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파고스가마우지는 어떻게 날지 못하게 됐나

조홍섭 2017. 06. 02
조회수 22932 추천수 0
게놈 분석 결과 사람에 심각한 발달장애 일으키는 유전자 돌연변이 축적
천적 없고 먹이 풍부해 비행 불필요…몸집 커지고 부력 줄어 잠수에 유리하기도

co1_Caroline Duffie Judy.jpg » 세계에 있는 40종의 가마우지 가운데 유일하게 날지 못하는 갈라파고스가마우지가 어떻게 비행능력을 잃었는지가 유전자 차원에서 규명됐다. Caroline Duffie Judy

가마우지는 물속을 잠수해 물고기나 문어 등을 잡아먹는 비교적 큰 물새이다. 끝에 갈고리가 달린 부리와 몸 뒤쪽에 달린 물갈퀴 발로 물속에서 재빨리 헤엄치며 먹이를 사냥한다. 

만일 먹이나 번식지를 찾아 멀리 이동할 필요가 없고 천적도 없다면 가마우지는 어떻게 진화할까. 세계의 가마우지 40종 가운데 유일하게 날개가 없는 갈라파고스가마우지가 그 답을 제공한다. 

이동과 도피가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지 않다면 비행은 가장 먼저 포기할 대상이다. 날개는 공기를 머금어 부력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잠수하는 데 힘이 든다. 날지 않는다면 체중을 걱정 없이 늘릴 수도 있다. 사실 새들은 기회만 있으면 비행을 포기했다. 26개 과의 조류가 반복해서 비행능력을 잃는 진화의 길을 택했다. 

co5_putneymark_1280px-Flightless_Cormorant_(Phalacrocorax_harrisi)_-swimming.jpg » 가마우지는 잠수에 최적화한 몸매를 지녔다. 갈라파고스가마우지는 날개로 인한 부력을 줄이고 덩치를 키워 산소 보관 능력도 키웠다. putneymark, 위키미디어 코먼스

남아메리카 에콰도르에서 1000㎞ 떨어진 적도의 대양섬 갈라파고스는 그런 조건을 갖췄다. 아메리카 본토에서 표류한 가마우지는 갈라파고스에서 200만년 동안 비행능력을 잃은 고유한 가마우지로 진화했다. 

천적이 없고 차고 영양분 많은 훔볼트 해류가 솟아올라 연중 풍부한 물고기가 있는 페르난디나섬과 이사벨라섬 서쪽과 북쪽 해안에서 갈라파고스가마우지는 평생 수백m 해안을 벗어나지 않고 살아간다. 날개는 날 수 있는 길이의 3분의 1로 퇴화했고 가슴 근육도 빈약해졌지만, 몸길이는 최대 100㎝, 몸무게는 5㎏까지 나가는 세계 최대 가마우지가 됐다.

co4_Nancy Williams.jpg » 갈라파고스가마우지는 훔볼트 해류가 용승해 물고기가 풍부한 갈라파고스 서쪽 두 섬 해안에만 서식하는 이 지역 고유종이다. Nancy Williams

1835년 비글호를 타고 갈라파고스를 탐사했을 때 찰스 다윈은 이 가마우지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새들이 비행능력을 잃는 것을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의 유력한 사례로 삼아 진화론을 펼쳤다. 

과학자들은 다윈이 상상도 못 할 분자생물학이란 도구를 가지고 갈라파고스가마우지가 어떻게 비행능력을 잃는 진화를 했는지를 밝혀냈다. 놀랍게도 이 가마우지는 사람이라면 심각한 사지 장애를 일으킬 돌연변이를 축적한 결과로 그런 진화를 이룩했다.

알레한드로 부르가 캘리포니아대(UCLA) 박사후연구원 등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사이언스> 2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갈라파고스가마우지와 3종의 가까운 계통 가마우지의 유전체(게놈)를 비교 분석한 결과 갈라파고스가마우즈가 비행능력을 잃는 데 관여한 핵심 유전자는 CUX1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co3.jpg » 갈라파고스가마우지(오른쪽)와 아메리카의 다른 가마우지 골격 비교. 비행능력을 잃은 갈라파고스가마우지의 날개와 가슴 골격은 빈약하고 몸은 더 크다. <사이언스>

이 유전자는 새와 사람 등 포유류에도 있는데, 사람의 경우 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일어나면 다지증, 합지증, 팔다리 이중 골격 등 심각한 발달장애를 일으킨다. 갈라파고스가마우지는 이 돌연변이 결과 날개와 가슴 골격이 제대로 성장하지 않게 됐다.

이번 연구가 중요한 까닭은 비행능력을 잃은 시기가 진화론적으로 매우 가까운 과거인 데다 날 수 있는 가까운 혈통이 아직 살아있어 진화과정을 유전적으로 규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타조와 키위도 나는 능력을 잃었지만 5000만년 전의 일이고, 가까운 혈통은 이미 멸종한 상태이다.

그렇다면 갈라파고스가마우지가 비행능력을 잃는 시나리오는 어떤 것일까. 최초로 갈라파고스에 도착한 가마우지는 연중 먹이가 풍부하고 천적이 없는 환경에서 이동의 필요를 못 느꼈을 것이다. 나는 것이 생존에 꼭 필요하지 않게 되자 비행을 가로막는 돌연변이가 차츰 유전자 풀 속에 축적됐고 결국 비행능력을 잃었다고 볼 수 있다.

co2_brandt comorant_나는_Alan Schmierer_Flickr.jpg » 비행능력을 잃지 않은 아메리카 대륙의 브란트 가마우지의 모습. Alan Schmierer

연구자들은 이처럼 수동적인 시나리오와 달리 적극적으로 비행능력 상실을 선택하는 시나리오도 있을 것으로 보았다. 날개가 짧아지면 잠수할 때 부력이 줄어들고, 체중을 늘릴 수 있으면 더 많은 산소를 저장해 오래 잠수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비행하지 않는 개체가 적극적으로 자연의 선택을 받아 더 많을 자손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논문 교신저자인 레오니드 크루글리아크 캘리포니아대 연구자는 “두 시나리오 가운데 어느 것 하나만 바르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처음 도착한 가마우지가 수동적으로 비행능력을 잃고 이어 적극적인 선택을 통해 날개가 계속 줄어들 수 있다.”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갈라파고스가마우지는 서식지가 워낙 한정된 데다 정주형 삶을 꾸려나가기 때문에 기후변화 등으로 바다의 생산성이 떨어지면 멸종할 우려가 크다. 2011년 조사에서는 1679개체가 확인됐으며,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취약종’으로 분류하고 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Burga et al, A genetic signature of the evolution of loss of flight in the Galapagos cormorant, Science 356, eaa 3345 (2017), 2 June 2017, http://dx.doi.org/10.1126/science.aal3345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개구리 사냥하는 거미, 나뭇잎 엮어 덫으로 사용개구리 사냥하는 거미, 나뭇잎 엮어 덫으로 사용

    조홍섭 | 2021. 01. 11

    농발거미 나뭇잎 2장 엮어 은신처 겸 덫으로…세계적으로도 개구리는 거미 단골 먹이 푹푹 찌는 열대우림에서 나뭇잎이 드리운 그늘은 나무 개구리에게 더위와 포식자를 피해 한숨 돌릴 매력적인 장소이다. 그러나 마다가스카르에서 크고 빠른 사냥꾼인...

  • 개 가축화, ‘단백질 중독’ 피하려 남는 살코기 주다 시작?개 가축화, ‘단백질 중독’ 피하려 남는 살코기 주다 시작?

    조홍섭 | 2021. 01. 08

    사냥감 살코기의 45%는 남아돌아…데려온 애완용 새끼 늑대 먹였을 것 .개는 모든 동물 가운데 가장 일찍 가축화가 이뤄졌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 어떻게 늑대가 가축이 됐는지는 오랜 논란거리다.개의 골격이 발견된 가장 오랜 구석기 유적은 1만4...

  • 새를 닮은 포유류, 오리너구리의 비밀새를 닮은 포유류, 오리너구리의 비밀

    조홍섭 | 2021. 01. 08

    젖샘 있으면서 알 노른자도 만들어…지금은 사라진 고대 포유류 흔적 1799년 영국 박물관 학예사 조지 쇼는 식민지였던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보내온 이상한 동물 표본을 받았다. 오리 주둥이에 비버 꼬리와 수달의 발을 지닌 이 동물을 쇼는 진기한 ...

  • 말의 몸통 지닌 ‘키작은’ 기린 발견, 유전 다양성 감소 탓?말의 몸통 지닌 ‘키작은’ 기린 발견, 유전 다양성 감소 탓?

    조홍섭 | 2021. 01. 07

    우간다와 나미비아서 각 1마리 확인…동물원, 가축선 흔해도 야생 드물어 .아프리카 우간다와 나미비아에서 돌연변이로 인한 골격발육 이상으로 추정되는 왜소증 기린이 발견됐다. 일반적으로 왜소증은 근친교배가 이뤄지는 가축에서 흔히 발견되지만 야생...

  • 스타 동물 자이언트판다 그늘서 반달곰 운다스타 동물 자이언트판다 그늘서 반달곰 운다

    조홍섭 | 2021. 01. 06

    판다 좋아하는 고산 중심 보호구역…반달곰, 사향노루 보호 못 받아 급감 자이언트판다나 호랑이처럼 카리스마 있고 넓은 영역에서 사는 동물을 우산종 또는 깃대종이라고 한다. 이 동물만 보전하면 그 지역에 함께 사는 다른 많은 동물도 보전되는 ...

인기글

최근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