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렵 허가 받고 밀렵, 생선가게 맡은 고양이

윤순영 2014. 11. 20
조회수 39241 추천수 2

철새 이동과 수렵허가 시기 맞아 밀렵꾼 등쌀, 보호동물 영문 모른 떼죽음

야생동물 보호한다며 총질도, 아침 저녁 총들고 다니면 밀렵 의심해야

 

_DSC_2160[1].jpg » 독극물에 중독된 채 발견된 재두루미의 눈망울에 공포가 가득하다.

 

철새 등 야생동물이 많이 이동하는 요즘은 밀렵이 성행하는 때이다. 해마다 이맘 때 밀렵철을 맞아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는 밀렵 감시를 강화하고 밀렵감시 홍보물을 제작하여 배포하는 등 밀렵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밀렵을 감시하는 곳은 겨울철새의 주요 도래지인 한강하구, 철원, 시화호, 천수만, 고암저수지. 낙동강 등이다.특히 올해엔 밀렵신고가 빈번한 인천 영종도와 국내 공항 주변의 밀렵을 집중 단속할 계획이다.

 

19545_2929_160[1].jpg »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의 밀렵감시 홍보물.

  

달라진 여건에 따라 밀렵도 진화한다. 요즘엔 '허가 낸 밀렵꾼'이라는 말도 나온다.

 

합법적인 야생동물 보호자인듯 행세를 하는 밀렵꾼이 있다는 뜻이다. 이들은 수렵 허가증을 보여 주고, 포획구역 지도를 보여 주며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단체의 회원이라고 당당히 말한다.

 

일반인들은 속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상적인 야생동물 보호단체 회원들이 총을 들고 다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일출 전이나 일몰 후 총소리가 나거나 총을 들고 다니는 이가 있다면 밀렵으로 의심해도 무방하다.

 

엽탄에맞아 신음하는 쇠기러기DSC_8454.jpg » 엽총탄에 맞아 고통스러워하는 쇠기러기. 눈빛이 공포에 차 있다.

 

L1010835.JPG » 밀렵꾼에 의해 날개를 부상당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큰고니.

 

수렵 허가증에는 수렵지역이 명시돼 있다. 그 지역을 이탈하여 수렵을 하는 것은 밀렵으로 간주된다.

 

밀렵꾼의 차량은 일반차량과 달리 움직임이 빠르지 않고 머뭇거리며 4륜 구동인 스포츠실용차량이 많다. 철새 도래지에서 이런 차를 만나면 의심을 하고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밀렵은 아침과 저녁에 새들이 이동하는 시기에 이루어진다. 정해진 이동 길목에 잠복하여 밀렵을 하는 경우와 자동차로 이동하며 차에서 총을 쏘는 일명 '차치기' 수법이 있다.

 

농경지에서 차량이 멈췄을 때 새들이 갑자기 날아가면 밀렵이 있었던 곳이라고 보면 된다. 총탄 세례를 본 새들은 미리 경계하기 때문이다.

 

총기로 살생의 짜릿한 맛을 본 밀렵꾼들은 마약중독과 같이 쉽게 유혹을 뿌리칠 수 없어 밀렵을 근절하기 쉽지 않다. 야생동물이 보신용으로 좋다는 잘못된 속설로 인해 은밀한 생계형 밀렵도 계속되고 있다.

 

DSC_1652[1].jpg » 부상당한 흰꼬리수리. 맹금류의 눈빛이 살아 있지만 힘겹게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수술_DSC_1587[1].jpg » 엽총탄에 찢긴 날개를 봉합하는 수술을 받는 흰꼬리수리.

 

독극물을 사용하는 밀렵꾼은 살충제인 무색 무취의 다이매크론을 물에 풀어 볍씨를 담가 두었다가 말려 뿌린다. 이 농약은 독성을 지속적으로 끼쳐 밀렵 대상을 넘어 야생동물들에게 많은 피해를 준다.

 

독극물이 떼죽음을 부르기도 한다. 독극물로 죽은 새는 사람의 눈을 피해 저녁에 거두어 가지만 밀렵꾼이 찾지 못하면 농약에 중독된 사체를 독수리, 삵 등 다른 동물이 먹고 2차 피해를 입는다.

 

산에서 주로 사용하는 창애나 덫, 올무는 일반인보다 주변 환경과 동물들의 습성을 잘 알고 이들의 이동 길목과 동선을 정확히 파악하는 전문적인 밀렵꾼이 주로 놓는다.

 

독극물에 희생된 멸종위기야생생물2급 재두루미DSC_6288.jpg » 독극물에 의해 주검으로 발견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재두루미.  

1L1010175.JPG » 창애에 걸려 고통스런 비명을 지르는 큰기러기.

 

개구리도 이제 동면에 들어갔다. 북방산개구리는 식용개구리로도 알려져 있다. 허가를 받아 계곡산개구리와 한국산개구리를 양식해 판매할 수는 있다. 하지만 야생의 개구리를 잡아 먹는 것은 불법이다.

 

움직이는 먹이만 먹는 개구리를 대량으로 사육하는 일은 쉽지 않다. 양식한 개구리라고 쉽게 믿을 수 없는 이유이다. 산개구리 포획이 무분별하게 이뤄진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들리고 있다.

 

DSC_2550~2.jpg » 보신용으로 마구 포획되고 있는 산개구리.

 

필자는 지난 2월19일 야생동물 보호 단체 회원이라는 이들이 김포공항 인근에서 밀렵을 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관련기사: 공항 새 퇴치 허가로, 딴 데서 보호새 밀렵).

 

지난 26일 오후 6시께 김포공항 주변인 경기도 부천시 대장동 농경지에서 엽총 소리가 들렸다. 밀렵이라고 직감하고 뛰어나갔다.

 

수렵이 허가된 곳이 아닌데다 일몰 이후에는 엽총을 쏠 수가 없다. 이들은 “항공 안전을 위해 한국공항공사의 요청을 받아 새를 쫓고 있다” "밀렵감시도 한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멸종위기종인 재두루미와 큰기러기가 도래하는 곳이었다.

 

SY2_7365.jpg » 김포공항 주변에 재두루미가 도래한다.

 

밀렵꾼으로 의심받던 이가 제발로 이를 신고한 주민에게 찾아와, 자신들은 밀렵꾼이 아니라 야생동물을 관리하는 민간협회 회원들로서 합법적으로 유해조수를 퇴치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허가증을 내보이며 보호조류인 재두루미와 큰기러기는 쏘지 않고 청둥오리와 흰뺨검둥오리를 주로 쏜다고 주장했다. 어두운 저녁에 날아가는 새의 종을 구별하며 총을 쏜다는 얘기였다.

 

엽탄에 맞아 죽은 쇠기러기L8055393.jpg » 엽총탄에 맞아 수십 마리가 한 번에 죽음을 당한 쇠기러기.   

DSC_0046.jpg » 땅바닥에 흩어져 있는 엽총탄 탄피.

 

이후 한국항공사는 불법적인 행위를 한 것을 알고 이 단체와의 계약을 파기했다. 이 단체는 계약이 파기된 것이 필자 때문이라며 업무방해와 출판물에 의한 명예 훼손으로 필자를 고소하여 강서경찰서에서 3시간 반 동안 2차례에 걸쳐 조사를 받았다.

 

결국 서울남부지방 검찰청이 수사를 한 결과 지난 59무혐의 처분이 확정되었다. 밀렵을 감시하는 시민단체를 괴롭히려는 고소였던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들의 밀렵 의혹이 짙었는데도 그 부분에 대한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DSC_6052.jpg » 평화롭게 앉아있는 노루. 갑자기 날아든 밀렵꾼의 엽총탄에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수렵과 야생동물을 함께 보호하는 단체가 있다. 밀렵도 감시한다. 어떻게 한 단체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모순으로 보인다.

 

수렵은 수렵인의 단체로, 야생동물 보호는 보호단체에 의해 운영되어야 마땅하다. 사냥과 밀렵감시, 보호를 함께 하는 단체를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을까.

 

이 단체의 일부 회원들에 의해 빈번하게 일어나는 밀렵의 문제와 오해를 막기 위해서도 그렇다. 유해동물 퇴치 허가 따위의 그럴듯한 명목 아래 영문도 모른 채 야생동물들이 죽어가서야 되겠나

 

밀렵. 밀거래 등 불법 행위 시 처벌 규정

 

멸종위기야생생물을 포획하거나 고사시키기 위하여 폭발물, 덫, 창애, 함정, 전류 및 그물설치 또는 사용하거나 유독물, 농약 및 이와 유사한 물질을 살포 주입한자 3년 이하 징역에 포획금지 대상 야생동물을 허가 없이 포획한 자는 2년 이하 징역, 200만 원 이상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특히 멸종위기 1급 동물을 밀렵하다 적발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밀렵신고는 환경신문고 국번 없이 128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031)988-4119 시도(군. 구)환경과 . 경찰서에 신고하면 된다.

 

 

글·사진 윤순영/ <한겨레> 물바람숲 필자,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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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포의 재두루미 지킴이. 한강 하구 일대의 자연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활동가이자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메일 : crane517@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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