울을 보내고 여름이 되면 한반도나 일본으로 번식하러 올라와요. 먼바다를 비행해 처음 나오는 섬이 홍도, 흑산도, 가거도죠.”

장거리를 날아온 새들은 오아시스 같은 섬에서 달콤한 휴식을 취한다. 홍 연구원은 “참새목 철새의 몸무게는 15g 안팎”이라며 “탁구공 하나가 4g이니 탁구공 네 개가 바람에 맞서 바다를 건너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새들은 하늘을 혼자 힘으로 날지 않는다. 작은 새일수록 바람을 잘 탄다. 새들은 45도 측면에서 불어오는 옆바람을 가장 좋아한다. 마치 요트가 옆바람을 타고 앞으로 나가듯이 말이다.

홍 연구원은 레이더 조류 연구 대상으로 벌매와 붉은배새매를 선택했다. 날개를 펴면 1m가 되는 수리과인 두 새는 여름철새치곤 큰 편이다. 또한 500~1000m 상공에서 날기 때문에 전남 진도군 첨찰산 494m 지점에 세워진 진도 기상레이더에서 관측될 가능성이 컸다. 홍 연구원은 2005~11년 홍도에서 육안으로 관찰된 벌매와 붉은배새매 기록을 기상청 레이더연구센터에 넘겼다. 이 센터의 황인경 주무관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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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매에게 위성위치추적장치(GPS)를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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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직박구리의 다리에 가락지를 달아(아래) 철새의 이동 경로를 조사하는 방법도 있다.

철새 잡아 가락지 끼우거나 위치추적기 부착 없이도 대규모 이동경로 파악 가능

일본서 여름나는 벌매, 동남아로 직행이 ‘정설’이지만 한반도 경유 밝혀져

작년부터 잠적한 붉은배새매, 그 미스터리도 풀릴까

“자료를 받고 우선 2005~11년 맑은 날부터 레이더 기록을 검토했죠. 눈비가 내리는 흐린 날에는 기상 에코(레이더 전파가 물체에 닿아 수신된 신호)가 덮고 있으니까 다른 건 관측이 안 되거든요. 그렇게 찾아보니까, 기상 에코가 아닌 게 네개가 나왔어요.”

2009년 10월5일의 레이더 영상 기록을 보자.(그래픽 참조) 이날 오전 8시부터 10시까지 파란 띠 모양의 에코가 나타난다. 이 파란 띠는 조금씩 남서쪽으로 이동한다. 오전 8시 진도 북서쪽 하의도에 있던 파란 띠는 8시30분께 가거도에 더 가까워진다.

같은 날 오전 7시부터 오후 12시까지 홍도에서도 벌매 88마리가 육안으로 관찰됐다. 그러니까 이 시간 즈음 벌매는 진도~홍도 부근에서 남서쪽으로 대규모로 이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위성위치추적(GPS) 방식을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벌매는 일본 내륙에서 여름을 난 뒤 동남아시아로 ‘직행’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 결과는 일부의 벌매가 쓰시마를 거쳐 남해 연안에 상륙했다가 진도, 홍도 부근을 거쳐 태평양으로 빠져나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황인경 주무관의 말이다.

“에코가 띠 모양으로 성글게 나타났어요. 원래 눈비를 내리는 강수입자(구름)의 기상 에코는 중심부에서 주변부로 갈수록 넓고 부드럽게 나타나거든요. 그날 비가 온 것도 아니고 비행기가 날아다닌 것도 아니니까 이거는 새떼일 가능성이 높은 거죠.”

홍도에서 육안으로 관측된 게 88마리였으니, 레이더로 바다에서 관찰된 것까지 합치면 수백~수천마리에 이르렀을 것으로 보인다. 벌매 떼는 이날 남해 연안을 벗어나 동남아시아까지 고된 비행에 들어갔다.

새의 하늘길을 추정하는 데엔 보통 세 가지 방법이 이용된다. 가락지 부착이 가장 전통적인 방식이다. 철새를 잡아 다리에 가락지를 끼워 날려 보낸 뒤 이동 경로로 추정되는 곳에서 기다려 확인하는 방식이다. 오스트레일리아 연구자들이 가락지를 붙인 도요새들은 전북 새만금 앞바다에서 자주 발견된다. 두 번째는 위성위치추적장치를 새의 등에 붙이는 방법이다. 두루미, 독수리 등 중대형 조류는 가능하지만 작은 새들은 무거워서 달고 다닐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쓰이는 게 레이더 관찰이다. 황 주무관은 “육안 관찰과 병행해 이동 패턴, 군집 방식 등 통계적 자료를 쌓으면, 레이더만 보고도 철새의 종류와 개체 수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모두 경험이 적은 편이다. 가락지 부착도 2000년대 들어서 본격적으로 이용됐고, 국내위성위치추적도 철새연구센터가 2008~09년에 수행한 슴새 연구가 처음이었다. 레이더 관찰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진도 레이더 등 기상레이더는 탐지 고도가 제한돼 있어, 낮은 고도에서 날아다니는 새들의 관측이 어렵다.

바다의 고래만큼 우리가 하늘의 새에 대해서도 아는 건 많지 않다. 붉은배새매가 지난해부터 갑자기 보기 힘들어진 것도 국내 탐조가들에겐 최근 ‘미스터리’로 여겨진다. 홍도·흑산도에서도 매년 300~900마리가 관찰되던 이 새는 지난해 28마리로 확연히 줄었다. 정확한 이동 경로도 파악되지 않은지라 붉은배새매가 한반도에서 잠적한 이유를 알지 못한다.

우리가 새에 대해 알 수 있는 건 눈으로 볼 수 있는 하늘의 폭 거기까지다. 레이더는 그 시야를 넓혀준다. 홍 연구원은 “지금은 기상 레이더를 이용하고 있지만, 이동이 가능한 조류 전용 레이더를 사용하면 우리가 볼 수 없는 세밀한 이동 경로까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사진 강재훈 선임기자, 국립공원연구원, 기상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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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종영 한겨레신문 기자
2001년부터 한겨레신문사에서 일하고 있다. 《한겨레》와 《한겨레21》에서 환경 기사를 주로 썼고, 북극과 적도, 남극을 오가며 기후변화 문제를 취재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지구 종단 환경 에세이인 『북극곰은 걷고 싶다』를 지었고 『탄소다이어트-30일 만에 탄소를 2톤 줄이는 24가지 방법』을 번역했다. 북극곰과 고래 등 동물에 관심이 많고 여행도 좋아한다. 여행책 『어디에도 없는 그곳 노웨어』와 『Esc 일상 탈출을 위한 이색 제안』을 함께 냈다.
이메일 :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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