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까치의 지극 모정, 먹이 주고 똥 받아먹고

윤순영 2013. 06. 21
조회수 28903 추천수 1

물까치 부부의 새끼 기르기 정성…먹이 토해 골고루 나눠줘

인가 근처 둥지 트는 텃새, 집단 번식으로 천적 방어


지난 5월25일 김포시 풍무동 야산의 참나무 숲에서 알을 품고 있는 물까치 둥지를 발견하였다.

 

mul1-1.jpg » 물까치. 까치와 비슷한 텃새이다.

 

1주일 뒤인 6월1일 그 곳을 다시 가보니 둥지 위로 빨간 머리와 노란주둥이를 삐쭉 내민 새끼 6마리가 보였다. 5일 전쯤 부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 숲에선 유난히 물까치가 많이 목격되고 소리 또한 요란하며 번잡스럽다.

 

mul2.jpg » 물까치 어미와 아비가 함께 새끼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평상시 무리를 지어 생활하지만 번식기 때도 이웃집처럼 거리를 크게 두지 않고 이곳 저곳에 둥지를 튼 모습이 보인다. 그래서인지 숲은 떠들썩하다. 다른 새들은 독립된 공간에 둥지를 만들지만 물까치는 예외인 것 같다.

 

mul3.jpg » 눈도 뜨지 못한 물까치 새끼가 먹이를 달라고 보채고 있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니 다음 세대를 이어갈 생존전략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까치가 나타나자 물까치 한마리가 날카로운 경계음을 냈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물까치가 하나둘 재빠르게 모여들어 집단으로 까치를 쫒아낸다. 들고양이와 청설모가 나타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물까치는 자신을 위협하는 동물들을 다 알고 있다. 까마귀과에 속해 다른 새에 비해 영리하다. 서로의 둥지를 보호해주는 협동의 지혜는 이들이 인가 주변이나 숲 가장자리에서 성공적으로 번성한 비결일 것이다.

 

mul4.jpg » 앗, 까치다! 위협적인 까치가 나타나자 둥지 속으로 숨어버린 새끼들. 어미가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황급히 날아들고 있다.

 

mul5.jpg » 태어난 지 11일이 지나자 새끼의 몸에 제법 털이 자라고 있다. 
  

새끼를 키우는 모습도 독특하다. 보통 새들은 먹이를 하나씩 물어다 주지만 물까지 어미는 먹이를 입에 잔뜩 물고와 토해 낸 뒤 새끼에게 골고루 나누어 준다. 관찰을 하는 동안 먹이가 부리 밖으로 삐져 나온 모습을 볼 수 없었다. 30~45분 정도의 간격으로 먹이를 나른다.

 

mul6.jpg » 먹이를 토해 새끼에게 나눠 주는 어미 물까치.

 

mul7.jpg » 먹이를 준 뒤 새끼의 배설물을 받아 먹어 버리는 어미 물까치.   


mul8.jpg » 먹이 사냥을 나가는 물까치.  

 

 

암수가 둥지로 함께 날아드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교대로 먹이를 주고 새끼의 배설물을 먹는다. 흔히 배설물을 내다 버리는 새들과 다른 모습이다.


둥지의 새끼들도 먹이를 달라고 보채는 소리를 절대 내지 않는다. 천적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인 것 같다. 물까치는 어려서 울지 못해 큰 뒤에 저리도 수다스럽고 요란스럽게 울어대는 걸까.

 

mul9.jpg » 둥지 위로 몸을 드러낸 물까치 새끼들.

 

mul10.jpg » 태어난 지 13일째, 쑥쑥 자라나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것 같다.   

 

물까치 새끼는 무럭무럭 잘 자란다. 둥지 위로 새끼의 배가 보인다. 아침에 가 보면 크기가 어제와 다르다. 밤만 되면 자라는 느낌이 들 정도다. 커가는 새끼에 비해 둥지가 좁아지자 어미는 둥지 안을 계속해 넓힌다.

 

이제는 새끼들이 둥지 위로 올라 날갯짓을 하고 기지개를 자주 켠다. 둥지를 박차고 나갈 때가 온 것 같다.

 

mul11.jpg » 어른 물까치의 모습을 갖춰 가고 있는 새끼 물까치들.

 

mul12.jpg » 태어난 지 16일, 둥지 밖으로 올라와 날갯짓을 하는 새끼들.  

 

6월12일 아침에 물까치 둥지를 찾아가 보니 이미 새끼들은 온데 간데 없고 빈 둥지만 남아 있다. 이소 모습을 촬영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안전하게 둥지를 떠나 힘차게 날아 올랐을 물까치를 생각하니 마음이 뿌듯해진다.

 

물까치란 어떤 새? 
 

한반도 전역에 흔한 텃새이다. 몸길이는 37㎝이다. 머리는 검은색, 등은 회색, 턱 밑과 뺨, 멱은 흰색, 몸의 아랫면은 엷은 회색, 등 아래쪽의 날개와 꼬리는 엷은 청색이다. 부리와 다리는 검은색이다. 꼬리는 쐐기 모양이다. 산지나 평지의 숲 또는 시가지 공원에서 서식한다. 일반적으로 무리지어 생활을 하며 특히 번식기 이외에는 5~10마리의 작은 무리를 지어 행동한다. 산지 또는 마을 부근의 숲에서 2~6m 높이의 나뭇가지에 마른 가지, 이끼류, 풀뿌리, 흙 등으로 밥그릇 모양의 둥지를 만든다. 산란기는 5~7월이며, 한배의 산란수는 6~9개이다. 잡식성으로 동물성과 식물성을 혼식하나, 특히 곤충을 좋아한다. 한국, 일본에 분포한다. (이상은 <한반도 생물자원 포털>에서 인용). 물까치는 멀리 떨어진 서유럽과 동아시아에 두 집단이 있다. 동아시아에는 한국, 중국, 일본, 몽골 등이 서식지이고 이베리아 반도 남서쪽에도 한 집단이 있다. 최근의 연구 결과 유럽의 물까치는 아시아 산과 별개의 종이란 주장이 나왔는데, 아직 학계에서 공인된 상태는 아니다.

 

글·사진 윤순영/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알림:

윤순영 이사장이 새로운 개인 블로그 '윤순영 자연의 벗'을 개설했습니다. 이곳에서는 윤 이사장이 찍은 더 많은 자연 사진을 높은 해상도의 사진으로 감상하고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포의 재두루미 지킴이. 한강 하구 일대의 자연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활동가이자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메일 : crane517@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평생 한 번 보기 힘든 희귀 나그네새 검은뺨딱새평생 한 번 보기 힘든 희귀 나그네새 검은뺨딱새

    윤순영 | 2019. 06. 11

    잠깐 마주쳤던 기억만 남기고 훌쩍 날아가검은뺨딱새는 1987년 5월 대청도에서 1개체가 처음으로 확인된 이후 1988년 대청도, 2004년 어청도, 2005년 소청도, 2006년에는 전남 홍도에서 관찰됐다. 기록이 손꼽을 만큼만 있는 희귀한 새다. 지난 ...

  • 오렌지빛 가슴의 나르키소스, 황금새를 만나다오렌지빛 가슴의 나르키소스, 황금새를 만나다

    윤순영 | 2019. 05. 13

    어청도 찾은 희귀 나그네새…사람 두려워 않는 앙징맞은 새황금은 지구에서 가장 가치 있는 물질이다. 밝은 황색 광택을 내고 변색하거나 부식되지 않아 높게 치는 금속 가운데 하나다.이름에 황금을 올린 새가 있다. 월동지와 번식지를 오가면서 ...

  • “날개가 투명한 나비 보셨나요?”“날개가 투명한 나비 보셨나요?”

    조홍섭 | 2019. 03. 12

    안데스 운무림서 촬영…포식자 회피 추정하지만 생태는 수수께끼날개를 통해 배경이 선명하게 보이는 투명한 나비가 중앙·남 아메리카에 산다. 아름답고 신비로운 이 나비 사진이 2018년 생태학자들이 찍은 ‘올해의 사진’으로 뽑혔다.과학기술과 의학...

  • 개구리 잡고, 딱정벌레 잡고…더워도 호반새는 지치지 않았다개구리 잡고, 딱정벌레 잡고…더워도 호반새는 지치지 않았다

    윤순영 | 2018. 08. 03

    [윤순영의 자연관찰 일기]불에 달군 듯 붉은 부리의 여름철새, 7월말 번식개구리, 도마뱀, 딱정벌레 이어 마지막 잔치는 뱀 40도를 육박하는 엄청난 폭염이 찾아왔다.&...

  • 새끼가 76마리? 어느 비오리 엄마의 ‘극한 육아’새끼가 76마리? 어느 비오리 엄마의 ‘극한 육아’

    조홍섭 | 2018. 07. 26

    미국 미네소타 호수서 조류 사진가 촬영남의 알 받은 데다 이웃 새끼 입양한 듯 “새끼를 몇 마리 입양한 비오리 같네요”지난달 23일 미국인 아마추어 조류 사진가인 브렌트 시제크는 미네소타주 베미지 호수에서 촬영한 사진을 사회관계망 서비스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