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로 위해 나무 싹둑, 어미도 둥지도 잃다

김봉균 2014. 08. 04
조회수 22651 추천수 0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 산책로 만든다며 둥지 있는 나무 '싹둑'

붉은배새매 새끼 4마리 어미와 생이별, 자연생태 배려한 공사 아쉬워

 

hw1-1.jpg » 구조된 붉은배새매 4남매 중 2마리의 모습입니다. 다행히도 사람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말 붉은배새매 새끼 4마리를 구조했습니다. 번식 후 새끼를 길러내는 시기가 다른 야생동물들에 비해 다소 늦게 시작되는 종이다 보니 새끼들은 솜털이 보송보송하게 나있는 상태였습니다.
 

보통 새끼 새를 구조하게 되는 원인은 이렇습니다. 부모 새가 사고를 당해 새끼를 돌볼 수 없는 상황에서 발견되어 구조되는 경우가 있고, 부모 새가 있음에도 사람이 잘못 판단해 ‘유괴’하게 되기도 합니다. 새끼 새가 둥지에서 떨어지는 예도 매우 잦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붉은배새매 4남매 역시 둥지에서 떨어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맹금류 새끼는 왜 둥지에서 떨어졌을까요.
 
보통 새끼 새가 둥지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겪어서 구조된다면 가장 우선적으로 새끼 새를 다시 둥지 위로 올려 놓는 것을 고려하게 됩니다. 이때 고민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부모 새가 새끼를 포기하고 떠나지는 않았는지, 둥지 자체가 훼손되지는 않았는지, 올려줄 때 사람이 위험하지는 않은지 등을 잘 따져봐야 합니다. 둥지가 훼손되었다면 인공둥지를 만들어 놓아주기도 합니다.
 

붉은배새매 4남매 역시 둥지에서 떨어진 채 바닥에서 발견되었고, 보통이라면 다시 둥지 위에 올려주기 위해 위에 든 고민을 했을 겁니다.
 

그렇지만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둥지에 올려 주는 것도, 둥지를 만들어 주는 것도 불가능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친구들은 벌목을 하는 과정에서 둥지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hw2.jpg » 벌목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에서 붉은배새매 4남매가 구조되었습니다.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벌목은 이 장소 외에도 계속해서 진행 중입니다.  

벌목이란 숲의 나무를 베어내는 것을 말합니다. 숲의 나무를 선택적으로 베어냄으로써 경제적 이득을 취할 수도 있고 다른 식물의 성장을 도울 수도 있습니다.
 

또한 터를 확보하기 위해 나무를 베어내기도 하고 숲에 관광도로나 산책길 등을 조성할 때 아름다움을 위해 벌목하기도 합니다(저는 벌목으로 다듬어진 숲이나 산책로가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때문에 많은 곳에서 벌목을 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많은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훼손되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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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3.jpg » 사람이 보기에 아름답도록 하기 위해 산책로를 만들고 벌목을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붉은배새매 4남매는 자연을 세심하게 관찰하지 않고 나무를 잘라내는 과정에서 추락하게 되었고 삶의 보금자리를 잃었습니다. 그늘 하나 없는 뙤약볕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고, 어미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미 새끼들을 포기한 것 같았습니다. 사실 어미가 발견되었다 하더라도 둥지로 돌려보낼 상황도 아닙니다.
 

벌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같은 위험에 놓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쩔 수 없이 이 붉은배새매 새끼들은 부모와 생이별을 하고 사람의 품에 운명을 맡길 수밖에 없습니다.
 
hw5.jpg » 구조된 붉은배새매 새끼들은 다행히도 먹이를 잘 먹고 있습니다. 새끼 새에게 먹이를 주거나 다룰 때는 사람이 각인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붉은배새매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이자 천연기념물 323-2호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고 있는 새입니다. 그런 만큼 지켜주기 위한 관심과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지만 이러한 위험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이들을 위협하는 요인이 어디 벌목뿐일까요.
 
hw6-1.jpg » 붉은배새매 어른 새. 사진=도연 스님, 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http://www.hellonetizen.com/)  
  
벌목 자체가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자연 생태계를 고려해 대부분의 야생동물이 새끼를 길러내는 이 시기라도 최대한 피해주려는 배려를 해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습니다. 지나친 욕심일까요?
 

hw7.jpg » 벌목 후 잘린 나무들이 구석에 덩그러니 놓여있습니다.
 
구조된 붉은배새매 남매들은 극히 일부분일 겁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보호받아 마땅한 수많은 야생동물이 서식지의 훼손과 개발로 인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지켜주지 않으면서 오랫동안 함께하기를 바란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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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김봉균/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사

 

■ 이 글은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누리집에 실린 것을 필자의 허락을 얻어 다시 게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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